조우형 경찰 진술서 18쪽 공개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수사했다"

2023년 11월 03일 13시 24분

① 2014년 조우형 경기지방경찰청 참고인 진술서 18쪽 공개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받았다"
② "조우형이나 대장동은 수사 대상 아니었다"는 검찰 입장과 반대로 '대장동 수사' 5번 반복 진술 
③ '계좌 압수수색' 관련해선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년 중앙지검과 분당경찰서가 모두 했다" 
④  지난 대선 당시엔 "대검 중수부 수사 받은 적 없다"며 기존 진술 뒤집은 조우형 '입'의 신빙성
뉴스타파는 2014년 1월 15일 경기지방경찰청이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씨를 조사할 때 작성한 진술조서 18쪽을 오늘(3일) 공개한다. 당시 조 씨는 대장동 최초 사업자인 이강길 씨의 대장동 대출금 횡령 및 정치권 뇌물 혐의 사건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조 씨는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 및 자신의 불법 대출 알선 혐의를 수사했고, 관련 자료도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조 씨의 이 같은 진술은 5번이나 반복됐다. 그는 계좌 압수수색과 관련해선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년 서울중앙지검과 경기분당경찰서가 자신과 회사, 가족의 계좌까지 모두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련의 수사에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조 씨의 대장동 대출 알선료 10억 3천만 원을 단숨에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이듬해인 2015년 수원지방법원은 조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조 씨의 경찰 진술은 현재의 검찰 입장과 배치된다. 검찰은 "대장동 대출과 조우형은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당시 수사기록에도 수사한 흔적이 없고, 계좌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를 해놓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면 당연히 수사기록에서는 빠지게 되는 게 당연하다. 검찰의 반복된 설명에도 조 씨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경기지방경찰청 참고인 조우형 진술조서(1회, 2014.1.15)

9년 전 조우형의 경찰 진술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과 나를 수사했다" 

2013년 8월, 경기지방경찰청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의 최초 대표였던 이강길 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성남시의회 의원이 이강길 씨와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제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장동 대출금 횡령 및 정치권 뇌물 상납 혐의로 이강길을 불러 조사했다. 
수사 초반인 2014년 1월 15일, 경찰은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이강길의 뇌물 자금 중 1억 원이 조우형의 회사를 통해서 마련됐기 때문이다. 조우형은 대장동 시행사에서 용역비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은 뒤, 이 중 1억 원을 돌려줬다. 따라서 경찰 조사의 핵심은 '뇌물 조성' 과정이었다.
조우형은 대장동 타운하우스 설계 용역을 해주고 받은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도 똑같은 조사를 받았으며, 그때도 용역 결과물을 모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의 불법성(금융자문수수료 선취)에 대해서도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즉, 자신과 대장동 대출을 수사했지만 혐의점이 없어서 풀려났다는 취지다. 
▲경기지방경찰청 참고인 조우형 진술조서(1회, 2014.1.15)
▲경기지방경찰청 참고인 조우형 진술조서(1회, 2014.1.15)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년 중앙지검과 경찰까지 내 계좌를 압수수색했다"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처남이다. 그는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챙겼다. 경찰에서 확인한 것만 20억 4,500만 원에 이른다. 그는 알선 수수료를 회사 계좌를 통해 받았다. 앞서 뉴스타파는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이 차명으로 소유한 SPC(특수목적회사) 2곳을 운영했고 다른 2곳도 차명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조우형, 대검 수사 대상이었던 '부산저축은행 차명 회사' 운영 확인)
차명 SPC는 대검 중수부의 주요 수사 타깃이었다. 따라서 조우형의 회사 계좌를 대검이 들여다봤다면, 불법 알선 수수료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조우형의 혐의는 또 있었다. 예금보험공사가 조우형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 판결문에는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실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관련 기사 : 판결문 속 조우형, 부산저축은행 '9억대 비자금' 세탁한 정황) 2005년부터 조우형의 SPC에서 일한 직원 강모씨는 통화에서 "조우형이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검찰은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자금을 배달한 '심부름꾼'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로비 자금 중 일부는 다름아닌 조우형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이런 사실은 로비스트 박태규의 1심 판결문에 자세히 나온다.(관련 기사 : 부산저축은행 로비 자금 일부는 조우형 돈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우형은 경찰이 묻지도 않은 '부산저축은행 비자금' 얘기를 꺼내들었다.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과 세탁에 자신이 연루됐는지를 수사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가 자신과 회사, 가족의 모든 계좌를 압수수색했지만,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의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고도 덮은 게 된다.   
▲경기지방경찰청 참고인 조우형 진술조서(1회, 2014.1.15)

'봐주기 의혹' 제기되자 말 바꾼 조우형 "경찰에 거짓 진술했다"

2021년 10월, 경향신문을 시작으로 언론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저축은행 수사팀의 주임검사는 윤석열 후보였기 때문에 합리적인 검증 보도를 한 것이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조우형은 2014년에 자신이 경찰에서 한 말을 180도 뒤집었다. 그때 경찰 수사를 빠져나가려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찰 조사의 초점은 ▲조우형이 회사 계좌로 받은 용역비 3억 원이 정당한 용역이었는지 ▲그리고 그 중 1억 원을 뇌물 자금으로 제공했는지였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수사했는지는 조우형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이었다. 더구나 이때만 해도 조우형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이강길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첫 참고인 조사에서 경찰이 묻지도 않은 구체적 사실까지 설명해놓고, 뒤늦게 거짓말이라고 하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뉴스타파는 오늘(3일) 홈페이지에 조우형의 2014년 경찰 진술조서 18쪽을 공개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는 조우형의 진술을 대다수 언론이 검증 없이 받아 쓰는 상황에서, 취재 자료 일부를 공개하는 것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 조우형 경찰 진술조서 전문 바로가기 : https://data.newstapa.org/datasets/조우형-진술조서(1회)-전문
제작진
촬영이상찬
편집박서영
그래픽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