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선수 문건 ④ 선수 자필 메모에 “김건희 65만 주”…도이치 주식 더 샀나?

2024년 03월 14일 20시 00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건 1년 6개월 전이다.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문건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김건희 여사가 과거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새롭게 발견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이 시작된 2009년 12월 말쯤, 동부증권 계좌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 주를 김 여사가 더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동부증권 계좌 65만 주는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나온 적 없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이다. 당시 기준으로 14억 원 이상의 가치다. 뉴스타파가 ‘1차 작전 선수 문건’을 여러 자료와 교차 검증해 확인한 내용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주가조작 작전 시작일인 2009년 12월 23일 신한금융투자 계좌에 있었던 11만 4천여 주가량이 전부다.

1차 작전 선수 자필로 쓰인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점, 65만’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점, 65만. 뉴스타파가 확보한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선수 이 씨 자필로 적힌 이 문구가 눈에 띈다.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 65만 주. 마찬가지로 1차 작전 선수 이 씨가 컴퓨터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류에도 이 같은 문구가 들어 있다.
1차 작전 선수 이 씨 자필 문서. 세 번째 줄에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점 650,000’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상 같은 문구가 담겨 있는 이 두 가지 서류. 우선 이 씨 자필 문서에는 무언가를 계산하느라 끄적인 것처럼 보이는 메모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엔 ‘대주주, 정00, 김건희’ 등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한, 이른바 ‘쩐주’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이 한 줄씩 적혀 있다. 쩐주 이름 옆에는 대우증권, 동부증권 등 증권사 이름과 쩐주의 주식 보유 수량으로 보이는 숫자들이 쓰여 있다.
컴퓨터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우호 지분 명세’ 문서. 2번 항목에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 65만 주’라고 쓰여 있다. 
그다음 컴퓨터로 작성된 ‘우호 지분 명세’라는 제목의 서류는, 앞서 설명한 1차 작전 선수 이 씨의 자필 메모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선수 이 씨가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쩐주들 이름 옆에 각자의 증권사 이름, 주식 수량이 표로 정리돼 있다.
김건희 여사가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 주를 보유했다는 것.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인 현재까지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는 내용이다.
실제로 김 여사가 동부증권 계좌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 주를 갖고 있었던 것일까. 보유했었다면 언제 갖고 있었던 주식일까. 1차 작전 선수 문건에서 나온 내용인 만큼 1차 작전 시작 전후쯤일까. 그렇다면 왜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어디에도 이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 65만 주’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 의문들을 해소하기 위해 뉴스타파는 취재에 들어갔다.

선수 문건 속 ‘주주 현황’…주식 보유 시점 추적

정 모 씨 외 8명, 우호 지분, 390만 주. 1차 작전 선수 문건을 다시 살펴보다가 외관상 선수 이 씨가 아닌 또 다른 인물의 필적으로 보이는 자필 문서를 발견했다. 바로 그 안에 적힌 문구다. ‘우호 지분 명세’라는 똑같은 제목 아래 통제 주식 100만 주부터 현재 매입 주식, 계좌 주식, 우호 지분 합계 등이 적혀 있다.
1차 작전 선수 이 씨가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쓴 것으로 보이는 ‘우호 지분 명세’ 문서. 1번과 2번 내용을 통해, 특정 시점의 도이치모터스 주요 주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390만 주’는 컴퓨터로 작성된 ‘우호 지분 명세’ 서류에서도 발견된다. 1번 정 모 씨부터 9번 직원 주식까지 주식 수량을 모두 더하면 정확히 390만 주가 나온다. 10번 기타 항목에 ‘대주주 통제 주식 100만 주’도 역시 쓰여 있다.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자필로 쓴 문서, 컴퓨터로 작성된 문서, 또 다른 누군가의 자필이 담긴 문서. 이 세 개 문서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도이치모터스의 주요 주주 현황’이다.
‘권오수 사장, 대주주, 860만 주’. 그리고 ‘정 모 씨 외 8명, 우호 지분, 390만 주’. 제3의 인물이 쓴 것으로 보이는 이 두 가지 내용으로 문서 작성 시점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공시 자료들을 통해서다.
이 주요 주주 현황이 어느 시점의 현황인지를 알아내면 1차 작전 선수 문건의 숫자들이 언제 적힌 것인지, 결국 김건희 여사가 동부증권 계좌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 주를 언제 갖고 있었던 것인지 추정할 수 있다.

‘권오수 860만 주·우호 지분 390만 주’…2009년 12월 31일로 시점 확인

권오수 사장, 대주주, 860만 주.
정 모 씨 외 8명, 우호 지분, 390만 주.
뉴스타파는 2010년 3월 22일에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사업보고서에서 이 내용을 찾았다. 이 보고서에는 2010년 12월 31일 기준 주주 현황이 담겨 있다.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주식 소유 현황을 정리한 표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그의 아들 권혁민 씨, 부인 안복심 씨 이름이 보인다. 이들의 분기 말 소유 주식 합계는 860만 4,916주. 1차 작전 선수 문건 속 ‘권오수 사장, 대주주, 860만 주’와 거의 일치한다.
2010년 3월 22일에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사업보고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분기 말 소유 주식 합계가 8,604,916주로 돼 있다. 1차 작전 선수 문건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값이다. 
기타 주주 법인 3곳과 개인 6명, 기타 주주 주식 수 합계 394만 4,972주. 같은 보고서에 나온 이 내용 역시 ‘정 모 씨 외 8명, 우호 지분, 390만 주’라고 적힌 선수 문건과 얼추 같다.
따라서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담긴 도이치모터스 주주들 현황, 특히 김건희 여사의 ‘동부증권 65만 주’ 보유 시점은 2009년 12월 31일이 유력해 보인다.
뉴스타파는 200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다른 우호 지분 쩐주들의 주식 수량도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적힌 값과 동일한지 직접 계산해 봤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검찰 수사기록과 2010년 4월 1일 자 도이치모터스 감사보고서, 선수 문건 중 도이치모터스 주식 소유 현황이 적힌 서류들을 근거로 했다.
그 결과 쩐주 정 모 씨는 119만 2,747주, 김 모 씨는 40만 8천 주가량, 양 모 씨 64만 4,424주, 이 모 씨 15만 7,368주로 모두 근사치로 계산됐다. (정 모 씨부터 차례대로 각각 120만 주, 40만 주, 65만 주, 15만 주로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적혀 있다.)

검찰 “권오수, 선수 이 씨에게 주주 명부 넘긴 것으로 보여”

현행법상 일반적인 기업에서 보유 지분이 5% 미만인 주주들 명부는 엄격한 보안 사항이다. 그런데도 1차 작전 선수 이 씨는 어떻게 우호 지분 쩐주들 명단과 주식 보유 수량을 알고 있었을까. 검찰 수사기록에 있는 선수 이 씨, 권오수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 권오수 회장 변호인 : (이00에 대한 3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시하며) 같은 조사에서 “권오수가 대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주가를 많이 올리면 수익의 30~40%를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우호 지분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들 주식에서 30~40% 정도를 저에게 챙겨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진술한 사실이 있지요.

● 1차 작전 선수 이00 : 예

○ 권오수 회장 변호인 : (이00에 대한 4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시하며) “권오수가 주변 지인들을 적어 주면서 그 사람들로부터 수익의 30~40%를 책임지고 받아서 주겠다고 했었습니다.”, “양00, 김00, 정00, 오00, 이00, 김00 일단 그렇게 생각이 납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있지요.

● 1차 작전 선수 이00 : 예.

증인 이00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022.5.27.)
권오수 회장이 1차 작전 선수 이 씨에게 말해줬다는 우호 지분 쩐주, 양 씨와 김 씨, 정 씨, 오 씨, 이 씨는 선수 문건의 우호 지분 명세 서류에 쓰여 있는 5명의 쩐주와 일치한다.
아예 주주 명부를 권오수 회장이 넘겨줬다는 증거도 있다. 2022년 12월 28일 법정에서 권오수 회장을 신문하던 검사는 선수 이 씨가 제출한 2010년 6월 17일 자 녹취록 내용을 하나하나 읽었다. 권 회장이 이 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만 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 2,200명 명부를 전달했다는 게 녹취록의 골자다.
2022년 10월 28일 증인 권오수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중 일부. 
이렇듯 권오수 회장이 주요 주주들 명단과 그들의 주식 수량을 주가조작 선수에게 알려준 이유는 분명하다. 주가조작 선수가 신호를 주기 전까지 주요 주주들이 주식을 팔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다면, 적은 물량만 사도 쉽게 주가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작전에서 주식의 매도 물량을 통제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주가조작 작전을 의뢰받은 선수 이 씨 입장에서는 누가 주식을 많이 가졌는지, 그가 주식을 예고 없이 매도하지 않게 통제할 수 있는지가 작전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있던 ‘본 계약 체결 조건’ 문서에도 이 같은 이 씨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이 문서는 일종의 주가조작 작전 계획서에 가깝다. 문서에 두 번째 조건으로 “우호 지분 390만 주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필요하다”고 쓴 게 그 예다.

김건희, 2009년 12월 말 동부증권 65만 주 보유 추정…대통령실 답변 거부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점, 65만.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 65만 주.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담긴 이 문구들을 뉴스타파가 여러 자료와 비교하고 검증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1차 작전이 시작된 2009년 12월 말, 동부증권 청담동지점 계좌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 주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반면 지금껏 수사와 재판으로 밝혀진 내용은 이렇다. 검찰이 주가조작 작전 시작일로 정한 2009년 12월 23일 기준, 김건희 여사가 신한금융투자 계좌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11만 4,240주만을 보유했었다는 사실이다. 
뉴스타파의 추정대로 신한금융투자 계좌 11만 주 정도에 동부증권 계좌 65만 주가 더 있었다면, 김건희 여사가 14억 원이 넘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추가로 갖고 있었던 게 된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깊숙이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뉴스타파는 2009년 12월 말 기준으로 김건희 여사가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 주를 보유했던 사실이 있는지 대통령실에 물었다. 그러나 답을 듣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심인보 박상희
영상 취재김기철 정형민
편집장주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