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선수 문건 ②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수천만 원 돈거래

2024년 03월 07일 20시 00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이 문건이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오늘(3월 7일)부터 이 문건의 내용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의 ‘선수’ 이 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수천만 원을 보낸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을 통해 입수한 1차 작전 선수의 차명 계좌 내역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수익을 내달라며 계좌만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절연했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되는 또 하나의 증거다.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돈거래

뉴스타파가 입수한 ‘1차 작전 선수 문건’ 중에는 특정인의 계좌 내역이 담긴 3장짜리 문서가 들어 있다. 문서의 제목은 ‘계좌별 거래 명세표’, 기업은행 신수동 지점에서 2011년 6월 1일 출력된 문서다. 
예금주 이름은 권 모 씨로 되어 있다. 취재진은 주가조작 선수 이 씨가 보유했던 문건 사이에 왜 전혀 무관해보이는 제 3자의 계좌 내역이 포함되어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권 씨는 대체 누구일까. 
1차 작전 선수 문건에 들어있던 권 모 씨의 계좌별 거래 명세표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법원을 통해 입수한 검찰 수사 기록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자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검찰의 종합의견서에는 선수 이 씨의 검찰 진술조서가 인용되어 있는데, 바로 여기에 권 씨의 이름이 등장했던 것이다. 
검찰 종합 의견서 (2022.12.20)에 인용된 2021.2.23자 이00 진술서 일부 
○ 이00 : 저는 차명으로 가지고 있던 지인 권OO 명의의 증권 계좌를 이용해서 2-3억 원 정도를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하였습니다.

● 검사 : 이00 명의 계좌는 어떻게 구해서 사용한 것인가요?

○ 이00 : 권00은 제가 이혼했을 때 잠시 만났던 여자친구였습니다.  

2021.2.23. 이00 진술조서
즉, 권 씨의 계좌는 선수 이 씨의 차명 계좌였던 것이다. 그런데 거래 내역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2010년 3월 4일 오후 3시 8분 1천만 원을 보냈는데, 돈을 받은 상대방 이름이 김건희였던 것이다. 
보낸 돈은 1천만 원에 그치지 않았다. 3시 9분과 11분, 12분에 각각 1천만 원 씩을 더 보내서 4천만 원, 여기에 3시 14분 7백만 원을 더 보내서 도합 4,700만 원이다.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작전 선수 이 씨의 차명 계좌 내역. 2010년 3월 4일 4천 7백만 원을 송금한 내역이다,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작전 선수 이 씨가 4,700만 원을 송금한 상대방의 이름은 김건희로 되어 있다.
주가조작 선수 이 씨는 도이치 1차 작전 당시인 2010년 1월 12일부터 29일 사이, 김건희 여사의 신한금융투자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였다. 이 씨가 김건희 여사로부터 돈을 보낸 3월 4일은 이로부터 한 달이 넘은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였던 2021년 9월 TV 토론에서 “이 씨에게 위탁 관리를 맡겼을 뿐이고 손실을 봐서 돈을 빼고 절연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계좌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절연했을 뿐이라던 이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액을 송금한 이유는 무엇일까?  

1차 작전 선수 “김건희 여사에게 투자 받았다 돌려준 것”   

뉴스타파는 공판 기록에서도 관련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4월 22일 공판에서 있었던 검사와 1차 작전 선수 이 씨 사이의 문답이다. 
○ 검사 : 증인은 김건희 씨하고도 금전 거래 관계가 있던데 그건 어떤 명분으로 금전거래를 한 건가요?

● 이00 : 그때 무언가를 하려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그걸 안하게 돼서 돈을 돌려준걸로 알고 있습니다.

○ 검사: 김건희의 경우에는 투자를 받았다가 안 하게 돼서 돌려줬다는 건가요?

● 이00 :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1차 작전 선수 이00 법정 증인 신문 중 (2022.4.22)
이 씨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는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와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외에 모종의 다른 투자를 시도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투자는 대체 무엇일까, 이 씨가 하던 사업에 투자한 것일까 아니면 이 씨를 통해 또 다른 주식에 투자한 것일까. 
물론 이 씨의 답변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도 있다. 이 씨와 김건희 여사 사이의 돈거래에 투자나 주식과 무관한 다른 사정,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속사정이 있을 가능성이다.
어느 쪽이든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설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은 이 씨에게 김건희 여사와의 돈거래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건희 여사 역시 한 차례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따라서 ‘의문의 돈거래’의 진실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김건희, 2차 작전 세력과도 돈거래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 사이의 돈거래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는 2차 작전 세력의 거점이었던 B 인베스트에도 15억 원을 빌려줬다. 이같은 사실은 공판을 통해 공개됐고,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 검사 : 김건희 자금 15억 빌렸죠? 당시 연락을 누가 했습니까?

● B 인베스트 이 모 대표 :  권오수 회장에게 자금을 부탁했고 권오수가 자금이 없어서 알아봐준다고 했습니다. 그 뒤 김건희 씨 자금이 들어와서 투자를 한 겁니다.

1차 작전 선수 이00 법정 증인 신문 중 (2022.4.22)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2차 작전 세력과 김건희 여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 판결을 통해 2차 작전 세력에게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유죄로 판결된 2차 작전세력의 통정 매매를 직접 승인하는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도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됐다. 

단순 ‘쩐주’ 맞나… 대통령실 묵묵 부답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가 단순한 ‘쩐주’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즉 주가 조작 작전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보도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선수’ 이 씨와의 거액의 돈거래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뉴스타파는 대통령실에 단순히 수익을 내달라며 계좌를 맡겼다던 1차 작전 선수 이 씨로부터 김건희 여사가 수천만 원을 송금받은 이유와 경위에 대해 질의했으나 대통령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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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촬영정형민 김기철
편집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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