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뉴스]재벌 풀어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 전문 공개

2015년 05월 27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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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1일 오전 10시. 법무부장관 회의실. 8.15 특별사면을 위한 사면심사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2008년 6월 이명박 정부 첫 사면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무려 4만 9천여 명이 특별사면 대상에 올랐다. 특별사면 대상에는 정몽구(현대), 김승연(한화), 최태원(SK) 등 재벌총수들과 우근민(제주지사) 등 자치단체장, 그리고 방상훈(조선일보), 송필호(중앙일보), 김병건(동아일보), 조희준(국민일보)을 비롯한 언론사 사주 등 정.재계, 언론계 주요인물 134명도 포함됐다.

언론사 사주를 포함한 것에 대해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이 의문을 제기하자 법무법인 세종의 유창종 변호사가 부적절하지 않다고 항변하면서 언론사 사주 사면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 2008년 8월 11일
  • 곽배희 위원 : 이번 사면에 언론사 사주를 포함시키는 안은 부적절한 것은 아닌지 의문임

  • 유창종 위원 : 언론사 사주에 대한 정치적 성격과 건국 60년 및 광복 63주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감안할 때 이번 사면에 언론사 사주를 포함시키는 안이 부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음

반면, 재벌총수 사면에 대해서는 민간인 사면심사위원 4명 모두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문성우 법무부 차관이 “부적정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에 한해 의결에 부치겠다”고 하자 아무도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 2008년 8월 11일(계속)
  • 권영건 위원 : 이번 특별사면에 현대자동차 그룹, SK그룹, 한화그룹 관련자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국민적 관심사임. 3대 그룹 회장이 사면되지 않아서 그룹의 경제활동에 어떤 지장을 초래하는 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음. 특히 대그룹 관련자들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도 특혜를 입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면을 해주는 경우 2중의 특혜가 될 우려가 있음. 다만,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고유권한인 사면권의 본질에 비추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할 필요도 있는 것이 사실임.

  • 오영근 위원 : 최근 검찰이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 상고를 제기한 점에 비추어 정몽구 회장 등에 대한 사면은 통치권의 행사가 아니라 권력의 남용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있음. 이러한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임.

  • 유창종 위원 : 이번 사면에 특정인이 포함되어 사면의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임. 주요 대상자 중 기타나 지방인사들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하여 사면의 명분을 어떻게 부여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할 것으로 보임

  •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이인규 : 형사처벌받은 경제인이 특별사면.복권되지 않으면 일정한 기간동안 회사의 이사나 주주 취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투자촉진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하여 경제인 사면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임. 아마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됨.

  • 유창종 위원 : 검토 대상자 중에 일부 인사에 대한 부적정 의결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의문임

  • 곽배희 위원 :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통치권 차원의 결단인 점을 고려하여 법무부에서 마련한 원안에 찬성하나, 일부 대상자에 대하여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의견을 부기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봄

  • 유창종 위원 :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보좌하는 법무부장관의 역할에는 적절성에 대한 의견개진도 포함된다고 보며, 따라서 원안에 찬성하더라도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함

  • 법무부차관 문성우 : 이제 각 대상자들에 대한 특별사면·복권·감형 상신의 적정성 여부를 의결에 부치도록 하겠음. 양해하여주신다면 심사대상자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위원님들께서 특별히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시는 경우는 개별적으로 의결에 부치고, 나머지 대상자에 대하여는 적정 의결된 것으로 처리하도록 하겠음

  • 다른위원들 : (특별한 의견 제시 없음)

  • 법무부차관 문성우 : 앞서 논의에서 일부 부적정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의견을 개진하여 주시기 바람

  • 다른위원들 : (특별한 의견 제시 없음)

  • 법무부차관 문성우 : 다른 의견이 없으므로 법무부장관이 특별사면 등 상신의 적정성 여부 심사를 요청한 49,262명에 대하여 적정 의결되었음

이듬해인 2009년에도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위한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2009년 8월 6일 열린 사면심사위원회에서는 생계형 범죄가 사면심사 대상이었는데, 뇌물수수도 생계형 범죄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 2009년 8월 6일
  •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진경준 : 금번 위원회의 심의 안건은 정치인.공직자 등의 부정부패, 경제인들의 기업 비리에 대한 사면은 일체 배제하고, 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어 서민경제 활성화를 통한 민생안정과 국민통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생계형 서민사범에 대한 사면 상신 심의안입니다.

  • 오영근 위원 : 예컨대 뇌물수수 이런 거는 제외범죄입니까? 사실 뇌물수수 같은 경우도 생계형 범죄들이 있을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몇 푼 먹고 잡혀 가지고 한 사람들 같은 경우도 있으니, 특별사면 같은 경우 죄명보다는 그 사람을 중심으로 봐서 죄명이 중하더라도 그게 보면 같은 죄명이라도, 예를 들어 공무집행방해라도 심한 것부터 우발적인 것까지 있을 때 이런 사람도 생계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것들을 일반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특별사면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습니까.

  • 법무부 검찰국장 한상대 : 생계형으로 분류하다 보니까 뇌물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오 교수님 처럼 자세히 설명하면 사람들이 알아듣는데, 뇌물을 포함시켰다 그래서 기자들이 뇌물이 어떻게 생계형이냐고 물어보면 설명하기도 곤란한 면이 있습니다. 저희도 공무원이니까 공무원끼리 봐주려고 그런 것이 아니냐고 그런 모양새도 좀 있습니다.

  • 유창종 위원 : 내가 보기에 오교수님께서 정말 재미난 지적을 하셨는데 이번에는 새로 포함시킬 필요가 없지만 앞으로 심사를 할 때는 고위직은 안 되도 직급자체도 하위 직급으로 뇌물수수 액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경우는 생계형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한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오영근 위원 : 공갈죄도 배제되어 있지만 동네 지나가는 애들 상대로 ‘삥' 뜯는 것도 공갈죄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도 한번 검토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 권영건 위원 : 뇌물 받을 정도 되면 상당한 권한도 있고 직업도 안정되어 있는 상태 아닙니까. 그러니까 생계형으로 보면 안될 것 같습니다.

  • 유창종 위원 : 실제로 수사를 하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천만원, 2천만원씩 특정한 사안과 관련하여 받은 경우도 있지만 하위직의 건축과 직원이나 음식 단속하는 직원들이 들락날락 하다가 얼굴 익어지면 형님, 동생하다가 명절 때 얼마 받고 얼마 받고 몇 년 되다 보니까 액수가 늘어나고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혹시 그런 사례는 이미 다 용서 받았겠지만 혹시 남아 있는 사람이 있거든 구태여 절대 안 된다. 이럴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 곽배희 위원 : 그래도 뇌물이라는 것은 절대 안 될 것 같은데요.

  • 오영근 위원 : 그런 조직적으로 받는 사람은 잘 안걸리고요. 어쩌나가 한번 먹은 놈이 걸릴 수 있거든요.

결국 뇌물수수는 정부안대로 사면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뇌물수수에 관대한 일부 위원들의 발언은 정부의 사면권을 견제해야할 사면심사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2009년 8월 6일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에는 2008년 8월 특별사면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008년 6월 형이 확정된 지 2개월만에 사면됐는데, 당시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사면된 이유에 대해 주고 받은 대화도 나와 있다.

  • 2009년 8월 6일(계속)
  • 유창종 위원 : 정몽구 회장 이런 분은 사회봉사명령을 다 마쳤나요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소병철 : 못 마쳤죠. 왜냐하면 그때 시간이 촉급해 가지고요. 일정에 못 맞추었습니다. 상당시간은 많이 했죠. ⅔ 가까이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 오영근 위원 : 사회봉사명령 받은 사람들은 다 이행해야 사면 대상인 것이죠.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소병철 : 아니 지난번에는 그렇지 않았죠.

  • 유창종 위원 : 반드시 그렇지 않았죠.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소병철 : 원 판결이 없어져버리면 그것도 없어져 버리니까요.

법무부 산하의 사면심사위원회는 특별사면 등이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심사 및 자문하는 기구다. 사면권에 대한 권력 남용의 문제가 있어 2008년부터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해 사면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사면심사위는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 장관과 차관, 검찰국장, 범죄예방국장 그리고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 5명이 당연직이고 여기에 4명의 외부 위원이 포함된다.

특별사면은 사면심사위원회가 구성된 이후에도 여전히 비판을 받고 있다. 권력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측면에서다. 대표적인 예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사면 심사위원회 개최 건이다. 당시 모든 심사위원들은 국익 운운하며 적극적으로 이건희 사면을 지지했다. 특히 삼성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 세종의 유창종 변호사가 이건희 사면을 적극 주장하는 발언도 눈에 띈다. 유창종 변호사는 불과 1년 전 재벌총수 사면 때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유창종 위원 : 나는 검사로서 수사를 하고 또 엄단을 하고 사면하면 안 된다고 그 당시에는 내가 주장했던 사람인데, 내가 변호사가 되어 중국쪽 업무를 맡은 뒤 중국에 나가서 세계 경제동향과 북경과 상해라는 독특한 지역과 국제간의 기업경쟁을 보면서 우리나라 축구선수 하나가 다리 하나 삐었냐 안 삐었냐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는데, 우리 국제 기업경쟁이라는 축구장에 나가서 뛰는 우리나라 몇 개 대기업들 이거는 우리가 좀 미워도 속상해도 세계무대에 나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다리 묶은 것을 풀어주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고, 지금 삼성, SK, LG가 갖는 세계무대에서의 경쟁의 중요성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축구선수 주전멤버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그 사람 하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세계 경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지난번 과감한 조치를 했듯이, 삼성이라는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상처를 덜 받고 빨리 주전 선수로 뛸 수 있도록 적절히 빨리 풀어주는 것이 옳은 것 같아요.

사면심사위원회 운영에 대한 폐쇄성과 비밀주의 역시 문제다. 사면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은 사면이 시행된 후 5년 이후부터만 공개되고 있고, 기본적인 정보라 할 수 있는 사면심사위원회 명단 역시 계속 비공개 되다가 소송으로 대법원까지 가서야 공개하라는 판결이 2010년에 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전인 2009년 12월 회의록에는 회의록 공개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면심사위원들의 발언도 나온다.

  • 2009년 12월 24일
  • 유창종 위원 : 지난번에도 보니까 사면위원이 누구냐고 자꾸 물어오던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권익환 : 잠깐 말씀드리면 항소심까지는 패소하였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상고를 제기하여 대법원에서 심리중입니다.

  • 오영근 위원 : 임기 끝날 때까지 안 끝날 수도 있겠네요.

  • 권영건 위원 : 공개하면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 법무부 형사기획과 권익환 : 위원님들이 외부의 어떤 부탁이나 위협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 법무부차관 황희철 : 공개되면 위원님들이 엄청나게 괴로움을 당하실 것 같습니다. 만약 외부 위원님들의 명단이 알려진다면 집중포화를 받을 것 같습니다.

  • 유창종 위원 : 최근 행태를 보아서는 메일이나 전화로 별의별 인신공격적인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 오영근 위원 : 우리 사면심사위원도 뇌물죄의 주체가 되는 거죠. 민간인의 경우도요.

  •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권익환 : 사면법에 공무원으로 의제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도 특별사면과 관련해 앞서 언급된 문제들이 늘 논란이 됐었다. 측근과 경제인에 대한 사면권 남용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는데, 사면심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속해서 지켜봐야 할 일이다.

뉴스타파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사면심사위원회 시작 이후 2015년 현재까지의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에 대해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모두 4건의 회의록 전문을 받았다. 2010년 이후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사면법(10조의 2)상 5년이 지나지 않아 비공개 됐다. 공개된 4건의 회의록은 다음과 같다.

■ 2008년 5월 29일 : 불우수형자 사면 건■ 2008년 8월 11일 : 경제살리기.국민대통합(정몽구, 우근민 등) 사면 건■ 2009년 8월 6일 : 생계형 범죄 사면 건■ 2009년 12월 24일 : 이건희 사면 건

이상 4건의 사면심사회의록 전문을 아래와 같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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