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전 위원장과 정책 국과장 직권남용 혐의
실무 과장은 직무유기와 업무 관리 부실 의심돼

내가 엘지유플러스 권영수와 일면식이 있는데, 내가 사업자(권영수)한테 전화할 테니까 일주일만 조사를 연기해 주면 안되겠느냐. 일주일만 연기해 가지고 엘지가 시정되면 좋은 거 아니겠냐. 그때 조사해도 좋지 않겠냐.

2016년 5월 말 박근혜 정부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이 엘지유플러스의 이동통신단말기 유통법 위법행위 사실조사를 2주일 앞두고 위원회 조사담당관에게 한 말이다. 오랜 친구인 권영수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을 “일면식이 있는 사람"일 뿐으로 줄여 말하며 위법행위 사실조사를 연기해 줄 것을 종용한 정황으로, 방통위 감사에서 밝혀졌다. 방통위는 최성준 전 위원장이 직권을 남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이달 8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9일 최 전 위원장은 사실조사를 앞둔 엘지유플러스 최고경영자에게 전화한 것의 적정성 여부와 위법행위 증거인멸 시간 벌어 주기 의혹을 두고 “위법행위를 신속히 파악해 중단시키라고 경고한 것"이고 “위법행위 관련 자료는 전산자료로서 없앨 수가 없다"고 밝혀 왔다. 권영수 엘지유플러스 부회장과 일면식이 있으니 사실조사를 일주일 연기해 줄 수 있겠느냐고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에게 청한 게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9일 오전 최성준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가 보내온 이메일 답변

박근혜 정부 방통위에서 최 전 위원장과 함께 일한 이기주 전 상임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2016년 6월 16일 ‘엘지유플러스 위법행위 관련 사실조사 거부·방해에 관한 사항’을 보고 받으며 “저는 평소에도 우리 위원회에서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이거나 논의 중에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 상임위원이 대외에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업무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때 사실조사를 총괄 지휘한 박 아무개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마저도 “조사 중에 있는 사항에 대해서 사전에 유출이 된 것도 저희들 실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방통위 안팎에서 상식으로 통한다. 최성준 전 위원장이 내세운 ‘없앨 수 없는 전산자료'를 얼마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미리 전화한 게 옳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중론. 특히 2016년 6월 1일 방통위가 엘지유플러스 위법행위 사실조사를 나간 근거에는 ‘긴급한 경우나 사전에 통지하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경우'가 포함돼 있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최 전 위원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2016년 6월 2일 방통위가 배포한 엘지유플러스 사실조사 거부 관련 보도참고자료. 증거인멸을 우려한 사실조사였음을 내보였다.

엘지유플러스 실무진, 방통위 쪽 ‘미리 알림' 알고 대응

2016년 9월 7일 이은재 엘지유플러스 BS(Business Division)본부 사업본부장은 “실태점검 기간인 지난 (2016년) 5월 말에 위원회로부터 당사의 (이동전화단말기) 법인영업 월경 건수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즉시 조치 가능한 방안과 준비 기간을 거쳐야만 시행 가능한 방안을 함께 검토했다”고 말했다. 최성준 전 위원장이 사실조사를 앞두고 권영수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에게 ‘경고' 전화를 했을 무렵이다.

권 부회장도 적극 대응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규태 엘지유플러스 CRO 공정경쟁담당 상무보가 2016년 9월 7일 방통위 제51차 회의에 출석해 “방통위에서 저희에게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저희 나름대로는 CEO 지시 하에 개선 활동을 해 오던 차였다”고 진술한 것. 권 부회장의 지시가 사실조사 거부에까지 닿았는지를 두고 검찰 수사에 눈길이 쏠린다.

엘지유플러스는 2016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법인에 제공했어야 할 이동전화 상품을 5만3500여 개인에게 팔았다. 56개 유통점에서 새 가입자 3716명에게 단말기 지원금을 평균 19만2000원씩 더 줘 다른 소비자와 차별했다. 모두 이동전화단말기 유통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방송통신 경품 시장조사 자료 사라져

뉴스타파가 2016년 10월부터 연속 보도한 ‘4대 통신사업자 과징금 100억 원 봐주기’ 사건 관련 2015년 3월 치 시장조사 자료가 사라진 사실도 확인됐다. 2015년 1월 ~ 2월에 확보한 방송통신 결합판매 경품 위법행위 사전 실태점검 자료 14만7641건과 그해 3월부터 시작한 사실(현장)조사로 얻은 증거 자료가 모두 증발했다는 것. 방통위 감사팀은 시장조사관 인사 이동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될 뿐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그때 시장조사를 지휘한 김 아무개 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에게 부실한 업무관리 책임을 묻기로 했다.

김 전 과장은 통신사업자 과징금 봐주기 사건과 관련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있어 검찰 수사를 함께 받게 됐다. 김 과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박 아무개 전 이용자정책국장도 같은 사건을 두고 직무를 유기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있어 검찰 수사를 받는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달 7일 최성준 전 위원장과 정책 국과장 내부 감사 결과를 두고 “(검찰) 수사 의뢰인데 사실상 형사 고발"이라고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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