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여러차례 자신의 삼성제품 홍보활동을 알리거나 인사를 청탁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른바 ‘장충기문자’ 파일에서 확인됐다. 이 고위 법관은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부부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맡고 있어, 재판의 공정성에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장충기문자’에 따르면, 강민구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부산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 사이에 총 13건의 문자 메시지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냈다. 강민구 당시 부산지방법원장이 삼성의 대외협력업무 최고책임자인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들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법관이 보냈다고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내용들로 가득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 “삼성 페이 스쳐가듯 소개했다”고 장충기에게 문자

강민구 부장판사는 법조계에서 IT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자신이 직접 스마트폰 활용 영상 등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왔다. 대법원 사법정보화발전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그는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만들 때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했다. 팔목에는 삼성의 스마트워치도 끼고 다녔다. 강민구 당시 부산지법원장은 2015년 12월 15일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자신이 만든 유튜브 영상 링크를 포함시키고, 영상에 삼성의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을 소개했다고 적었다. 그가 만든 영상을 확인해보니 실제 문자 내용 그대로였다.

삼성 페이의 그림을 붙이고 복사하고 있습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6년 1월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새해 인사 문자에서는 자신이 삼성 페이를 쓴다는 사실도  알렸다.

강민구 판사는 장충기에게 법원 내부 사정까지 시시콜콜하게 문자로 알렸다. 지난 2015년 8월, 대법관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강 판사는 장충기 사장에게 ‘감사인사’라는 제목의 문자를 보냈다.

먼저 보낸 문자에서는 낙마 이유를 자신의 부족함이라고 했던 그는, 같은 날 보낸 또 다른 문자에서는 남탓을 했다.

뉴스타파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와 그룹 차원의 지원의혹 보도 3일 뒤에도 강민구는 장충기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는 양생법, 즉 오래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취지의 인터넷 칼럼을 장충기에게 전달했다.

강민구는 친동생의 인사와 관련된 내용도 문자로 보냈다. 문자의 마지막에는 “그동안 진 신세를 가슴에 새긴다”고 적었다.

법관윤리강령 제3조는 “법관은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장충기문자를 통해 확인된 강민구 부장판사와 장충기의 관계는 강 판사가 담당하는 삼성 관련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케 할 수 있다.

강민구, 삼성 경영권 관련 이부진-임우재 이혼소송 항소심 맡아

그런데 실제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삼성 관련 소송을 현재 맡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부부의 이혼 소송 항소심이 그가 속해 있는 서울고법 가사3부 담당사건이다. 이 이혼소송은 삼성그룹의 주식 분할과 경영권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산 분할) 대상 자체가 경영권 주식이기 때문에 삼성 그룹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사건인데 (강민구 판사가)수뇌부 인사와 친하다는 게 단순한 억측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장충기 문자를 보면)심각한 의문이 드는거죠.
법관 스스로 공정성에 의문이 들 수 있는 상황에 처하면 회피할 수 있는 제도가 있거든요. 이 사건이라면 당연히 기피 신청 이전에 회피라는 제도를 통해서 다른 재판부가 하는 게 타당하지 않았나.

김종식 변호사(법무법인 린) / 임우재측 변호인

이혼소송 중이던 지난 3월, 임우재 전 고문측은 강 판사와 삼성 수뇌부의 관계가 의심된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었다. 하지만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고법은 기피 신청은 한차례 기각했다.

헌법상 신분이 독립돼 있고 중립성이 담보돼야할 위치에 있잖아요. 국민들도 재판 결과를 신뢰하고 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공정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간과가 된다면 국민의 사법신뢰에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고요.

김종식 변호사(법무법인 린) / 임우재측 변호인

뉴스타파는 강 부장판사의 해명을 듣기위해 전화를 걸었다. 강 판사는 취재진이 장충기문자에 대해 묻자 바로 전화를 끊었고 더 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영상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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