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장충기문자 대공개] ‘삼성정보원’ 된 국정원… 장충기에게 "향기나는 동생 되고싶다”

2018년 04월 23일 22시 04분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른바 ‘장충기문자’ 파일에는 여러 명의 국정원 직원들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과 나눈 문자 메시지도 들어있다. 국정원의 최고위급 인사는 물론, 청와대에 파견나간 국정원 요원까지 장충기와 이런저런 명목으로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이들은 장충기에게 인사청탁을 하거나 특정 협력업체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가하면 장충기에게 청와대서 만든 대통령 선물도 제공했다. 환심을 사기 위한 목적인지, “향기나는 동생이 되고 싶다”는 내용의 낯뜨거운 문자를 보낸 국정원 직원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각종 정보를 수집, 관리해 온 국정원이 그동안 장충기에, 그리고 삼성에 어떤 정보를 갖다 바쳤는지를 엿볼 수 있는 문자도 확인됐다.

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2인자로 군림했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차관급이다. 그리고 지금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 수억 원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4년 1월 6일, 이헌수는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새해 인사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삼성의 지원 때문에 우리나라가 안정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삼성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감사 인사도 덧붙였다.

문자를 받은 장충기는 “다시 보자”는 답장을 보냈다.

이헌수는 아래 문자처럼 삼성전자의 한 협력업체와 관련된 민원도 장충기 사장에게 부탁했다.

2015년 11월에는 누군가의 인적사항을 보내주며 채용도 청탁했다.

뉴스타파는 이헌수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장충기문자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헌수는 장충기와의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장충기문자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장충기 사장과는 마산중학교 동문이다. 채용을 부탁하는 문자를 보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이유로 문자를 보냈을 것이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청와대에 갔다온 뒤 “사장님께 긴히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 도진호는 한때 삼성을 담당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을 나가 우병우 민정수석의 부하직원으로도 일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청문회에서 삼성 관련 정보를 우병우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바로 그 사람이다. 2016년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는 이런 얘기가 오갔다.

  • 장제원 국회의원 : 도진호에게는 어떤 보고를 주로 받으셨습니까? 지금 우병우팀이 전체적으로 국정원장을 거치지 않고 우병우 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제보가 있는 겁니다. 도진호 씨는 삼성 IO이지 않습니까? 삼성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에 대해서 수집했습니까?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 도진호 직원은 제가 청와대 들어갔을 때 이미 전 정부 때부터 거기에 근무하던 직원이었습니다.
  • 장제원 : 그런데요?
  • 우병우 : 그래서 당연히 제가 가니까 그 밑에 있는 직원으로서 같이 일을 했고요. 그 다음에 그 중간에 또 떠났습니다. 떠난 후에 삼성 어쩌고 한 거지, 저하고는 그 정도 관계입니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 2016년 12월 22일

도진호와 장충기가 처음 만난 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 직후인 2015년 9월이다. 당시는 삼성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던 시기였다.

첫 만남 직후 도진호는 장충기에게 문자를 보냈다. 당시 도진호가 보낸 문자에는 “향기나는 동생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사실상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다른 문자에는 청와대 일로 긴히 전화를 드린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청와대의 주요 정보를 장충기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며칠 뒤에는 청와대가 각계 인사들에게 보내는 추석 선물을 장충기에게도 보내겠다며 선심을 쓴 듯한 문자도 보냈다.

장충기는 고맙다고 답했다.

이렇게 관계를 맺은 뒤 도진호는 앞으로 보안을 유지하며 장충기에게 더 은밀한 보고를 하겠다는 취지의 문자까지 보냈다.

국정원 소속의 국가공무원이 삼성의 고급정보원이 되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과 삼성 장충기 사장이 주고받은 문자는 삼성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배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단초에 불과하다. 국가정보의 심장인 국정원도 삼성에겐 그저 정보를 물어오는 부속기관에 불과했던 것이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정지성, 윤석민,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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