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입수한 장충기 사장의 문자메시지에는 대학총장과 교수 등 총 12명의 학자들이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도 무더기로 들어 있다. 서울대 교수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라 불리는 유명 칼럼니스트도 다수 있었다. 대기업을 비판하거나, 때로는 대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우리사회 지식인들까지 장충기 사장에게 선물을 받거나,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난다.

장충기에게 선물 받은 서울대 교수들... “일반적 선물이라 생각했다”

장 사장은 진보, 보수학자를 가리지 않고 친분을 쌓고 선물을 보냈다. 문자에 등장하는 학자 13명 중 9명은 장충기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이중 6명은 선물을 받고 장충기 사장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다. 취재진은 삼성이 재단으로 있는 성균관대 총장 문자를 제외하고, 삼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대학 교수들을 일일이 접촉해 어떤 이유로 선물을 받았는지 묻고 답변을 들었다.

유명 칼럼니스트인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 그는 2016년 2월 1일 장충기 사장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취재진은 송 교수에게 어떤 선물을 왜 받았는지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다. 하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이메일로 질의를 보내자 송 교수는 “전화를 외면해서 미안하다”며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취재진은 송 교수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사회학자로서 대기업 사장이 보낸 선물을 받은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장 사장과는 어떤 관계였는지를 묻기 위해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공식인터뷰를 거절한 송 교수는 다시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서면 답변서에서 송 교수는 “장 사장과는 2013년 사장단 강연 초청으로 알게 됐다”며 “2015, 2016년 추석 명절선물과 2015년 음악회 티켓을 한 번 받았는데 가지 못했고, 명절선물로 작은 과일상자 한 번, 참기름 들기름 한과 세트도 한 번 받은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선물의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했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약소한 선물로 칼럼의 논지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란 법 시행 이전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의 강연료는 최대 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 교수는 2010년과 2015년 강연을 했다. 삼성사장단 회의 강연을 인연으로 명절선물과, 음악회티켓 등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장충기 사장으로부터 공기청정기를 선물받았다. 장 교수는 2015년 4월 24일, 장충기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내주신 공기청정기를 감사히 잘 쓰겠다”고 말했다.

장덕진 교수는  2015년 7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낮은 정부 신뢰 수준 등 한국이 가진 여러 문제점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청렴성과 투명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장 교수가 공기청정기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아는 선배와 인연이 있는 장충기 사장이 자신에게 먼저 연락해 와 식사를 몇번 했고, 이후 공기청정기를 보내왔기에 단순한 호의라 생각하고 받았다”며 “받은 선물을 돌려줄 방법도 없었고, 돌려준다는 것은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끊자는 뜻 아니겠나, 삼성과 이해관계가 있었다면 부적절하게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삼성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고, 평소 글에서 삼성을 옹호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2016년 3월 17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도 장충기 사장으로부터 음악회 티켓을 받고 감사문자를 보냈다.

강 교수는 “어느날 갑자기 음악회 티켓이 오기 시작했다”며 “삼성에서 문화사업의 하나로 구입한 음악회 표가 많이 남아 자신에게도 준 것으로 생각해 고맙게 받았다”고 말했다. 아래는 음악회 티켓을 받은 것에 대한 강 교수의 입장이다.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일상적으로 받았으면 당연하게 오는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어느날 갑자기 온 거예요 그 티켓이. 그러니 어쨌든 저야 뭐 이게 왜 왔지? 그러면서 집사람 갔다가 오고 좋다고 하니까 저야 이제 고마웠죠.
  • 기자 : 몇 번이나 받으셨어요?
  • 강 교수 : 그건 제가 기억이 안 나는데 한 2~3번 간 것 같은데
  • 기자 : 삼성도 당연히 다양하게 비판해야 하는 교수님들께서 이런 선물을 받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지
  • 강 교수 : 지금 일이 터지고 나서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분명히 있고, 그렇게 말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 됐는데, 당시 저로서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을 안 했었어요. 그냥 아까 말한 것처럼 표가 많이 남는가보다…

장충기 문자 속에는 서울대 성낙인 총장도 등장한다.

취재진은 선물을 받은 이유를 묻기 위해 성낙인 총장을 찾아갔지만, 성 총장을 만나지는 못했고 대신 서울대측을 통해 답변을 들었다. 서울대측은 “삼성전자연구소 공사 현장을 장충기 실장이 둘러보기 위해 방문했을 때 서울대에서 식사자리를 마련했고, 기념품의 경우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진보 성향 학자도 장충기에게 선물 받아... “세심한 배려 감사”

장충기 문자 속에서 진보 성향의 학자로 알려진 교수의 답례 문자도 있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5년 4월 17일 장충기에게 음악회 티켓을 받고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다”고 답장했다.

장충기 문자 메시지를 종합해보면, 2015년 4월 경 장 사장이 보낸 음악회 티켓은 ‘이반 피셔&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티켓으로 추정된다. 로얄석이 33만원에 달하는 음악회였다. 김 교수에게 음악회 티켓을 받은 이유를 물어봤다.

  •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몇 년 전 일이라 기억이 잘안나지만 제 생각으로는 사장단 회의에서 두 번 발표를 했기 때문에 그 고마움의 표현으로 음악회 티켓을 보내주지 않았나 생각을 했을 것 같고요. 그래서 그냥 간단히 문자 메시지로 고맙다고..
  • 기자 : (사장단)발표 하시고 사례금을 받으셨을거 아니에요?
  • 김 교수 : 그거는 그렇죠.
  • 기자 : 그와 별도로 해가 지나서 주는 공연 티켓을 받는 것도 답례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가 있을까요?
  • 김 교수 : 글쎄요. 그건 해석하기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제 생각에는 네 제 생각은 뭐 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고 또 그냥 뭐 답례의 연속이라고 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김호기 교수는 2012년과 2014년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강연을 했다.

김 교수와 삼성과의 연결고리는 하나 더 있다. 김 교수는 장 사장에게 문자를 보낸 5개월 뒤인 2015년 9월, 삼성이 자체 발족한 백혈병 보상위원회 보상위원으로 참여했다. 피해자측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성된 보상위원회에 이른바 진보학자로 분류되는 김 교수가 참여한 이력은 문재인 캠프 영입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의 임자운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김호기 교수가 참여한 삼성 자체 보상위원회는 반올림이나 조정위원 측에는 어떠한 합의도 없이 발족됐고, 보상절차를 강행했다. 당시 삼성에서는 자체 보상위가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된 기구라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김호기 교수를 삼성이 관리하고 있던 일종의 외부 지식인들, 외부 전문가로  의심했다. 그런 과정이 이번 메시지로 드러난 것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김 교수는 선물과 보상위 활동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상위원회에 참여했던 것은 보상의 시급성, 보상을 원하는 가족대책위원회 분들의 의견에 공감했기 때문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직후에 보상위 참여문제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보상위원회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김 교수가 보상위원을 그만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만큼 보상위가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는 뜻”이라며 “보상금 산정이나 보상대상 선정 등 보상절차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났을 때, 김 교수가 어떤 문제제기를 했고 내부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충기가 보낸 문자에는 이름 확인이 어려운 총장과 교수들도 있었다. 삼성은 이들에게 주로 최신형 갤럭시 휴대폰을 선물로 보냈다.

장충기 문자에 이름이 나오는 교수들 대부분은 각종 사회문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교수들은 큰 의미없이 장충기의 선물을 받고 감사 인사를 보냈다고 했지만, 이들 교수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삼성은)자기네들하고 이해관계가 없다고 그러면 단 1원도 쓰지 놈들이 아닙니다. 배운 바 없는 노동자들도요. 회사 관리자들이나 사장이 어깨를 딱 치면은 아 이놈이 뭐를 원하는 지 알아요. 그런데 지식인이라고 얘기하는 교수들이 생각 없이 받는다는 거는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거나 마찬가지예요 삼성한테. 그러면 삼성놈들은 그게 하나의 이제 그 고리가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본인이 삼성장학생인지도 모르고 삼성장학생이 되고.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그거를 뭐 거절할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늘 상 쓰는 말 중에 ‘마음만 받겠습니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교수님들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했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니었나, 오피니언이나 이런 데에서 청렴성을 강조한 것처럼 자신들도 그것에 부합하게 행동을 하는 게 그게 존경받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박상욱 / 서울대 사회학과 17학번

사실 사회학이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이렇게 사회의 진보를 외치는 학문 중 하나였고 또한 지금까지 기업들의 악행들을 고발해오던 역할들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그 분들이 어쨌든 삼성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라는 건 이걸 제어해야할 학문이 오히려 역할을 하지 않고 삼성과 어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좀 안타까운 측면이죠.

백인범 / 서울대 사회학과 16학번(학생연대 대표)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영상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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