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문자 1부] 삼성공화국의 엘리트들
2018년 04월 22일 19시 56분
장충기 문자에는 수많은 언론인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광고와 협찬, 인사청탁 등의 내용으로 장충기와 문자를 주고 받았던 언론인들의 이름이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자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언론계 인사들이 더 있었다.
1)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타파는 장충기 문자 파일에서 그가 삼성 장충기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여러 건 확인했다. 장충기 사장과 조선일보 기업 담당 데스크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고, 음악회 티켓을 잘 받았다며 감사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강 의원은 장충기 문자에 대해 묻는 뉴스타파의 질의서에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직을 맡기 전 민간인일 때의 골프 여부 등을 일일이 답할 의무가 없다고 본다. 부정한 접대는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2) 최영범 아시아경제 사장 (당시 문화일보 편집국장)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이른바 ‘면세점 전쟁’이 치열했던 2015년 7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를 비롯해 7개 대기업이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현재 아시아경제 사장으로 있는 당시 문화일보 최영범 편집국장은 7월 5일, 삼성 장충기 사장에게 ‘전화 받고 다시 확인했는데 독과점 문제는 문제가 안된다는 내용이 주 야마였다. 제목이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독과점을 우려하는 기사 (<10일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결과 앞두고 논란 확산(2015.7.3)>)가 문화일보에 실렸고, 삼성과 이부진 사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 최영범 국장이 장 사장에게 해명을 하는 내용이었다.
이어지는 문자에는 앞으로 이어질 보도내용까지 사실상 보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화주신 내용도 있고 해서 (내일 나갈 기사에서) 주차장이 막판 쟁점이 된다는 방향으로 각 기업들의 준비 상황을 다룰 예정이다. 주차장 문제는 신라가 단연 앞서니까, 내일자 주차장 기사를 통해 막판 분위기를 잡아 보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문자를 보낸 다음 날인 7월 6일자 문화일보에는 주차장 문제에 있어 신라면세점이 유리하다는 내용의 보도가 실렸다. (<시내면세점 선정 막판 쟁점 ‘대형버스 주차장’ 부상… 신청 기업마다 ‘부지 확보’ 총력전 (2015.7.6)>)
최영범 전 국장은 삼성 측에 보도 내용을 해명하고 보고한 이유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심사과정의 취재를 겸한 정보교환이었다”고 말했다.
3) 황충연 한겨레 전 이사 외
2015년 10월 2일, 장충기는 또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삼성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한겨레 황충연 이사에게 받은 문자라며 전달한 내용이다. 이 문자에서 황 이사는 한겨레 편집국 인사가 있다고 알려주며 “사회부문은 백혈병보상에 객관적 시각을 갖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또 하나의 문자가 전달된다.
이 문자 역시 황충연 이사가 보내온 문자라며 전달된 것인데 “사회정책부는 사회정책팀으로 축소”됐다며 백혈병 기사를 쓰던 부서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확인 결과 황 이사는 지난해 초 퇴사한 상태였다. 취재진은 황 이사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이 문자와 관련해 한겨레는 다음과 같은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2015년 8월, 또 하나의 문자가 장충기에게 전달된다.
이 문자에 언급된 당시 한겨레 국장은 이런 발언을 한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저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취지로 누군가 작성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밸류로 판단하는 겁니다. 누가 당부했다고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장충기문자에는 정석구 전 한겨레 편집인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 편집인 재직 시절 보낸 두 건의 문자다. 그동안 보내준 명절 선물을 사양하는 내용의 문자와 본인 자녀 혼사에 참석해 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는 문자였다.
정석구 전 편집인은 당시 문자를 보낸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나서 명절선물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어서 아예 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장충기 사장이 삼성 전체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삼성 계열사별로 공문을 보낼 수 없어서 장충기 사장한테 전체에 얘기를 해서 안 보내도록 하게 한 것이다. 기업체는 물론 다른 데도 청첩장을 보낸 게 없다. 알아서 오는 사람은 오고 그러는 거다. 장충기 사장하고는 제가 회사 경영을 했으니까 당연히 만났다.
4) 이동현 경향신문 사장, 송영승 전 경향신문 사장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된 이후 이동현 경향신문 사장은 장충기 사장에게 합병 성공을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경향신문 사장으로서 합병 축하 문자를 보내는 게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이 사장은 “인사로 그런 문자를 했던 것 같다. 저는 광고국장을 하다가 사장으로 왔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보도) 이후에 경향신문이 쭉 (삼성) 광고를 못 받아서 굉장히 고통을 받았다. 그걸 푸는게 제 직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동현 사장의 전임이었던 송영승 전 경향신문 사장도 퇴임 직후인 2015년 6월 장충기에게 “오랜 기간 신세 많이 졌다. 그간의 깊은 배려와 도움 마음으로 감사드린다”는 문자를 보냈고, 같은 해 12월에는 “지난 번 만났을 때 말씀하신 문제 좀 잘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보냈다.
비슷한 시기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도 장충기에게 “시간 되실 때 통화 부탁드린다. 송영승 사장 관련 답을 드려야할 것 같은데 뭐라고 말씀드리는게 좋을는지"라며 문자를 보냈다. 송영승 전 사장과 관련해 누군가에게 답을 주기 전, 장충기 사장의 의견을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10개월 후인 2016년 12월, 송 전 사장은 삼성언론재단 이사로 선임됐다. 뉴스타파는 장충기문자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송 전 사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5) 배인준 EBS 감사 (전 동아일보 주필)
배인준 EBS 감사는동아일보 주필이던 2010년부터 지금까지 삼성언론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 고문으로 재직하다 퇴임한 후 장충기에게 만남과 통화를 요청하는 문자를 여러 건 보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연구소와 싱크탱크와 관련해 장충기 사장의 도움을 부탁했던 것처럼 보이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고,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편향 논란이 있던 배인준 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배인준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장충기 사장에게) 거취를 부탁했다기보다 동아일보를 오래 재직하다가 나와서 여러 사람과 소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6) 임채청 동아일보 부사장, 조복래 콘텐츠융합담당 상무, 이창섭 당시 편집국장 직무대행
뉴스타파는 그밖에도 이미 언론을 통해 장충기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됐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언론인들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명확한 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청와대 내부 동향을 장 사장에게 전하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 지 주목되던 시점에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확정했다며 축하 문자를 보냈던 임채청 동아일보 부사장. 취재진이 전화를 걸 때마다 회의 중이라고 말하며 “질문을 하고 싶으면 회사 경영총괄팀을 통해 절차를 밟으라”고 답했다.
연합뉴스의 조복래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는 2016년 7월의 뉴스타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보도가 천박한 기사라며 다루지 않겠다고 장충기에게 알렸고, 김장겸 당시 MBC 보도본부장과 장충기 사장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조복래 상무에게도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역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기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장충기 사장의 생각을 평소에 들어놓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던 연합뉴스 이창섭 당시 편집국장 직무대행.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에서 삼성을 위해 ‘진심으로 열심’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창섭 전 편집국장 대행은 장충기 문자로 언론에 이름이 공개된 후인 지난 2일,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았다. 황영기 회장의 ‘(삼성에) 진심으로 열심’이라는 평가에 대해 반박하거나 해명할 것이 없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이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영상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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