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입수한 장충기 문자에는 발신자가 표시되지 않은 문자메시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그 중 상당수는 누군가가 장충기에게 비밀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장충기가 받은 정보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상황, 대법원의 재판상황, 청와대 인사 정보나 국정원이 생산한 정보까지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 인사검증이나 대법원 재판 정보는 결과가 공개되기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전에 장충기에게 전달됐다.

2014년 12월 26일, 누군가 장충기에게 아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 지금 막 압수수색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온 직원으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24일 저녁 7시에 조사장 긴급체포 영장을 신청했다가 25일 새벽에 기각당하고 나서 25일 오후 3시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서 7시 30분경 영장을 발부받아 오늘 오전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부장이 극도의 보안유지 지시를 내려 전화도 안받았다는군요.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빠뜨려 송구스럽습니다.

문자에 등장하는 ‘조사장’은 LG전자 조성진 사장이다. 문자가 전달될 당시 조 사장은 일명 ‘삼성세탁기 파손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문자 내용으로 보아 검찰 내부 인사 누군가가 장충기에게 수사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문자가 전달된 12월 26일 검찰은 LG전자 본사와 관련 사업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수사 비밀이 사건의 당사자인 삼성 쪽으로 실시간 빠져나갔던 것이다.

2015년 1월 11일에는 ‘극비’라고 적힌 문자메시지가 장충기에게 전달됐다.

극비_보안유지 요망 민정수석 후보자로 박상옥(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11기, 경 기고 서울대, 전북부지검장)에 대해 세평 정리 등 특감반에서 진행중임 2015년 1월 11일

이틀 뒤, 문자와 같은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박상옥 전 북부지검장이 민정수석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의 인사관련 정보가 장충기를 통해 삼성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청와대 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이 외에도 많았다. 청와대에서 진행 중인 인사검증 사실이 실시간으로 전달된 문자도 있었고,

현재 변OO(1958년생 17기 대구대륜고 서울대법대) 중앙대 로스쿨 교수 화우의 장OO(1963년생 18기 숭실고 서울대법대. 경주지청장 등 검사출신) 변호사 김앤장 지OO(1964년생 19기 전주고 연세대법대. 고양지청장 등 검사출신) 변호사 로고스 김OO(1958년생 12기 경기고 서울대법대. 서울고법 부장 등 판사 출신) 변호사의 이름이 공직 인사검증 대상자로 거론됨. 어떤 자리에 대한 검증인지는 알려지지 않음. 변OO 교수는 이미 정권출범때 한번 법무비서관에 거론된 적 있음. 대통령 측근인 최외출 영남대부총장의 친동생(충북대 교 수)과 절친이라고 함. 최외출 부총장의 요청으로 지난 대선때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함께 참여. 인사 검증중이라는 애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966년생 서울영동고 서울대법대. 21기.

2015년 1월 27일 / 발신자 미상

오늘 내부에서 들은 애기입니다.
민정비서관은 24기 권OO 전 서울형사1부장 자타공히 기수선
두 특감반장은 31기 김OO 남부지검 검사 우병우가 중수부
근무시절 함께근무 경력 모두 tk출신

한 일간지 대표는 청와대를 취재한 인사 관련 정보를 장충기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임채청 대표입니다.
                그리고 조금전 BH 정 애기로는 V께서 아직 정하지 못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인물 3, 4명 놓고 고심 중이랍니다
                유승민도 오늘 저녁

청와대 직원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정보도 장충기에게 전달됐는데, 청와대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청 민정수석실 골프접대로 사표제출한 행정관은 이OO.
이OO은 서병수 보좌관출신으로 민정비서관 근무중 수차례
골프접대를 받았고 동료행정관까지 동행시키다가 이번에 걸렸고 합니다.
사안이 중대하진 않지만 민정 내 기강확립을 위해 대기발령,
사표권고했다고 합니다.
이OO 행정관 접대한 기업은 방산업체 "OO컴텍"이라고 합니다.
대표 김OO(53년생)13년 총매출 385억원

2015년 2월 5일

장충기에게 전달된 정보는 청와대 내부 정보만이 아니었다. 검찰의 경우 인사와 함께 수사 진행 상황을 전하는 문자가 많았다. 2015년 2월 발표된 검찰 고위직 인사 정보는 언론 발표 하루 전날 장충기에게 전달됐다.

검찰 인사 곧 날 것 같은데, 김수남 대검차장, 박성재 서울지검장인 것 같습니다.
17기 고검장 승진 못한 검사장 신경식 백종수 강경필 한무근 등 모두 사표냈습니다.
임정혁은 서울고검장인 듯…

2015년 2월 5일

“장충기가 받은 청와대와 검찰 정보, 언론보다 빨랐다”

심지어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의 삼성 관련 정보가 고스란히 흘러들어가기도 했다.

(조금 전 대검 범정에서 받은 내용입니다)
삼성그룹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구두지침 하달
전계열사 당분간 공무원 및 언론기자단과의 저녁만찬 모두 금지할것
점심도 되도록이면 피하고 아예 만나지 말것 공연히 오해받기 쉽다는 취지.
이완구총리의 공직기강확립지시로 관가 얼어붙는 가운데(성매매단속, 근무위치 단속) 삼성그룹의 금일 금지령(공무원및 기자단접촉)이 재계전체로 확산될 가능성 농후 특히 삼성그룹은 공무원접대 골프금지 엄명내림

2015년 3월 27일/발신자 미상

경찰청이 삼성을 상대로 수집한 정보도 장충기에게 전달됐다.

경찰 내부 정보보고 내용입니다.
삼성 5월중 중대발표 할 듯
-삼성이 5월중에 ‘중대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함
-5월은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지 1년이 되는 시점. 이 회장은 지난해 5월10일 밤 입원했음.
-현재 삼성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유력한 정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임.
-삼성은 현재 날짜를 조율중이라고 하며, 이 회장 입원 1주기인 5월10일을 놓고 고심중이라고 함.
-삼성 내부에서는 5월 10일을 놓고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함. 반대파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날을 골라 승진 발표를 하는 것은 회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입장. 찬성파는 <이건희 회장 입원 1년> 등 언론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쪽.
-또 다른 관측은 이건희 회장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사망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 여론이 사실상 사망상태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지않기로 했다는 것.
-삼성 내부 관계자들에 확인한 결과 어떤 내용이 됐건 5월에 큰 발표가 있는 것은 맞는 것으로 보임. 삼성 임원들은 관련내용에 대해 문의하면 대답을 회피하거나 애써 말을 돌리는 중.

2015년 4월 16일

국정원 정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2건의 국정원 정보가 장충기문자에서 확인됐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정보와 메르스 관련 정보로, 청와대와 국민연금 내부의 은밀한 정보를 담은 내용이었다.

세종시 현장.
국정원 IO가 전해준 내용입니다. 병원 통해서 상세한 상황 파악해보겠습니다.
VIP께서는 5분간 문형표장관으로부터 현황을보고받으심
"삼성병원에서 환자가 많이나오는데 환자, 가족뿐아니라 방문자에 대해서도 신고받아서 관리하고, 현장 즉각대응팀 병원관계자 행정요원이 신속히 상황 진단하고 필요사항은 관계부처 지원을 받도록" 지시. 또한 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군인력 등 활용방안 검토.기타 역학조사관 부족, 관련전문가 부족 여부 등을 하문하셨습니다.

2015년 6월 17일/발신자 미상

국정원 정보라고 하는데, 확인 중입니다. 국정원의 그룹 출입 IO 김OO 애기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주주의결권 행사 관련 국내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금일 오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국민연금공단에 통보했습니다. 이와 관련 공단은 대외보안을 유지하며 관련동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해외자문기관인 ISS는 오늘 밤늦게 공단에 관련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전송할 예정임

2015년 7월 3일 / 발신자 미상

2015년 7월 성사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에게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중요한 이슈였다. 그래서인지 그 시기 장충기문자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된 문자가 다수 확인됐다. 전경련 부회장과 KBS 이사장 등을 지낸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이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도 있었고,

엘리엇때문에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한국선진화포럼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공동으로 다음주 화요일 간단한 세미나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도록 조치했습니다.선진화포럼 윤창현 정책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할 것입니다.그리고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한테도 이럴때 전경련이 목소리 내고 삼성을 도와야 될 것 아닌가 하고 행동을 촉구했습니다.참고하십시요.손병두 올림

2015년 7월 9일 / 발신자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던 이승철은 동아일보에 기획기사를 싣는 등 언론을 움직여 삼성물산 합병을 돕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엘리엇 사안과 관련 해 저희가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6월초 처음 밝혔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언론과 기획기사 등을 통해 저희 의견을 전달 했습니다
            오늘도 제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다음 주 보도자료 배포와 기획기사(동아)를 출 발로 본격적으로 제도개선 요구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승철배상

이 문자들은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전경련과 언론 등이 어떻게 삼성을 지원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장충기, 정보기관 곳곳에서 CJ그룹 관련 보고 받아

2012년,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100억 원대 상속 관련 소송을 제기한 이후 삼성과 CJ는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 삼성과 CJ의 법정다툼은 2014년 2월 이건희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이듬해 8월, 이맹희 씨는 중국에서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래서일까. 장충기가 여기저기서 받아본 정보에는 유독 CJ그룹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여러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장충기에게 보낸 CJ그룹 관련 정보를 보면 거의 ‘경쟁적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정보가 장충기에게 빠져나가는가 하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CJ그룹의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해본격 조사에 착수하고,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
-현재 경찰이 수사중인 사안은 ‘CJ올리브네트웍스’이며,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계열사인 CJ시스템즈와 화장품·미용용품 유통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을 합병한 회사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선호(25)씨가 대주주
-경찰은 합병 과정에서 선호씨를 대주주로 올리기 전, CJ올리브네트웍스의 대표인 허민회 총괄사장의 역할에 주목
-이 회사는 사실상 이재현 회장이 상속을 위해 만든 회사인데, 합병 이전 허 사장이 외형을 키우기 위해 허위매출을 올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음
-허 사장은 합병직전 CJ시스템즈를 통해 경영이 어려운 중소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주고, 두 회사간 매출이 일어난 것처럼 외형매출을 키워왔고, 허위 납품계약서를 쓰는 수법으로 거래를 일으켰다고 함
- 이 과정에서 CJ시스템즈는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보이며 중소업체에 지원된 자금은 CJ의 숨은 비자금이라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진행중-실제 한 사례로 경찰은 충남 보령에 본사를 두고 있는 LED 제조업체 에이컴(대표/이은숙)과 CJ시스템즈의 납품과정에 대해 이미 조사를 완료한 상태임
-경찰은 에이컴의 이은숙 대표를 소환해, CJ시스템즈와 맺은 허위 계약서와 출처가 불분명한 돈들이 통장을 통해 거래된 사실을 확인
-현재 청와대 등에 CJ가 이런 식으로 중소업체와 돈거래를 하고, 심지어 돈을 갚지 못하면 압류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 7월 13일 / 발신자 미상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사장님, 어제 말씀하신 CJ 압수수색 건 관련 확인결과, "현재는 수사를 시작하는 초기 단계이며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다. CJ오쇼핑 및 제당에 대한 비자금 관련 첩보가 들어와 진행하고 있다"라고 함

2015년 6월 17일 / 발신자 미상

심지어 이맹희 전 회장의 사망 이후 상황을 담은 CJ그룹의 내부 정보가 장충기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맹희 회장 시신 운구는, 중국 정부와 협의 중인데, 시신을 그대로 한국으로 운구할 경우 중국 정부 허락 때문에 일주일 걸려서 빨라야 다음주 금요일 한국에 도착 가능. 화장해서 운구할 경우 시간이 훨씬 단축돼 빠르면 모레 일요일에 유골이 한국 도착 가능. 가족들이 의논 중인데, 화장해서 운구하는 방안 적극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CJ그룹 김OO 부사장(홍보팀장, 전 동아일보 국장)의 애기입니다.

이채욱 부회장 주재 대책 회의중 잠시 휴식 상황 보고
1. 중국공안 외교부 등과 협의 가급적 빨리 시신 상태로 한국으로 운구
2. 빈소는 서울대병원(이재현 편의 상)
3. 장례는 시신 도착일 기준 5일장
4. 손경식 회장 중국측과 원만한 협의를 위해 8.15(일) 중국 출국

2015년 8월 10일 / 발신자 미상

CJ그룹 대법원 판결 내용, 한 달 전에 장충기에 전달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판 관련 정보도 장충기에게 전달됐다.

CJ 이재현 대법원 선고가 8월 27일 있을 것 같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졌다가 검토 끝낸 뒤 다시 원래 재판부인 대법원2부로 내려와서 2부가 27일 선고할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보고사건'이라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전원합의로 하지만 형식상 소부사건으로 하는 겁니다.
이재현 사건의 경우 전합넘겨진 것이 죄근 언론에 보도된 뒤 대법원이 여론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재벌 사건으로 판례변경하는 게 부담스러울 겁니다.
어쨌든 결론은 일부파기해서 다시 고법으로 보낼 것 같습니다.

2015년 8월 10일 / 발신자 미상

실제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장충기가 받은 문자 내용대로 진행됐다.

이재현 회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건 9월 10일. 무려 판결이 나기 한 달 전에 대법원 판결 내용을 정확히 맞춘 문자가 장충기에게 전달된 것이다. 재판 진행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법원 내부 인사가 장충기에게 전달한 문자로 추정되는 이유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장충기문자는 삼성과 장충기가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는 물론 검찰과 경찰, 국정원 정보까지 삼성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삼성이 원하는 것을 확인해 전달해 주는 이른바 빨대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었다. 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영상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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