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파수 경매 사상 가장 싼값에 경쟁 시작

최저경쟁가 산정 계수 모호하고 공개도 안 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른바 ‘5세대(G)’ 이동통신에 쓰려는 3.5기가헤르츠(GHz)와 28GHz 대역 주파수 단가가 한국 경매 사상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가 일찍 끝날 경우, 공공 재원인 주파수를 헐값에 팔아 시민 편익을 해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6월 15일부터 한국 내 이동통신사업자에게 경매할 3.5GHz 대역 안 280메가헤르츠(MHz) 폭 최저경쟁가격은 2조6544억 원으로 1MHz 값이 94억8000만 원에 그쳤다. 함께 팔 28GHz 대역 안 2400MHz 폭 최저경쟁가격은 6216억 원으로 더욱 싸 1MHz 값이 2억5900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두 대역 안 경매 주파수 폭 합 2680MHz의 최저경쟁가격이 3조2760억 원(2조6544억 원 + 6216억 원)인 것을 헤아리면 1MHz 값은 12억2000만 원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1차 주파수 총량 경쟁 50라운드에 이어 2차 블록 위치 경매를 치를 예정이지만, 2차 경쟁의 입찰 규모가 최저경쟁가격에 버금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저경쟁가격이 경매 출발점이자 입찰 핵심 지표인 셈이다.

▲한국 정부와 이동통신사업자들 눈길이 6월 15일 시작할 5G 주파수 경매에 쏠렸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셋째)이 지난 5월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SK텔레콤 전시관을 찾아가 5G 주파수로 구현하겠다는 'HD맵'에 대해 들었다. (사진: SK텔레콤)

두 대역 최저경쟁가격 단가(1MHz 값)는 한국 정부가 주파수 경매를 처음 시작한 2011년 8월 이래로 가장 싸다. 최저경쟁가격으로부터 경매를 시작하되 그 가격대로 1차 총량 경쟁이 끝날 수 있어 ‘헐값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2016년 5월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 안 20MHz 폭을 최저경쟁가격대로인 3816억 원에 사들였다. 1MHz에 190억8000만 원꼴. 그해 경매에서 KT도 1.8GHz 대역 안 20MHz 폭을 최저경쟁가격이던 4513억 원에 낙찰받았다. 1MHz에 225억6000만 원을 낸 셈. 그때 SK텔레콤은 최저경쟁가격으로 6553억 원이 제시된 2.6GHz 대역 안 40MHz 폭(D블록)을 9500억 원을 들여 사들였으되 같은 대역 안 20MHz(E블록)를 최저경쟁가격대로인 3277억 원에 사들여 보전했다. D·E블록 60MHz 폭 단가는 163억8000만 원으로 이통 3사 가운데 SK텔레콤이 돈을 가장 적게 들였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8월에도 2.6GHz 대역 안 40MHz 폭을 최저경쟁가격대로인 4788억 원에 샀다. 1MHz에 119억7000만 원꼴. 한국 첫 주파수 경매였던 2011년 8월에도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 안 20MHz 폭을 최저경쟁가격대로인 4455억 원에 낙찰받았다. 1MHz 값은 222억7500만 원이었다. 이런 흐름에 비춰 5G 주파수 1차 총량 경매가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최저경쟁가격대로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풀이됐다.

올 6월 5G 주파수 경매의 핵심이 될 3.5GHz대역 안 280MHz 폭 최저경쟁가격 단가 94억8000만 원은 1MHz 값이 600억 원으로 한국에서 가장 비쌌던 2013년 8월 1.8GHz 대역 안 15MHz 폭보다 505억2000만 원이나 낮다. 1MHz 값이 가장 쌌던 2013년 8월 2.6GHz 대역 안 40MHz 폭 단가 119억7000만 원과 견줘도 24억9000만 원이 싸다.

경매일
경매 주파수
낙찰가
1MHz 값(단가)
낙찰자
2013년 8월
1.8GHz 대역 15MHz 폭
9001억 원
600억 원
KT
2011년 8월
1.8GHz 대역 20MHz 폭
9950억 원
497.5억 원
SK텔레콤
2013년 8월
1.8GHz 대역 35MHz 폭
1조500억 원
300억 원
SK텔레콤
2011년 8월
800MHz 대역 10MHz 폭
2610억 원
261억 원
KT
2016년 5월
2.6GHz 대역 40MHz 폭
9500억 원
237.5억 원
SK텔레콤
2016년 5월
1.8GHz 대역 20MHz 폭
4513억 원
225.6억 원
KT
2011년 8월
2.1GHz 대역 20MHz 폭
4455억 원
222.7억 원
LG유플러스
2016년 5월
2.1GHz 대역 20MHz 폭
3816억 원
190.8억 원
LG유플러스
2016년 5월
2.6GHz 대역 20MHz 폭
3277억 원
163.8억 원
SK텔레콤
2013년 8월
2.6GHz 대역 40MHz 폭
4788억 원
119.7억 원
LG유플러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주변에서 (5G 주파수 최저경쟁가격이) 너무 높게 결정됐다는 얘기가 많다”며 값이 낮다는 지적은 뉴스타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류 국장이 말하는 주변은 이동통신사업 관계자들을 포괄했다. 그는 “5세대 (주파수) 특성에 대해선 정확한 공감대가 있는 건 아닌데, (2018년 4월) 영국 경매도 150MHz(폭)가 1조7000억 원 정도에 됐잖아요. 그걸 감안하면 우리가 낮다는 비난보다는 높다는 목소리가 클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류 국장은 ‘1MHz 값으로는 한국 주파수 경매 사상 가장 싸다’는 뉴스타파 지적을 두고 “기술적, 경제적 요인이 다양한 변수가 많아서 이번 경우에는 1MHz당 분석은, 4세대(G)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가(1MHz 값) 상대 비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순 없는데, 그것 하나로만 지난 4세대와 비교해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는 그러나, 주파수 경매가를 이동통신 세대별로 얼마든지 비교해 볼 수 있다며 “(경매할 5G 주파수) 대역 폭이 넓어 1MHz당으로 하면 예전에 비해 비싸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SK텔레콤이 2016년 5월 2.6GHz 경매 결과 입장 자료를 내어 “1MHz당 가장 적은 낙찰가격으로 주파수를 확보해 투자 효율성을  확보했다”고 자평해 주파수 단가가 중요 경쟁 지표임을 내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특히 “일반적으로 전문지 같은 곳에선 (이통사업자 눈치를 보느라 주파수 값이) 싸다는 얘기를 못한다”며 “(최저경쟁가격을 정할 때) 주파수 대역에 따라 전파특성계수를 조정하는데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 경매를 해 보니 ‘이 정도 됐다’는 형태로 최저경쟁가격을 정했다”고 봤다. “원래 있는 수식대로 하면 (5G 최저경쟁가격이) 비싸지니까, 1.8GHz (경매) 때 기준으로만 해도 비싸니까, 그걸 계산해서 톱다운하지 않고 예전에 이렇게 했으니까, 다운업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이처럼 계산한 근거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과기정통부조차 그 내용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16년 5월 2일 SK텔레콤이 내놓은 2.6GHz 경매 결과 입장 자료. "가장 적은 낙찰가로 투자 효율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전체 면허 기간은 10년이었지만 5년을 기준으로 삼아 경쟁사 1MHz 값과 견줬다.

또 다른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도 5G 전파특성계수를 두고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공학적으로만 계수를 붙이면 주파수값이 비싸기 때문에 경제·경영 계수를 붙였다”고 말했다. 주파수를 낙찰받은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이통 상품을 팔아 벌어들일 “미래 수익에 대한 계수를 붙인 것”이라고 풀어냈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이 값싼 경매 사례로 언급한 2018년 4월 영국 2.3GHz와 3.4GHz 대역 안 190MHz 폭 낙찰 단가도 한국 5G 최저경쟁가격의 1MHz 값보다 높았다. 720만9000파운드로 2018년 4월 원·파운드 환율 1500원쯤에 비춰 한화 108억1350만 원에 이르렀다. 3.4GHz 대역 안 150MHz 폭 낙찰 단가(1MHz 값)는 더욱 비싼 775만9886파운드로 한화 116억3982만 원이었다. 한국 5G 주파수 경매에 나선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큰돈 쓸 생각을 접어 최저경쟁가격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낙찰가를 이룬다면 그나마 값싼 사례로 내밀었던 영국 2.3과 3.4GHz 대역 경매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였다.

▲2018년 4월 13일 마무리된 영국  2.3GHz와 3.4GHz 대역 주파수 경매 결과 (자료: 오프컴)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하는 값이 최저경쟁가 바탕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경매 최저경쟁가격 산정에 쓰던 전파법 시행령 별표 3 ‘주파수 할당 대가 산정 기준’을 2018년 4월 10일에야 새것으로 바꿨다. 옛 기준으로는 5G 주파수 최저경쟁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개연성이 크자 ‘사업의 유사성 및 전파의 특성 등을 고려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던 ‘전파특성계수’를 ‘무선투자촉진계수’로 대체한 것. 무선투자촉진계수는 ‘주파수 이용 기간 동안 전파기술발전 및 무선국 구축·운영 비용을 고려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값’이다. 전파 공학 계수를 ‘무선국 전파기술발전 및 무선국 구축·운영 비용을 고려’하는 계수로 바꿔 주파수 이용 사업자의 투자 부담을 덜어 준 것으로 풀이됐다.

사업자를 위한 과기정통부 배려는 더 있다. 할당된 주파수가 사업자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를 미리 고려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하는 ‘대역폭 조정 계수’를 만들었다. 할당 대상 주파수로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와 특성, 기대 수익과 서비스 대상 인구 수 같은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하는 ‘단위 대역폭당 단가’도 만들었다. 두 개정안은 앞서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들이 짚은 이른바 ‘경제·경영 계수’를 주파수 경매 최저경쟁가격에 반영하는 새 바탕이 됐다.

문제는 관련 법령이 모두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하는 값’이어서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최저경쟁가격 산정에 쓴 관련 계수들을 공개하지도 않아 스스로 논란 확산에 부채질을 더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실제로 경매 최저경쟁가격을 산정할 때 적용한 3G·4G 전파특성계수와 5G 무선투자촉진계수를 내보인 적이 없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최저경쟁가격 산정은 많은 변수를 고려하는데 어느 나라 정부도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습니다. 해당 경매와 향후 경매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5G 경매를 두고) 4세대하고는 연장선상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그래서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며 “기술적 특성 다르고,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주체들도 다르고, 그래서 보는 관점에 따라서 여러 이야기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는 이 같은 류 국장 주장을 두고 "해외 사례는 해외 사례일 뿐"이라며 "국내에선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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