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9에 담긴 민심을 읽어라
2014년 06월 05일 20시 09분
뉴스타파가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을 분석한 결과 ‘박근혜' 관련 경력은 사라지고, ‘문재인' 키워드가 대거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경력란에 ‘박근혜' 관련 경력을 기재했던 후보자 가운데 이번 선거에 다시 출마한 사람 63명도 ‘박근혜' 관련 경력을 단 하나도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6·13 지방선거 후보자 9,363명이 기재한 경력 사항을 전수 조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직함을 주요 경력으로 기재한 후보자는 16명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14명은 ‘박근혜 퇴진운동' 등의 경력을 기재했고, 2명만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긍정적 관계의 경력을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2명은 경북과 경남 지역에 출마했다. 경상북도 경산시가선거구 구시군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대한애국당 박성일 후보는 ‘(전)새누리당 대구시당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운동위원회 위원장'이라고 경력에 기재했다. 경상남도 산청군 구시군의장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배성한 후보는 ‘(전)박근혜대통령후보 직능특보'라고 경력에 기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지역 구시군의장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지금 대구에서는 자유한국당조차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번 선거에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 정서도 전혀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선거에 이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6회 때는 많이 사용했다. 사진 한 장이라도 찍은 거 없는가 싶어가지고 찾고 골라내고 하는 판국이었다. 완전히 격세지감 내지는 시대를 완전히 반영하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지역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본인의 주요 경력에 ‘박근혜 대통령선거 선대위 부위원장’이라고 기재했었다.
뉴스타파 집계 결과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등록 시 본인의 주요 경력란에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박근혜 관련 경력을 기재한 후보자는 모두 134명이었다. 이 가운데 63명이 이번 7회 선거에 다시 출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경력을 이번에 다시 기재한 후보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용인시 구시군의회의원 선거에 재출마한 김운봉 후보는 6회 선거 때 기재했던 ‘(전)박근혜 대통령후보 기홍구 선대본부장’ 대신 ‘(현)나곡중학교 운영위원장’ 경력을 기재했다. 또 조금석 후보는 ‘(전)박근혜 조직총괄 부위원장’ 대신 ‘(현)의정부시 북부산악회 운영위원(부위원장)’을 경력으로 기재했다. 경기 군포시 시도의회의원에 출마한 김판수 후보는 ‘(전)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직능 총괄본부 은평구 본부장’ 대신 ‘(전)전국생활체육 은평구 요가연합회장’을 기재했다.
충청북도 음성군 구시군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남궁유 후보는 5회 선거부터 이번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6회 선거에서 ‘(전)제18대 대통령선거 박근혜 후보 음성군선거대책본부장’을 경력으로 기재했던 남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는 박 전 대통령 관련 경력 대신 8년 전인 2010년 5회 지방선거 출마 시 기재했던 ‘(전)초등학교총동문회장’을 다시 주요경력으로 내세웠다.
4회 선거부터 7회까지 부산광역시 사하구 구시군의회의원 선거와 시도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강달수 후보 역시 6회에서는 ‘(전)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박근혜후보 부산선대위 홍보유세본부 사하구갑지회장” 경력을 기재했지만, 이번 6.13 선거에서는 이 경력 대신 4, 5회 선거 당시 제출했던 ‘(전)덕명정보여고 교사’ 경력을 기재했다. 경기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지방의회 의원은 후보의 인지도가 우선이라며 일부러 경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했던 것을 뺀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노출하는 것을 말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박근혜 선대본부장 한 게 나한테 손해가 나지 않겠느냐... 굳이 박근혜를 넣는다고 해서 손해가 나고 안 넣는다고 해서 플러스가 된다고 보진 않아요. 그런데 조심스러운 건 있죠. "지금 거기 가 있는데 이걸 거기에다 넣고 그래" 이런 얘기가 있어요.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있고…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역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본인의 주요 경력에 ‘박근혜 대통령 선대본부장'이라고 기재했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충남 태안군 구시군의장 선거에 출마했던 가세로 후보자는 당시 경력으로 ‘(전)박근혜대통령후보 대선 서산 태안 총괄본부장 / (현)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전국 상임고문’을 기재했다. 이번 7회 지방선거에서 가세로 후보자는 동일 선거구 동일 선거에 출마했다. 가세로 후보자가 이번에 기재한 경력은 ‘(현)경찰대학 우대교수 / (전)문재인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 부단장’이다. 박근혜 후보 대선 승리를 위해 지역에서 총괄본부장을 맡고 박사모 고문까지 했다던 가 후보는 4년 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 선대위 부단장을 맡았고,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그 새 이력을 활용한 것이다.
6회 충남 천안시 구시군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우경 후보자 역시 2014년 당시에는 ‘(전)제18대 박근혜대통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 / (현)푸른나 리틀 학원 원장’을 경력으로 내세웠으나 이번에는 ‘(전)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 안철수후보 국민특보 / (현)바른미래당 충남도당 부위원장 및 스마트교육위원장’으로 경력을 기재했다.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자신들의 주요 경력에 가장 많이 언급한 전현직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후보자 345명이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직함을 주요 경력으로 기재했다. 후보자 전체의 4%,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자 중 10%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에 현직 대통령이 언급된 비율로 보면 1회에서 7회까지 통틀어 문 대통령이 가장 높았다.
뉴스타파가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처음 실행된 1995년 1회 선거부터 이번 지방선거까지 후보자들이 제출한 경력을 전수 분석한 결과, 후보자들이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를 경력에 기재하는 현상은 2014년 시행된 6회 지방선거부터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1회부터 7회까지 지방선거 후보자 경력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포함한 경력 중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경력을 언급한 후보자가 423명으로 가장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18명,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7명, 김대중 전 대통령은 129명의 후보자가 관련 경력을 기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관련 경력을 기재한 후보자는 2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23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 치러진 2010년 5회 지방선거 후보자였다.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꾸준히 언급되는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 2002년 3회 지방선거와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각각 1명의 후보자가 경력으로 기재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퇴임 후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1명의 후보자가 관련 경력을 기재한 게 전부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주춤했던 2010년 치러진 5회 지방선거에서는 23명의 후보자가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련 경력을 기재한 데 반해, 57명의 후보자는 전직인 노무현 대통령 관련 경력을 기재했으며 56명의 후보자는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련 경력을 기재했다. 참여정부 집권 시기인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도 19명의 후보자가 전직인 김대중 대통령 관련 경력을 기재해 현직 노무현 대통령 관련 경력을 기재한 13명의 후보자보다 많았다. 문민정부 집권 시기인 2002년 3회 지방선거에도 8명의 후보자가 현직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련 경력을 기재했으며 12명의 후보자는 차기 대권후보였던 노무현 후보와의 관련 경력을 기재했다.
실제로 ‘대통령 마케팅’ 후광 효과는 존재할까? 1회부터 6회까지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 관련 경력 기재 후보자’들의 당선율을 분석한 결과 대통령 관련 경력을 기재한 후보자의 당선율은 평균 40%였다.
경력에 기재한 대통령 이름에 따라 당선율에 큰 차이가 났다. 노무현 49%, 문재인 46%, 박근혜 38%, 김대중 36%, 김영삼 25%, 이명박 14% 순이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한 경우 평균 당선율 40%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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