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광물공사 5화: '볼레오'의 진실
2018년 10월 01일 07시 37분
사. 자. 방. MB정부가 벌인 대형국책사업은 온통 의혹투성이다. 그 중 해외자원개발을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벌인 이른바 자원외교 비리는 4대강, 방산비리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31조 원이 투입됐고 그 중 13조 원 이상이 날아갔지만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MB정부 자원외교에는 공기업들이 대거 동원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는 그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에서만 2조 원 넘는 혈세가 투입됐고 20개 넘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광물공사는 50년 역사를 뒤로한 채 간판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뉴스타파는 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이명박 자원외교의 실체를 다시 추적, 앞으로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그 많은 혈세가 사라졌는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국격(國格)을 세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 때도 확인되지 않았던 광물자원공사 내부문서와 MB자원외교의 산증인인 광물자원공사 전현직 간부들의 육성증언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 주> |
지난해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창립 50년 기념책자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 당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기록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공사 내부에서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역사 왜곡을 시도했다고 지목된 사람은 2014년 멕시코 볼레오 사업문제로 감사원의 징계요구를 받은 사람이었다.
이정기 전 광물공사 기획관리본부장은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쇄 직전까지 멕시코 볼레오 사업 기록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벌어졌다. 볼레오사업의 책임자였던 50년사 편찬팀장이 이사회 의사록, 감사원 감사결과까지 왜곡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정기 전 본부장은 지난해 광물공사가 발간한 창립 50년사 ‘자원확보를 위한 도전 50년’의 편찬위원장, 50년사 발간 총 책임자가 광물공사 역사 기록 과정에 왜곡 기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 증언한 것이다.
1조 5000억 원이 투자된 광물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사업은 광물공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도 안 된 상태에서 운영권 인수가 사실상 결정된 사업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2014년 6월 감사원이 1년 넘게 감사를 벌인 뒤 내놓은 볼레오사업에 대한 감사결과에는 더 심각한 문제들이 적혀 있다. 투자수익율을 부당하게 산정해 마치 수익성이 있는 것처럼 사업을 포장했고, 공동사업자인 민간기업들과 추가 투자비 배분 논의도 없이 사업이 진행됐으며, 민간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거부한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물공사가 독단적으로 투자에 나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문제를 이유로 감사원은 이 사업의 실무책임자들에 대해 징계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종팔 투자운영처장도 징계대상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후 김 처장이 광물공사 50년사 ‘자원확보를 위한 도전 50년’의 편찬팀장을 맡으면서 자신이 실무책임을 맡았던 볼레오 사업에 대한 기록을 왜곡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정기 전 광물공사 기획관리본부장(50년사 편찬위원장)의 증언.
광물공사가 진행한 다른 사업에 대한 기록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공사가 운영사업자인 멕시코 볼레오 사업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50년사 편집팀장이 멕시코 볼레오 사업의 책임자였던 사람이어서 생긴 일입니다. 같은 사람이 선수와 심판을 같이 맡으면서 생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 본부장은 역사왜곡 시도가 50년사가 인쇄되기 직전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볼레오 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감사원 감사결과가 있고, 또 공사내부에는 이사회 의사록 등 사업 진행상황을 알 수 있는 기록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편찬팀장이 가져온 초안내용은 이들 기록과는 너무 다른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팀에서 제출한 자료와도 너무 차이가 컸습니다. 한마디로 일방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주장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수정지시를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고, 인쇄직전까지 왜곡 시도가 벌어졌습니다.
취재진은 광물공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볼레오 사업책임자였던 김 처장이 기록한 글을 구해 볼레오 사업을 다룬 이사회 의사록 및 감사원 감사결과 등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김 처장이 쓴 글의 상당 부분이 이정기 전 본부장의 주장처럼 객관적인 기록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었음에도 광물공사 경영진이 수익률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이사회에 보고했다는 감사보고서 내용은 김 처장의 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2012년 8월, 광물공사 이사회가 볼레오사업의 대주주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동사업자인 민간기업과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광물공사가 독단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감사결과는 “민간기업들이 ‘먼저 투자금을 송금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르게 적혀 있었다.
또 광물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포기한 건 2012년 7월 27일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김 처장은 신임 사장이 취임한 2012년 8월 8일 이후였다고 기록하려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자신이 볼레오 사업책임자였던 김신종 사장 시절의 잘못은 모두 덮고, 고정식 전 특허청장이 신임 사장에 취임한 이후 모든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취재진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 처장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광물공사 본사를 찾아가 김 처장과의 정식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광물공사 측은 “본인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공사도 같은 입장”이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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