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견적서' 유동수 고발...국회의원 국고 반납액 1억 넘어
2018년 11월 16일 14시 23분
뉴스타파가 지난해부터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의원 예산 사용 오남용 실태 추적>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영수증을 국회 사무처와 선관위에 중복 제출해 국회 예산이나 정치자금을 빼돌린 국회의원실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이번 뉴스타파 취재로 영수증 이중 제출이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의원은 30명이 넘는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정책자료 발간과 의정보고서 발송비, 문자발송비 집행 내역과 중앙선관위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교차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와 함께 행정소송을 통해 2016~2017년 국회의원들이 의정보고서 인쇄와 문자 발송 등에 사용하는 ‘정책자료 발간 및 홍보물유인비’ 내역과 ‘정책발송료” 사용 내역을 입수했다. 이 예산은 국회의원 1인 당 한 해 1,700만원 가량 사용할 수 있다. 의원 300명에게 배정된 예산은 모두 53억 원 규모다 .주로 의정보고서 제작과 발간 비용, 우편 요금과 문자 발송 비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집행 내역이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뉴스타파는 국회의원들의 이 정책자료 인쇄와 발송비 집행 내역을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지출내역과 교차 분석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지출내역에도 의정보고서 제작비, 문자발송비 등 비슷한 항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혹시 동일한 사안 관련 비용을 국회 예산과 정치자금에서 이중으로 처리한 사례, 즉 영수증 이중 제출은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믿기 힘든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의원실에서 영수증 이중 제출을 통해 국회예산이나 정치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무더기로 확인된 것이다.
영수증 이중 제출은 간단하다. 우선 정치자금(후원금 기부금 계정)으로 비용을 사용한 뒤, 같은 영수증을 다시 국회사무처에 청구해 이중으로 돈을 받아내는 형태다. 반대로 국회예산을 먼저 타낸 뒤 이를 경비 통장에 담아두고, 정치자금으로 대금을 결재하는 방식도 있었다.
중앙선관위는 영수증 이중제출이 확인될 경우, 각 의원실에 해당 금액을 정치자금 계정에 입금하거나 국회사무처에 반납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많은 의원들은 이 권고를 무시했다. 말 그대로 권고일뿐이었다.
영수증 중복 제출로 타낸 돈은 대부분 의원 명의 통장인 의원실 운영 경비 통장에 관리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의원실은 이 돈을 식비나 야근 택시비 등 의원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국회 모 의원실 보좌관 A씨는 이중 제출이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17대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이 돈을 생활비로 쓰는 사람도 있었고, 의원이 직접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세금으로 조성된 국회예산과 후원자들이 모아준 정치자금, 둘 다 공적 성격의 돈으로 영수증 이중제출을 통해 쌈짓돈처럼 유용한 것이다.
한 의원실은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로 해당 의원실 행정직원이 영수증을 이중 제출하는 수법으로 돈을 타낸 사실이 드러나자 이 직원을 면직 처분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만약 정치자금에서 인쇄비나 문자발송비를 지출하고 나중에 국회예산으로 이걸 청구해 타냈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 행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국회예산을 먼저 사용한 뒤 정치자금에서 같은 영수증으로 돈을 빼서 사용했다면 정치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관위에 회계보고도 허위로 한 것이기 때문에 허위 회계보고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이번 취재로 영수증 이중 제출이 확인된 의원 가운데 중복 제출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국회의원 9명의 명단을 1차로 공개한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중 제출로 471만 원 상당을 중복 제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 365만 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310만 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256만 원,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 212만 원,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147만 원,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 130만 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100만 원,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 40만 원 등이다.
이중으로 타 낸 금액이 비교적 적고, 횟수가 많지 않은 의원들은 이렇게 잘못을 인정하고 이중으로 지급받은 돈을 국회 사무처나 정치자금 계정에 반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의원은 회계처리 미숙으로 인한 단순 실수나 착오였다며, 사적 용도로는 쓰지 않았고 의원실 내부 경비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의원은 이번 취재로 회계처리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됐다고 밝혀오기도 했다.
반면, 유용 의혹 금액이 1,000만 원이 넘거나 이중 청구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의원들의 경우는 반응이 달랐다. 취재진의 거듭된 해명 요청을 외면하거나 공식 인터뷰를 거부했고, 상당수는 여전히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영수증 이중 제출을 금지하는 명문화된 규정이나 제도가 없는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고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밖에 “사적으로 쓰지 않은 만큼,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받은 뒤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뉴스타파는 다음주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영수증 이중 청구로 세금 등을 빼돌려 유용한 정황이 발견된 국회의원 전체 명단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청구 행위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18대 국회때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선관위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은 매년 공개되지만 일정 기간 제한적 열람만 가능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수증 등 지출증빙자료를 볼 수 없다. 특히 의원들이 사용하는 국회 예산의 경우는 지금까지 아예 공개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같은 영수증을 제출해 국회예산과 정치자금에서 이중으로 돈을 받아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더구나 국회와 선관위, 양 기관 사이에 의정활동 관련 예산 집행 내역을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상당수 의원실이 너무도 쉽게 국민세금을 유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정치자금쪽은 내역은 있지만 영수증이 없으니까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국회사무처는 아예 내역조차도 공개를 하지 않고, 양쪽이 일종의 어둠 속에 (내역을) 감춰놓고 있었던 거니까 도저히 바깥에서 알 수가 없었던 건데, 막상 보니까 이게 결국에는 아주 관행적으로 양쪽에서 돈을 똑같은 명목으로, 똑같은 영수증으로 돈을 빼먹는 이중청구를 해왔다라는 것입니다.
취재 : 문준영, 김새봄, 강현석, 박중석
데이터 : 최윤원
데이터 시각화 : 임송이
촬영 : 최형석, 김남범, 오준식, 신영철
편집 :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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