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배우자 업체에 국회예산 등으로 9천만 원대 인쇄 몰아줘

2018년 11월 15일 14시 09분

국회부의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 국회예산과 정치후원금으로 9천만 원대 인쇄용역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뉴스타파가 20대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서류와 정치후원금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현직 국회의원과 특수관계인 배우자의 업체 사이에 지속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다. 그러나 심재철 의원은 규정상 문제가 없고, 부당한 이득도 제공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 경기 안양시 동안구을)은 2016년과 2017년 말, 두 차례 의정보고서를 발간했다. 지출증빙자료엔 각각 1만부와 7만부를 인쇄한 것으로 돼 있다. 심 의원은 발간비용으로 국회예산을 각각 759만 원과 618만원씩 사용했다.

심재철 의원, 배우자 업체에 국회예산 1,377만 원 인쇄비용으로 지급해

심재철 의원이 두차례 의정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주식회사 문예당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곳은 심재철 의원의 배우자인 권 모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출판사다. 자신의 배우자 회사에 인쇄를 맡긴 것이다.  출판사 사무실 역시 심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중구 건물 2층에 있다.

심재철 의원과 배우자 사이의 거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심재철 의원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정치후원금 사용내역도 교차 검증한 결과,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보고서 등 모두 11건의 인쇄를 문예당에 맡기고 정치후원금에서 7,886만 원을 지급했다. 각종 보고서, 연하장, 정책자료집, 후원회 안내장, 선거공보물 등의 인쇄를 맡긴 것이다.

국회예산 및 정치후원금으로 5년 간 13건, 9천만원 대 인쇄용역 몰아줘

심재철 의원이 배우자가 운영하는 출판업체과 거래한 금액은 국민의 세금과 공적 자금 성격인 정치후원금을 합할 경우 9천만 원이 넘는다.

심 의원은 지난 2016년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기획창-국회의원과 돈’ 편에서 정치후원금으로 배우자 업체와 거래해 온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보도 이후 심 의원이 정치후원금으로 배우자 업체와 거래를 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치후원금 사용 내역과는 달리 지금까지 일반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국회 정책개발비 예산의 경우 심 의원은 KBS 보도 이후인 2016년 12월과 2017년 12월에도 배우자 업체와 거래를 하는데 사용한 사실이 이번에 뉴스타파 취재로 처음 드러난 것이다.

국회 윤리특위 “검토 판단 못한다”, 국회사무처 “계약당사자 제한 규정 없다”

뉴스타파는 국회의원이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배우자에게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회 예산으로 용역을 주는 게 적절한지 여부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질의했다. 국회 윤리위원회 담당 직원은 “윤리특위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는 서비스 기관이기에, 해당 사안에 대해 판단이나 검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 역시 국회의원과의 계약 당사자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밝혀왔다.

심재철, “정상적인 거래였다. 배우자 업체 맡겨 오히려 세금 절감했다”

심재철 의원실은 관련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거래를 했고, 배우자에게 부당하게 이득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의원실 보좌관은 “(심 의원) 사모님이 운영하는 문예당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출판사다. 실제로 인쇄 관련 노하우도 있다. 종이와 잉크값만 들 정도로 해서 실비제작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조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도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배우자 업체를 통해 싼 가격에 인쇄를 맡겨 오히려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며 배우자 업체에 부당하게 이득을 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심 의원은 배우자 회사에 용역을 의뢰하는 것은 전혀 문제 없다는 국회사무처의 공식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배우자 권 씨의 회사는 출판사의 명예가 훼손당한다며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뉴스타파에 보내오기도 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국회의원의 경우 헌법에서 청렴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높은 수준의 윤리를 요구하고 있는만큼 국회의원이 배우자 등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면 당연히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는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떠나 제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취재 김새봄, 최윤원, 문준영, 박중석
데이터 최윤원
촬영 김기철, 신영철
편집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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