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⑤ 네이버 여론조작과 CJ 회장 구명

2019년 02월 08일 21시 12분

2016년 8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관계가 폭로돼 언론과 재계의 검은 거래가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송 전 주필은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송 전 주필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였다. 그는 언론과 기업을 연결하는 ‘로비스트’였다.

뉴스타파는 지난 수개월간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취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로비스트’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 파일이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의 휴대폰에 저장됐던 것으로 총 2만 9534건에 달한다.

문자의 상당부분은 사적인 내용이거나 회사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문자에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민낯을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박수환, CJ회장 ‘자필편지’ 첨삭..네이버 검색 조작 시도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가 고객사인 대기업을 위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 기능을 조작하려 한 정황이 ‘박수환 문자’로 드러났다. 또 지난 2013년,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명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해 공개했던 ‘자필편지’가 사실은 박수환의 작품이었음을 보여주는 문자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로비스트’ 박수환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문자메시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2014년 8월, 박수환 대표의 고객사인 OB맥주는 이른바 ‘소독약 루머’로 시장점유율이 급감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었다. OB맥주가 만든 특정 제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냄새의 원인 및 유해성 조사에 나섰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그런데 이 시기에 박 대표와 OB맥주 임원이 서로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이른바 ‘박수환 문자’를 통해 확인됐다. OB맥주 임원 송모 씨는 박 대표에게 소독약 루머와 관련한 내용이 보도 또는 방영되지 않도록 부탁하면서 “OB맥주 측에 부정적인 방송이 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식약처 발표 이틀 뒤인 2014년 8월 28일, 박 대표와 OB맥주 측은 또 다시 문자를 주고 받았다. 문자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박수환이 운영하는 뉴스컴이 OB맥주 측에 ‘네이버 연관검색어에서 OB맥주를 삭제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이에 필요한 비용까지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뉴스컴 직원인 김모 씨가 대표 박수환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박수환이 OB맥주 측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  

네이버가 제공하는 연관검색어, 자동완성검색어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 검색어를 알고리즘에 따라 보여주는 기능이다. 검색량이 많을수록 연관성이 높은 검색어를 자동 추출해 보여주기 때문에 온라인 여론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 따라서 의도적인 검색기능 조작은 일종의 ‘여론조작’에 해당한다. 지난해 1월, 네이버가 한 대기업과 관련한 연관검색어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취재진은 박수환과 ‘검색어 조작’ 문자를 주고받은 OB맥주 임원 송모 씨에게 연락해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물었다. 송 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저희 쪽에서 박수환 대표를 통해 그런 일을 한 적은 없는 걸로 생각됩니다. 제가 검색어 삭제와 관련해 내부보고는 했을지 몰라도 그 비용을 직접 집행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업계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 콘텐츠가 불편한 사람들은 중간에 검색어 삭제를 해주는 분들로부터 유혹을 많이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송OO 당시 OB맥주 전무

뉴스타파는 네이버에도 질의서를 보내 입장을 물었다. 지난 8일, 네이버는 이메일을 통해 답변을 보내왔다. “OB맥주 측 대리인의 요청을 받고 특정 검색어를 삭제한 사실은 있지만, 이 과정에서 검색어 삭제를 위한 견적을 제안하거나 의뢰를 받아 삭제한 사실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2014년 8월, OB맥주의 대리인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특정 검색어에 대한 제외를 요청해, 관련 검색어를 제외 처리한 바 있습니다. 이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이를 적절한 대처로 평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네이버는 누군가에게 검색어 제외에 대한 견적을 제안하거나 의뢰를 받은 사실은 없습니다.

네이버 주식회사

2013년 6월,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구명 활동에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가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박수환 문자’를 보면, 먼저 CJ그룹은 박 대표에게 홍보자문을 맡기고 수천만 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그럼 대체 박수환 대표는 CJ그룹에 어떤 형태의 자문을 했던 걸까.

2013년 6월 6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던 이재현 회장은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자필편지’를 보냈다.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내용은 당일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비즈를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이 편지가 나오기 4일 전인 6월 2일, 박수환이 박성훈 당시 CJ그룹 미래전략실 부사장과 자필편지와 관련된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이 ‘박수환 문자’로 확인됐다. 박 대표가 이재현 회장의 자필편지를 사실상 수정, 첨삭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었다.

박 대표는 이재현 회장의 보석과 사면을 위한 홍보전략도 짰고, CJ그룹이 로비해야 할 공직자와 언론인 명단까지 작성해 전달했다.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연상케하는 문자도 나오는데,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방법을 조언해주는 내용이었다.

 

 

이런 문자가 오가고 한달여 뒤인 2013년 8월 2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장 이식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박수환이 조언한대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취재진은 CJ그룹 측에 ‘박수환 문자’와 관련된 입장을 물었다. CJ 측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내왔다.

2013년 해당 사건과 관련해, CJ그룹은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어떤 논의나 대외활동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해당 문자는 (박수환과 문자를 주고받은) 박성훈이 CJ그룹에 입사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수환에게 준 자문료 2000만원과 관련해서는 서류 보존기간(5년)이 지난 상태여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CJ그룹

취재 : 한상진, 홍여진, 강민수, 강현석
연출 : 신동윤, 박경현
촬영 :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 윤석민
데이터 : 김강민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음성대역 : 전숙경, 남유경, 윤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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