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집회)가 매주 열리는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송원근 뉴스타파 피디가 이곳에서 만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 싸우다 가신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선생님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 지난 4월 18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송원근 뉴스타파 피디(좌, 영화 ‘김복동’ 연출)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김복동 선생님은 1992년 처음으로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싸웠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김복동 선생님이 지난 1월 28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늘 그의 곁을 지킨 이다. 그가 임종하기 전 윤 이사장과 정의기억연대, 그리고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는 김복동 선생님의 삶을 영화로 만들자고 뉴스타파에 제안했다. 뉴스타파와 정의기억연대, 미디어몽구와의 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뉴스타파 송원근 피디는 김복동 선생님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며 그의 삶을 영화에 담아냈다. 올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김복동’은 오는 5월 6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김복동 선생님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윤미향 이사장과 김복동 선생님의 삶을 영화로 담아낸 송원근 피디, 두 사람은 김복동 선생님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공간에서 그의 삶을 돌아봤다..

#당신 없는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보낸 27년의 세월. 김복동 선생님은 무더위와 강추위, 먼지와 소음을 견디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목이 터져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2018년, 병마와 싸우면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355차 수요집회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 일본정부를 향해 사죄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 날 집회가 김복동 선생님이 생전 마지막으로 참여한 수요집회였다.

우리가 없어지더라도 소녀상은 계속 일본 정부를 향해서 응시하고 있잖아

이건 나니까 내가 죽는 게 아니잖아

지금 그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떠난 자리를 소녀상이 지키고 있다.

#당신 없는 ‘우리집’

-평화의 우리집

김복동 선생님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를 ‘우리집’이라 불렀다. 우리집, 우리집, 평화를 가져다 줄 ‘평화의 우리집’이라고.

피해자 쉼터 마당 계단 앞에서 윤미향 이사장은 “할머니, 여기부터 계단이에요. 계단, 계단, 계단.”  이라고 읊조린다. 이제 옆에 김복동 선생님은 없지만 돌아가시기 전 함께 쉼터 대문을 나설 때마다 말하던 버릇 때문이다.

김복동 선생님은 이 대문을 거쳐 거리로, 일본군 대사관 앞으로, 세계 곳곳으로 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알리기 위해서였다. “떠돌이처럼 살아야 했던, 나그네의 삶”이었다고 윤 이사장은 회상한다. 길고 긴 싸움을 마친 뒤 돌아올 자신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김복동 선생님에겐 큰 위로였다. 그는 길고 긴 싸움이 끝난 뒤 꼭 그렇게 말했다.

이제 가자, 우리집, 우리집, 평화의 우리집으로.

#‘짓다’를 다시 생각하다

김복동 선생님의 방 천장은 그의 칠판이었다. 숱한 계획, 수많은 연설문을 짓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그 천장을 오래 올려다 본 어느 날, 온몸에 암이 퍼진 순간에도 김복동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희망을 잡고 살자.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나를 따라.

윤미향 이사장은 ‘희망’의 의미를 여러 번 곱씹었다. 김복동의 ‘희망’을 잡고 따르기 위해 남은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김복동 선생님이 싸우고 쉬고, 그리고 다시 싸우기 위해 나서던 이 공간과 함께 그의 뜻을 기억하고 함께 행동하라는 뜻이라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김복동의 ‘희망’을 잡고 따르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과 영리추구를 배척하고 협업과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독립언론, 1인미디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꾸준히 일해왔기 때문이다. 정의기억연대와 미디어몽구가 오랫동안 기록한 김복동 선생님 영상자료를 뉴스타파에 제공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한 것은 바로 뉴스타파가 견지해 온 협업과 연대의 가치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오는 8월 광복절에 즈음해 독립언론협업센터(가칭)를 공식 오픈할 계획이다. 서울 충무로에 자리잡을 협업센터는 뉴스타파와 뜻을 같이 하는 한국의 여러 독립언론, 1인미디어, 시민사회단체가 어울려 협업하고 연대하는 공간이 된다.  또한 뉴스타파가 축적한 각종 영상자료와 데이터 등도 열람,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촬영 : 정형민, 김기철
출연 :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송원근 뉴스타파 PD
편집 : 박서영
연출 : 김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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