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감독과 탐사기자, '두 독립'의 만남
2019년 04월 05일 13시 13분
언론의 생명은 ‘독립’입니다.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서 독립은 물론, 언론 자신의 기득권에서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언론사와 미디어기업이 있습니다. 수백 수천억 원대 매출에, 수십 수백만 부 발행에, 수십 퍼센트 시청률과 천문학적 조회수에, 으리으리한 빌딩을 뽐내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맛을 안 언론, 권력에 취하거나 떠는 언론, 자신의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가르치려 드는 언론은 진짜 언론이 아닙니다. 자본권력, 정치권력, 언론권력 등 3가지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은 겉이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가짜 언론, 죽은 언론에 불과합니다.
저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독립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독립을 구현하기 위해서 비영리, 비당파를 실천합니다. 우리가 궤를 같이 하는 미국의 프로퍼블리카, 프랑스의 메디아파르트, 독일의 코렉티브, 일본의 와세다크로니클 등도 모두 ‘독립’이라는 가치를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100년 전 오늘, 1919년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날입니다.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돌베개에 풍찬노숙한 독립투사들이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의정원회의를 열어 우리나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최초의 헌법 격인 임시헌장 10개조를 발표했습니다.
임시헌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헌법 1조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3조는 남녀차별과 빈부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한 세상을, 제4조는 종교 언론 출판 결사 등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자랑스러운 첫 헌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선구자들이 주창한 평등 세상이 과연 얼마나 이뤄졌는지, 그리고 언론 자유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유로 귀결됐는지 되돌아보면 참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내년은 1919년 3.1 혁명에 놀란 일제가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민간 신문 발간을 허용하면서 동아, 조선일보가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현재 한국 신문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종편 등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두 신문사 사주의 뿌리가 모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사실은 한국 주류 언론의 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두 족벌 언론에다 재벌언론, 대기업 소유 상업언론이 합세하면서 한국 언론판은 그야말로 정글이 됐습니다.
대한민국 수립 100년을 맞아, 지난 100년 언론 역사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100년을 내다봅니다. 분명한 건, 친일독재 부역언론과 족벌재벌언론에 장악된 현재 한국 언론판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100년의 한국 사회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6년 전 비영리와 독립을 기치로 내걸고, 한국 언론계에 작은 파문을 던지며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경쟁과 단독의 올가미에 포획된 한국 언론의 고질적 관행을 타파하고 연대와 협업을 실천해왔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6년의 경험을 토대로 3.1 독립혁명 100년, 민국수립 100년을 맞는 올해 본격적으로 독립언론 협업과 연대를 구현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을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언론판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미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앞으로 100년에 큰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짓다’ 프로젝트에 벌써 천 명 가까운 분들이 1억 원의 기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 뉴스타파는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 충무로에 독립언론협업센터(가칭)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을 드디어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오늘, 이 가슴 설레는 소식을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회원 여러분에게 자랑스럽게 알려드립니다.
300평 남짓 공간은 뉴스타파가 명실상부하게 한국탐사보도와 데이터저널리즘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과 함께 뉴스타파 설립 취지와 궤를 같이 하는 독립매체, 독립PD와 감독 및 1인 미디어와의 협업 시설, 회원 네트워크 공간, 예비 언론인 교육 시설과 설비 등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물론 뉴스타파 뉴스룸 및 콘텐츠 제작 공간도 들어갑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독립언론협업센터(가칭)는 다음과 같은 기능과 시설을 갖출 예정입니다.
- 스튜디오(뉴스타파 콘텐츠 제작, 독립언론에도 개방)
- 영상 편집실(독립언론 전용 편집공간 마련)
- 영상 아카이브 및 열람실(중요 자료 영상 아카이브 구축, 자료검색 활용)
- 인터뷰 룸(뉴스타파와 독립언론 공동 이용)
- 회의실 및 프로젝트 룸(독립언론 회의 및 공동프로젝트 진행 공간 활용 )
- 세미나 및 강의실(회원 시사회, 각종 교육 및 세미나, 토론회, 기자회견 등 활용)
- 프로젝트 룸(독립언론 협업 공간)
- 북카페(회원 및 센터 이용자 네트워크 공간)
- 글로벌 탐사보도 협업 공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독립언론 협업공간 마련을 위해 착실하게 재정적, 인적 준비 과정을 밟아왔습니다. 지난 6년 동안 나름대로 역량을 비축했습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왔습니다. 공간을 확보했고, 구체적 기능을 넣을 세부 공간 설계 작업에 곧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는 8월 광복절에 문을 열 예정입니다.
각 세부 공간에 들어갈 장비, 설비, 그리고 시설 관련 예산 확보가 이제 마지막 관문입니다. 진실의 수호자 뉴스타파 회원 여러분께, 뉴스타파 콘텐츠 이용자 여러분께, 그리고 한국 언론의 독립을 열망하는 99% 시민 여러분께 ‘짓다’ 프로젝트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함께 만들고, 또 지켜주시고 싶은 공간을 지정해주시면 해당 공간에 여러분들의 이름을 새겨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가족, 친척, 친구, 지인, 이웃과 함께 하시면 더 보람있겠지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한국 저널리즘의 역사에, 한국 독립언론의 역사에 여러분들의 이름을 새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언론을 그들에게 맡기지 말고 우리 힘으로, 시민들이 함께 바꿔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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