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은 적발되지 않는다

2019년 05월 03일 08시 00분

<편집자 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 연간 5.4조 원 이상의 공적 재원을 투입하지만, 정작 수혜자인 노인들은 손사래치는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전국 5,000여 개, 수용 인원 20만 명에 이르는 노인요양원 얘기다.

고령사회를 맞은 노인요양원 현장의 풍경은 황량하다. 장기요양 보험제도 시행 이후 시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서비스의 질은 여전히 '격리와 통제' 수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과 감시의 사각지대에서는 노인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부정과 비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노인요양원의 실태를 점검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노인들의 삶과 인권을 위협하는 우리 사회의 제도적·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다.

① 요양원에서 사라진 노인들
② 700개의 알약...산송장으로 돌아온 엄마
③ 요양원 비리, 유치원보다 심하다
-장기요양 급여 154억 원 줄줄 샜다
-전국 1등 요양왕국의 비밀
-요양원은 적발되지 않는다

-어르신들! 오늘은 보신탕입니다.
-날마다 파티에요. 세상에 온 건 소풍 온 거랍니다.

대전에 있는 좋은마을 요양원 원장 이 모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노인들에게 대접하는 음식 사진과 함께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원장은 지난 2017년 사기와 횡령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현재 감옥에 있다.

▲ 이 모 요양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 이 요양원에서는 8년 동안 26억 원의 부정수급과 횡령이 발생했다

요양원장의 특별한 재테크 전략

이 원장은 2014년부터 일단 자신의 딸을 요양보호사로 허위등록했다. 딸은 당시 해외에 유학 중이었다. 한 달 급여를 150만 원으로만 잡아도 19개 월 동안 약 2천 8백여 만 원을 빼돌린 셈이다. 이 원장에게 요양원 운영을 넘겨준 오빠 이 모 씨는 “외국에 간 제 딸을 요양보호사로 등록해놨으니 내 동생이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요양보호사를 허위로 등록하는 방법은 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이 원장은 2015년 1월에 31명의 요양보호사가 있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고 장기 요양 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31명 중 7명은 요양보호사가 아니라 조리사, 관리인 등의 업무를 했다. 조리사, 관리인 등을 채용할 비용을 아낀 셈이다. 필수적인 요양보호사 인력이 줄어 서비스의 질은 떨어졌다. 이 원장은 이런 수법으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26억 원을 공단에 부당청구했다.

▲ 좋은마을 요양원 측이 직접 작성한 인력 현황 자료

미등급 노인들은 ‘살아있는 통장’

이 원장이 돈을 만드는 방법은 또 있었다. 장기요양등급이 없는 노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이다. 많게는 한 달에 12명까지 수용했다. 그리고 ‘입소비’라는 명목으로 1인당 매달 50만 원을 받았다. 기존 시설에 수용하고, 있는 인력으로 관리하고, 숟가락만 좀 더 얹으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입소비 통장’은 이 원장이 직접 관리했다.

이 통장에서 이 원장의 개인 적금 100만 원, 보험료 100만 원이 매월 빠져나갔다. 조카 원룸 월세도 여기서 나갔다. 이런 방식의 횡령액이 5천만 원이 넘는다. 좋은마을 요양원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입소비가 입소 어르신에게 사용된 적은 없는 셈”이라며, “(이 원장이) 펑펑 쓰고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 요양원장이 직접 관리한 미등급 노인들의 ‘입소비 통장’

8년 동안 비리...아무도 감시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8년에 걸쳐 26억여 원을 부당청구했지만 단 한차례도 관리 당국에 적발되지 않았다. 관련 사건은 내부 고발자가 신고를 해 겨우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대전 중구청은 1년에 평균 4차례 지도점검을 했지만 시설 설비와 준비된 서류를 보는데 그쳤다. 특히 지도점검 일시를 사전에 고지해 요양원이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좋은마을 요양원에서 일한 전직 직원은 “지자체 지도점검 시 준비된 서류만 본다. 당직 등으로 보호사 숫자를 정리해놓았기에 서류는 완벽했다”라고 말했다.

대전 중구청은 시설 관련 점검은 하지만 보조금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공단은 현지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지자체에 책임을 넘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관내 장기요양기관 수가 2천 8백여 개에 달해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전체 기관을 1년에 100개씩 현지조사하면 28년이 걸린다”고 답했다.

취재 김새봄
촬영 이상찬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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