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위안부 지우기' 공작...대미 로비 3천5백 건 분석

2019년 08월 08일 18시 10분

박유하 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소정희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 교수.

하타 이쿠히코 니혼대 법학부 명예교수,
니시오카 쓰토무 레이타쿠대학 객원교수,
아치 미야모토 퇴역 미군장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유하, 소정희, 이우연, 니시오카 쓰토무, 하타 이쿠히코. (출처: 연합뉴스, 월간조선, 소정희 교수 웹사이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성노예 제도와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를 전파하는 학자나 논객이다.

한국학자 3명, 일본학자 3명...이들의 공통점은?

박유하는 자신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들이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폈다. 법원은 이 책에서 문제되는 부분 30여 군데를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우연은 식민지근대화론 주창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반일종족주의>를 출간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동상과 징용노동자 동상 설치 반대운동을 이끌었다.

소정희는 일본 제국주의 뿐만 아니라 한국의 가부장 문화 때문에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내몰린 어린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했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가 발생했다며, 한국의 민족주의 정치세력과 국제여성인권운동이 위안부 문제를 불완전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소정희의 <The Comfort Women: Sexual Violence and Postcolonial Memory in Korea and Japan>, 이우연의 <Korean Coal and Metal Mineworkers Mobilized in Wartime Japan: The Question of Wages and Ethnicity-Based Disparities>

하타 이쿠히코는 ‘위안부를 성매매 여성으로 매도하고 이를 이론화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하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론적 스승으로, 아베의 ‘고노담화 재검증팀’을 이끌기도 했다. 그의 논지는 박유하의 책에서도 주요하게 인용된다.

니시오카 쓰토무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극우논객으로 ‘아베 총리의 브레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아치 미야모토는 한국인 위안부의 위안소는 한국인 업자가 관리하고 일본인 위안부의 위안소는 일본인 업자가 관리했다며, 일본군이 운영한 위안소는 없었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하타 이쿠히코의 <Comfort Women and Sex in the Battle Zone>, 니시오카 쓰토무의 <The Reality of the Mobilization of Koreans During World War II - An analysis based on statistics and written records>, 아치 미야모토의 <Wartime Military Records on Comfort Women>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일본정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들 6명의 저서나 논문에 주목한 것이다.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이들의 저술은 일본정부의 홍보전략 수단이 됐다.  

미국 뉴욕주재 일본영사관은 2019년 2월, 미국 홍보전략 컨설팅업체인 마라톤스트래터지스(Marathon Strategies LLC)와 15일 간의 단기 계약을 체결한다. 컨설팅 비용은 2만 달러. 뉴스타파가 미국 법무부 ‘외국 로비대리인 등록법(FARA)’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로비계약서(Exhibit AB)를 보면 일본 정부는 마라톤 측에 이들의 이름과 저술을 특정하고, 그 내용을 2~3장 분량으로 요약해달라는 과업지시 내용이 있다.

▲미국 홍보전략 컨설팅업체인 마라톤스트래터지스가 올해 2월 미국 뉴욕주재 일본영사관과 계약한 로비업무 계약서. 뉴욕주재 일본영사관의 의뢰로 일본 정부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홍보전략을 개발, 실행한다고 돼 있다. 학자 6명의 저서를 특정해 각각 2~3장 분량으로 요약하라는 과업지시가 담겨 있다. (출처: 미국 법무부 FARA 사이트)

이 로비계약서에는 해당 용역의 목적이 “일본 정부의 목표를 이뤄나기기 위한 PR전략의 개발과 실행”이라고 명시돼 있다.

일본의 전쟁범죄 부정하는 학자들의 저서 요약 지시...홍보전략 목적

일본정부가 미국에서 유명 로비업체 등과 거액의 로비 계약을 맺고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 등 각계각층을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로비활동을 집요하게 벌여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홍보전략 업체에 일본 아베정권과 그 배후 극우세력의 입맛에 맞는 저술들을 꼭 집어서 그 내용을 요약해 달라고 의뢰하는 로비계약 기록이 발견된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15일 동안 2만 달러라는 돈을 들여 왜 이런 용역을 줬을까?

아시아 정책 연구자 조직인 미국 워싱턴DC 소재 아시아폴리시포인트연구원 민디 코틀러 원장은 뉴스타파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일본 정부의 의도는 미국, 특히 워싱턴 오피니언 리더로 하여금 아베와 보수성향의 국가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왜곡된 역사를 받아들이고 주장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이들은 워싱턴에서 이들의 왜곡된 역사가 받아들여진다면 이 같은 주장이 곧 정당화된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정부가 아베정권의 전쟁범죄 부정과 과거사 은폐 논리를 학자들의 외피와 논점을 차용해 워싱턴DC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주입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용역 업무를 진행한다는 해석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전쟁범죄를 지우기 위한 일본정부의 로비는 이처럼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18일 단비뉴스와 함께 일본의 ‘위안부’ 대미 로비 실태를 1차로 분석해 그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법무부 FARA 사이트에 등록된 일본의 ‘위안부’ 관련 로비활동 실태를 전수조사해 49건의 로비활동 보고서(supplement)를 확인했고, 로비가 1992년 처음 시작돼 미 의회에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관련 결의안이 발의되는 시기에 집중된 사실을 밝혔다.

※ 관련기사: 일본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이슈마다 대응, 천만 달러 투입

일본정부의 ‘위안부’ 관련 대미 로비활동은 대부분 대형 로펌인 호건(Hogan)과 전문로비업체 헥트(Hecht)가 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첫 보도 이후 이 두 회사의 로비활동 보고서에 나오는 로비활동 내역(activities)을 추가로 모두 수집해 분석했다. 로비활동 내역에는 로비스트들이 접촉한 미국 인사의 이름과 직위, 접촉 날짜, 접촉 형태(이메일, 전화, 미팅 등) 등 상세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취재팀은 호건과 헥트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로비를 시작한 2001년부터 2019년까지의 로비활동 내역을 전수 데이터로 정리해 집계했다. 그 결과 모두 3,537건의 미국 인사 접촉 내역이 확인됐다.

▲미국 로비회사 헥트가 미 법무부에 제출한 로비활동 보고서 중 상세 접촉 내역

뉴스타파, 일본정부의 대미로비 접촉 3천5백건 확인

일본 정부가 로비회사를 통해 가장 많이 접촉한 로비 대상은 미국 하원(1,861건)이었다. 조사 기간 동안 미 하원에서는 ‘위안부’ 관련 문제나 ‘일본군에 사로잡힌 미군 포로의 강제노동’ 문제 등 일본 정부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과거사 관련 결의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이 같은 하원 결의안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미 하원의원이나 관계자들에게 로비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로 많은 로비 대상은 미국 정부(917건), 세번째는 미국 상원(627건)으로 나타났다. 연방의회나 연방정부 이외에 언론(71건), 지방정부(27건), 싱크탱크(13건)도 로비대상이었다.

로비대상자
소속 기관
건수비율
하원1,86153%
정부91726%
상원62718%
언론712%
지방자치단체271%
비정부단체
/ 싱크탱크
130%
의회100%
대학60%
기업30%
일본
외무성
20%
총계3,537100%

▲(표) 로비대상자 각 소속별 로비건수

시기별 로비 접촉 건수를 보면 일본정부가 호건과 처음 계약을 맺은 2001년이 843건으로 가장 많았다. 2001년은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을 거론한 첫번째 결의안인 하원 공동결의안 195가 발의된 해다. 당시 이 결의안을 발의한 레인 에반스 의원도 로비대상이었다. 2002년에는 742건의 로비 접촉이 보고됐다. 일본정부 대미 로비 접촉 건수는 2003년부터 매년 줄어들다가 에반스 의원과 혼다 의원이 ‘위안부’ 관련 하원 결의안을 발의한 2006년과 2007년 각각 133건, 535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 일본정부 ‘호건' ‘헥트' 통한 대미로비 추이

미 하원 결의안 나올 때마다 주요 당직자에 일본정부 로비 접촉 집중돼

미국 하원 대상 로비 접촉 1,861건 중 3분의 2 가량인 1,200건이 개별 의원 대상 로비였다. 로비회사 소속 로비스트가 의원을 직접 접촉한 사례는 452건이었고, 비서실장과 입법비서, 일정관리직원 등 의원실 직원들을 통해 접촉한 경우는 748건으로 나타났다. 개별 의원이 아닌 하원 상임위 전문위원(professional staff) 대상 로비 접촉도 653건으로 집계됐다.

정당 별 로비 경향도 살펴봤다. 일본정부의 로비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대상 하원의원 195명 중 69%인 134명이 공화당이었고, 나머지 61명은 민주당이었다. 로비 횟수로 분석하니 정당에 따른 격차가 더 커졌다. 하원의원 대상 로비 접촉 중 78%인 936건이 미 공화당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됐고, 민주당 의원에 대한 로비는 22%인 264건으로 나타났다.

일본정부가 로비업체를 통해 가장 많이 접촉한 정치인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심슨 의원으로 나타났다. 모두 125번 접촉했다. 심슨 의원은 미일 양국의 친선교류에 관심이 높은 상하원 의원들의 모임 ‘U.S.-Japan 코커스’ 소속이다.

2위는 하원 의장과 공화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존 베이너 의원으로 접촉횟수는 90건이었다. 3위는 공화당 크리스 콕스 의원이었다.

순위 로비대상자
이름
정당 비고 로비 접촉
건수
1 마이크 심슨(Mike Simpson) 공화당 US-Japan 코커스 125
2 존 베이너(John Boehner) 공화당 하원의장
지일파
90
3 크리스 콕스(Chris Cox) 공화당   57
4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민주당 하원의장 46
5 짐 색스턴(Jim Saxton) 공화당   46
6 도널드 만즐로(Donald Manzullo) 공화당 위안부 결의안 반대
121결의안 시점-pacific subcommittee
33
7 에니 팔레오마베가(Eni Faleomavaega) 민주당 121결의안 시점-pacific subcommittee 31
8 데니스 해스터트(Dennis Hastert) 공화당 하원의장
지일파
31
9 톰 딜레이(Tom DeLay)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29
10 일레나 로스-레티넌(Ileana Ros-Lehtinen) 공화당 121결의안 시점 외교위 소속 26

일본정부의 미 하원 대상 로비는 주로 결의안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원들과 이른바 지일파 의원들에게 집중됐다. 미국 하원의 경우 의원이 결의안을 발의하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되는데, 이 과정에 해당 상임위원장과 하원의장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원의원 로비횟수 8위인 데니스 해스터트 의원은 레인 에반스 의원이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발의한 2006년 당시 하원의장이었다. 에반스 의원의 위안부 결의안은 2006년 4월에 발의돼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하원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같은 해 9월 폐기됐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로비업체들은 해스터트 의장과 모두 7번 접촉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하원에서는 은퇴 후 일본대사로 가길 바라던 해스터트 의장이 이 결의안을 못마땅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에반스 결의안이 발의됐을 때 일본정부는 하원외교위원회에서 이 결의안을 심의하던 기간에 외교위원장 헨리 하이드 의원을 3번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횟수 46건으로 4위를 차지한 낸시 펠로시 의원은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이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위안부 관련 하원 결의안 121호를 발의할 당시 하원의장이었다. 펠로시 의장은 혼다 결의안이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하자 “이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하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낼 정도로 위안부 결의안에 호의적인 의원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 결의안이 처리되는 기간에만 모두 39번이나 펠로시 하원의장실을 접촉할 정도로 끈질기게 로비를 시도했다.

로비횟수 90번으로 2위인 존 베이너 의원은 에반스 의원과 마이크 혼다 의원이 각각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발의한 2006년과 2007년에 공화당 원내대표였다. 베이너 의원은 오랜 기간 고르게 일본 로비업체의 접촉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너 의원은 하원의장이던 2015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초청해 상하원 합동연설을 주선했다. 포브스지는 일본만큼 정치자금 제공에 관대한 나라가 몇 없다며 베이너 의장이 일본의 정치자금을 의식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로비횟수 33번으로 6위인 도널드 만즐로 의원은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이 결의안을 발의했을 때 “제3자 간의 역사적인 슬픔을 얘기하기에 미국 하원은 적당한 곳이 아니다. 이 결의안은 미국의 동맹과 동맹을 겨루게 하고, 시민과 시민이 맞붙게 할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혼다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이날 공화당의 데이나 로라바커 의원이 유일하게 혼다 결의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로라바커 의원은 “일본은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다. 이 결의안의 중심 요지는 일본 정부가 역사적 책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사과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일본은 이미 그렇게 했다”며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일본정부는 로비업체를 통해 모두 21번 로라바커 의원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15번이 하원 외교위원회의 혼다 결의안 처리 기간에 집중됐다.

일본정부의 미 상원의원 로비접촉 1위는 ‘지일파’인 민주당 이노우에 의원

미국 상원을 대상으로 한 일본정부의 ‘위안부’ 로비 접촉 627건 중 약 80%인 494건이 개별 의원을 상대로 한 로비였다. 의원 본인에게 직접 접촉한 경우는 227번, 의원실 직원에게 접촉한 경우는 267번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33건은 상임위의 전문위원들을 접촉한 것이다.

일본이 로비를 위해 접촉한 상원의원 수는 공화당이 41명, 민주당이 29명으로 공화당이 더 많았다. 그러나 로비횟수는 민주당 254번, 공화당 240번으로 민주당이 더 많았다. 이는 대표적인 지일파 의원이자 상원의원 로비접촉횟수 1위인 대니얼 이노우에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노우에 의원은 마이크 혼다 의원의 하원 결의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은 인물이다.

순위 로비대상자
이름
정당 로비 접촉
건수
1 대니얼 이노우에(Daniel Inouye) 민주당 98
2 척 헤이글(Chuck Hagel) 공화당 24
3 래리 크레이그(Larry Craig) 공화당 20
4 트렌트 로트(Trent Lott) 공화당 19
4 로버트 버드(Robert Byrd) 민주당 19

2위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척 헤이글 공화당 의원(24건), 3위는 같은 공화당의 래리 크레이그 의원(20건)이었다.

공동 4위인 트렌트 로트 의원은 상원에서 자동차 연비를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될 때 일본의 닛산 자동차를 규제에서 제외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딕 체니 부통령, 부시 대통령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선임고문도 현직 시절 로비받아

미국 연방정부 소속 관료들이 일본의 ‘위안부’ 관련 로비대상이 된 경우는 917건으로 하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부처별로 보면 미 국무부 소속 전현직 공무원 대상 로비 접촉이 5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현직 부통령에 대한 로비가 102건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81건), 백악관(61건), 법무부(35) 등이 뒤를 이었다.

소속 로비 접촉
건수
국무부 592
부통령 102
국가안보회의 81
백악관 61
법무부 35
보훈부 25
국방부 11
관리예산실 4
버락오바마 인수위 2
상무부 1
무역대표부 1
노동부 1
교통부 1
총계 917

정부 소속 관료 가운데 가장 많이 일본정부의 로비 접촉 대상이 된 사람은 국무부 입법업무국에서 입법관리관을 지낸 톰 라이히였다. 일본 로비업체들이 톰 라이히와 접촉한 내역은 모두 318건이나 나왔다. 그는 일본의 위안부 관련 전체 로비대상자 중 1위이기도 하다.  2위는 미 국무부 소속 변호사 제임스 허진으로 모두 98번 로비대상이 됐다. 3위는 74번 로비 접촉을 받은 마이클 그린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법률고문이었다. 그린은 현재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일본석좌이자 선임부소장이다. 그는 국내 주요 언론매체에도 동아시아 정세 전문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로비대상자 소속 로비 접촉
건수
톰 라이히(Tom Reich) 국무부 318
제임스 허진(James Hergen) 국무부 98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국가안보회의 74
월터 먼데일(Walter Mondale) 부통령 54
딕 체니(Dick Cheney) 부통령 47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국무부 25
앤서니 프린시피(Anthony Principi) 보훈부 21
존 턱(John Tuck) 국무부 18
칼 로브(Karl Rove) 백악관 15
베리 잭슨(Barry Jackson) 백악관 14

이외에도 미국  정부 소속 로비대상자 10위권 안에는 저명 인사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정계 은퇴 후 주일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던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 54회로 4위, 딕 체니 부통령이 47회로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재무장을 권고하는 ‘아미티지 보고서’로 유명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부 장관도 국무부 부장관 시절 일본의 로비 접촉을 25번 받아서 6위에 올랐다. 이밖에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칼 로브 전 백악관 선임고문도 15번 로비를 받아 9위에 올랐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사 쓴 언론인과 동아시아 전공 연구자들도 로비접촉 대상

일본의 로비활동보고서에는 언론 대상 로비 71건과 싱크탱크 대상 로비 13건도 확인됐다. 언론사 중에서는 워싱턴포스트가 18번으로 가장 많았다. 의회전문지인 더힐(9번), 네트워크 방송사인 ABC(6번),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각 5번) 등이 뒤를 이었다.

언론인 중 일본 로비업체의 접촉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워싱턴포스트 시애틀지국장 블레인 하든이었다. 하든 지국장은 혼다 결의안에 대한 관심이 높던 2007년 7월 18일 ‘일본이 2차대전 성 노예에 대한 하원 결의안에 경고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주미 일본대사 가토 료조의 서한을 보도했다. 일본 로비업체는 이 보도 전에 5번, 보도 후에 3번 하든 지국장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크탱크 관계자 중에서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갤스턴과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오슬린이 각 4번씩 가장 많은 로비를 받았다.

일본의 ‘비공식 로비’ 급증, 더 큰 문제로 대두

일본의 대미 로비 실태를 관찰해온 연구자들은 미국 법무부에 등록, 신고된 로비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일본 로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시아폴리시포인트연구원 민디 코틀러 원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FARA에 따라 미 법무부에 등록을 하고 의원 등을 상대로 진행하는 로비 활동보다 일본이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와 의회 프로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전문가들을 상태로 벌이는 비공식 로비(unregistered lobby)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틀러는 “일본 정부는 워싱턴에 있는 여러 싱크탱크에 재정지원을 하거나, 미 정부 인사가 은퇴한 뒤 싱크탱크에 근무하게 하고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다”고 말하고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전문가들은 일본의 자금 지원을 잃거나 일본이 지원하는 컨퍼런스 등에 초대받지 못하는 데 강한 공포를 느낀다”며  일본 자금이 이미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싱턴의 아시아전문가 커뮤니티는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의회조사국(CRS) 연구자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신고하지 않은 로비는 로비 타킷을 침묵하도록 만들며, 이것은 어리석은 공식입장문을 내는 것보다 훨씬 파워풀하고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호주국립대학교 일본역사학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도 뉴스타파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역사문제와 관련해 일본 외교관들이 학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즈키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학자들은 현지 일본 영사관에서 이들의 연구 내용에 대해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학자들은 이 같은 압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녀상 전시 방해하고, 위안부 문제 지우려는 아베 정권

지난 8월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축제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표현의 부자유전·그후’ 부스가 폐쇄됐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장이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았다”며 전시장 폐쇄를 요청했고,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도 테러 협박 등을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일본의 ‘위안부’ 대미로비 1차 보도에서 2018년 주미 일본대사관과 계약을 맺은 로비업체 포브스 테이트가 로비활동보고서에서 “미 연방의회의사당 방문자센터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전시 및 상원의 승인과 관련해 의회 직원과 연락을 취했다”는 내용의 로비 내역을 확인해 전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같은 시기에 일본정부의 또 다른 대미 로비 창구인 로비업체 호건도 미 연방의회 소녀상 전시와 관련된 로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역을 발견했다. 호건은 이 시기에 의회 방문자센터 등 의회 건물 관리를 총괄하는 의회건축처장 스티븐 아이어스와 여러 명의 상하원 의원들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정부의 대미 로비활동 내역에는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지우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책임을 묻는 결의안이 통과됐음에도 10년이 지난 2018년 미 연방의회 방문자센터 소녀상 전시 행사를 방해하거나, 2019년 성노예 제도와 강제연행 사실을 부정하는 하타 이쿠히코 등의 저술 내용 요약보고서를 홍보전략 목적으로 만드는 등 전쟁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사과했다’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의 진정성을 믿기 힘든 이유다.

일본 나고야시에서 소녀상 전시가 폐쇄된 8월 4일, 또 한 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한 생존자는 20명만 남았다.

취재: 김지윤, 임보영
데이터: 김강민
데이터 시각화: 임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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