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뇌물 혐의로 현대건설 수사
2024년 11월 14일 11시 00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 전세계 110개 매체, 언론인 400여 명과 함께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FinCEN)에서 유출된 수상한 금융거래첩보, 즉 ‘의심거래보고서’(SAR) 2100여 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2013년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 2017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이은 네 번째 역외금융범죄 관련 국제공조 취재 프로젝트 <美 재무부 첩보 유출(FinCEN Files)>을 9월 21일부터 차례로 보도합니다. ①'김O삼'과 '강O희', 수백개 돈세탁 유령회사 임원 등재 |
뉴스타파는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FinCEN)에서 유출된 2만여 건의 ‘의심거래보고서’(SAR, Suspicious Activity Report)를 분석해 수백 개 유령회사에 임원으로 등재된 한국인 2명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이사로 이름을 올린 페이퍼컴퍼니들은 국제 돈세탁 조직의 금융범죄에 활용된 서류 상 회사로 추정됩니다.
이 한국인 2명의 이름은 ‘Youngsam Kim’(김영삼)과 ‘Dong Hee Kang’(강동희)입니다.
국제 돈세탁 조직은 고객의 검은 돈을 숨겨주거나 자금 세탁을 해주기 위해 유령회사를 세우고 은행 계좌를 만들어 무역 거래나 채권채무 이행을 꾸며 자금을 복잡하게 돌립니다. 이 과정에서 범죄 조직, 진짜 ‘전주’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유령회사 임원이나 주주에 위장한 인물을 내세웁니다. 이 인물을 이른바 ‘프록시'(Proxy), 즉 대리인이라고 합니다.
‘김영삼’과 ‘강동희’라는 이름의 한국인은 국제 돈세탁 조직이 운용하는 유령회사에서 바로 이 ‘프록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삼은 4백여 개 유령회사의 이사로 등재됐습니다. 이번 유출 자료에 나오는 ‘프록시’ 전체를 따져봐도 단연 독보적입니다. ‘프록시 왕’ 또는 ‘이사(理事) 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서류에 이 ‘김영삼’ 씨는 생년이 1970년으로 돼 있습니다. 주소는 두 가지가 나옵니다. 영국 런던과 한국 서울 신설동입니다. 미국 금융범죄단속국 의심거래보고서 ‘SAR’에는 김영삼이 영국, 인도, 뉴질랜드, 미국 유타 주와 전세계 역외 조세도피처에 설립된 457개 기업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그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부패 정치인들과 관련 있는 있는 인물이라는 대목도 나옵니다. 등장합니다.
김영삼이란 인물은 지난 2015년 조직범죄와부패보도프로젝트(OCCRP)가 추적한 동유럽, 중앙아시아계 돈세탁 조직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라트비아인 유리 비트만, 스탠 고린, 에릭 베나갤스 등이 ‘프록시'로 활동했던 유령회사에 함께 이름을 올렸거나 후임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린 기록이 나옵니다.
한 의심거래보고서에는 “비트만, 고린, 베나갤스는 영국, 뉴질랜드, 미국, 아일랜드, 키프로스, 그리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파나마 같은 전통적인 조세도피처에 설립된 회사에 이사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이들 회사는 다시 수백, 수천개의 다른 회사의 이사와 주주로 등록돼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또 다른 보고서에는 “비트만 일당은 이미 러시아 사기 사건 등 여러 형사 사건에 연루” 된 바 있고 “러시아와 라트비아 조직범죄 조직과 관계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들은 “돈세탁, 불법 무기교역, 정부 부패, 마약 카르텔, 아시아 범죄조직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범죄에 활용된 수천 개의 유령회사의 임원”이라고도 되어 있습니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김영삼이란 인물은 영국 기업등록소(Companies House)에 2011년 12월 무렵 처음 등장해 2015년까지 수백개 회사의 임원으로 임명됐다가 사임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현재는 대다수 회사에서 사임하고 5개 회사에서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진은 이 김영삼의 주소 두 곳을 확인해봤습니다. 검색 결과 런던 주소는 페이퍼컴퍼니 설립대행사 주소로 나왔습니다. 서울 신설동 주소지도 찾아가봤습니다. 김영삼이란 인물의 형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형은 김영삼이 오래 전 리투아니아로 이주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투아니아에 김영삼이라는 이름의 한국동포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거주하는 같은 생년의 김영삼이 한 명 나왔습니다.
취재진은 수백 개 페이퍼컴퍼니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김영삼과 리투아니아 한인동포 김영삼은 같은 사람일까.
취재진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서류 등에 나와 있는 김영삼의 개인 정보와 서명 등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있는 김영삼 씨에게 보냈습니다. 김 씨는 서명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자기 이름이 도용당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또 다른 한국인 ‘프록시’인 강동희라는 인물 역시 국제 돈세탁과 관련해 악명 높은 비트만 일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동희라는 이름은 모두 108개 유령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습니다.
강동희는 국제 돈세탁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인물. 385개 유령회사에 ‘프록시’로 이름을 올리며 국제 자금세탁계에서 널리 알려진 라트비아인 알리 물라예가 맡고 있던 임원직을 강동희가 2018년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 분석 결과, 강동희 또한 김영삼과 함께 유령회사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비트만 일당과 여러 유령회사 임원에 같이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강동희’라는 인물로 추정되는, 같은 이름을 쓰는 우크라이나 거주 재외동포와 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는 유령회사에 대해 알지 못하며 회사 서류에 나오는 서명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수백 개 유령회사 임원에 오른 ‘김영삼’과 ‘강동희’가 이 두 해외동포와 동일인물인지, 아니면 이름과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건지 현재로선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한국인 이름이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감시국 보고서에 거론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제 돈세탁 방지 분야 전문가들의 주시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의 이름과 개인 정보가 도용 당했든, 아니면 실제 이들이 어떤 식으로 개입을 했든, 우리나라 입장에선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국제 돈세탁 네트워크를 추적해온 자금세탁방지 전문가 그레이엄 배로는 ‘김영삼’과 ‘강동희’ 같은 이른바 프록시, 즉 대리인들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프록시'들은 (신원을 숨기려는 자들의) 신뢰받는 부하입니다. 범죄의 주변부에 있는 거죠. 반면 어떤 ‘프록시’들은 본인이 프록시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이름이 문서에 사용된지 전혀 모르고 어떤 이득도 얻지 않은 ‘프록시’의 사례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중간도 있겠죠. 자신의 명의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몇 유로, 몇 파운드를 받고 빌려주는 이들 말입니다.”
- 그레이엄 배로 / 자금세탁방지·기업윤리 컨설턴트 (국제협업팀 공동인터뷰)
취재 | 김용진 홍우람 김지윤 이명주 |
촬영 | 최형석 이상찬 |
편집 | 정지성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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