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후보자, 알권리보다 ‘엘리트 검사의 이익’이 먼저… 법무부 내부 증언

Aug. 30, 2024, 10:00 AM.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검장 시절, 특수활동비를 부하 검사들에게 ‘명절 떡값’ 등으로 돌렸다는 예산 오남용 의혹이 드러난 데 이어, 법무부 차관 재임 중 법무부에 파견된 ‘엘리트 검사’들의 이익을 앞세워 애초 공개 방침이었던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을 전면 비공개하도록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관련 기사: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특활비로 ‘명절 떡값’, '연말 격려금' 의혹 / https://newstapa.org/article/ocsFF)
▲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출처: 연합뉴스)
올해 1월 3일, 뉴스타파는 법무부에 2019년 9월 이후 장관을 지낸 조국, 추미애, 박범계, 한동훈 등 4명의 법무부 장관이 집행한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에 대한 공개를 청구했다.
2023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대검찰청을 포함한 일선 검찰청이 특수활동비의 집행 기록을 공개했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들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는 왜 요구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상황이었기에, 법무부가 역대 장관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실제로 지난 1월 30일, 법무부 직원은 뉴스타파에 연락해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의 공개 준비가 다 끝났다”, “공개할 자료의 분량은 200장 정도”라면서 “법무부 차관의 결재가 아직 안 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수상한’ 의사 결정, “특활비 자료 공개 준비 끝” → 돌연 “전면 비공개”

이 대화 속의 법무부 차관이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다. 당시 한동훈 장관이 사임 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장관직은 공석이 됐고, 법무부의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은 장관 직무를 대행하던 심우정 차관에게 있었다. 
법무부 직원과의 통화가 있고 엿새 뒤인 2월 5일, 법무부는 뉴스타파에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공식 통지서를 보내왔다. 내용은 ‘정보 비공개’ 결정이었다. “자료의 공개 준비를 마쳤다”던 법무부가 돌연 “비공개”로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 역대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법무부의 통지서

‘법무부의 수상한 의사 결정에 심우정 차관 적극 개입’ 내부 증언

뉴스타파는 법무부에서 벌어진 이 ‘수상한 의사 결정’ 과정의 배경을 확인하던 중, 한 법무부 관계자의 내부 증언을 확보했다.
증언의 핵심은 ‘당초 법무부 수뇌부의 기조는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장관 직무 대행인 심우정 차관이 전면 비공개로 의사 결정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기조가 섰었어요. (특활비 자료의) 공개 쪽으로 가자고. ‘큰 틀에서 이거는 공개가 맞지 않겠냐’라는 의견이셨고. 전체적으로 수뇌부 분들이 다 그런(공개) 의견이셨어요. (중략) 부담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차관님이. 장관도 없는 마당에 본인이 다 이거를 떠안기가…

법무부 내부 증언 (2024년 2월)
법무부 내부 관계자는 특수활동비 자료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과정에 “(심우정) 차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며 “(비공개 사유) 문구까지 차관실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정보를 전면 비공개하기로 한 의사 결정 과정에 심우정 차관이 적극 개입했다는 뜻이다. 
○ 법무부 내부 증언자: 차관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고, 사실은. 그렇게 문구까지 다 차관실에서 나온 거라. 
● 기자: 비공개 사유가요?
○ 법무부 내부 증언자: 네, 맞습니다.

법무부 내부 증언 (2024년 2월)

정보공개 행정소송, 1심에만 최소 1년… 법무부 승소 가능성 희박, ‘시간끌기 꼼수’

결국 지난 5월,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 등과 함께 법무부를 상대로, 법무부 장관이 쓴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의 공개를 확정한 대법원 판례가 이미 세워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무부가 이번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사실을 심우정 후보자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장관 특수활동비 기록의 비공개 결정을 지휘했다.
정보공개 행정소송은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1년 가량이 걸린다.
대검이 지금 (특수활동비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고. 차관님은 대검에서 오셨으니까요. 그거를 다 보고 오셨거든요. 공개하고 있는 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세요. (중략) 어차피 (행정소송) 결과는 뻔할 거지만, 대검이 줬기 때문에… 그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공개까지의) 시간을 좀 더 확보하자’라는 취지인 것 같은데… 시간을 좀 더 끌려는 계획이 있으신 것 같기도 하고…

법무부 내부 증언 (2024년 2월)

심우정 후보자, ‘엘리트 검사의 이해관계’ 앞세워 ‘주권자 알권리’ 훼손 의혹

그렇다면 당시 심우정 차관이 이토록 무리하게 장관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의 공개를 거부한 이유는 뭘까.
법무부 관계자는 뉴스타파가 법무부의 핵심 부서인 ‘검찰국’에서 쓴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를 공개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장관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 여부 통지 기한을 일주일 앞두고 있던 올해 1월 24일, 뉴스타파는 법무부 검찰국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에 대해서도 추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검찰국에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는 바람에 이제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나, 상황이.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공개청구가) 검찰국에 들어왔으니까 그거를 같이 보고서 판단해야 되겠다는 의중이 나오신 거고요, 의견이. 

법무부 내부 증언 (2024년 2월)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부서로, 검찰국 내 보직은 소위 ‘엘리트 검사’들이 차지하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심우정 후보자도 법무부 검찰국 형사기획과장(2013.4.~2014.1), 검찰국 검찰과장(2014.1~2015.2.)을 지냈다.
검찰국은 기밀 수사 등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데도 특수활동비를 집행한다. 법무부 검찰국이 쓴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자료가 공개될 경우, 이를 물꼬로 검찰국을 포함해 ‘엘리트 검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법무부 핵심 부서들의 특수활동비 자료 역시 연쇄적으로 공개가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심우정 차관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우정 후보자가 주권자의 알권리보다 일부 검사들의 이익을 앞세운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장관실로 장관이 쓴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서를) 내셨잖아요.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검찰국장, 검찰국을 이제 또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셨고. 이렇게 따지면 법무부 산하에 있는 모든 실국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청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니까... 이렇게 건건이 들어오게 되면 이거는 협조하기 힘들지 않겠냐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법무부 내부 증언 (2024년 2월)
뉴스타파는 심우정 후보자에게 ▲지난 1월, 공개 준비가 끝났던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이 돌연 전면 비공개된 경위가 무엇인지 ▲일부 ‘엘리트 검사’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이 같은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 맞는지 물었지만, 심 후보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9월 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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