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검사들의 노하우 : 김형준 검사-스폰서 전화 풀버전 공개

2019년 10월 25일 20시 45분

검사들은 어떻게 사건을 덮을까. 특히 자기 자신의 비위 행위가 연관된 사건이라면? 뉴스를 통해서는 이미 ‘검사가 작업한’ 사건의 결론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물밑에선 수만 번의 발길질이 이뤄진다. 검사들도 사건을 덮기 위해 ‘노오오오력’을 한다는 말이다.

뉴스타파는 2016년 불거진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김형준 검사와 스폰서 간에 이뤄진 통화 풀버전을 공개한다. 학맥, 인맥, 위계, 전관, 향응 등 검사들이 사용하는 핵심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2016.6.27. “내가 왜 부장검사들하고 호텔에서 밥을 먹겠어?”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6년 9월 5일, 한겨레신문 보도를 통해서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시작은 다섯달 전인 4월이었다. 사업가였던 스폰서 김 모 씨가 동업자 한 모 씨에게 고소를 당한 것이다. 해당 사건의 고소장에 ‘스폰서 김 씨가 김형준에게 천 5백 만 원을 줬다’는 회사 비밀장부가 포함된다. 단순한 사업자 간 분쟁이 현직 부장검사의 스캔들로 확장된 분기점이었다.

스폰서 김 씨는 김형준 검사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 룸싸롱 접대와 성매매, 금전거래, 그리고 검사의 여자 관계. 김형준 검사는 본인이 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담당 검사들을 열심히 만났다. 검사가 검사에게 로비를 해야하는 상황.

다짜고짜 만날 수는 없었다. 학맥, 인맥, 부장검사의 지위 등을 이용했다. 핑곗거리를 찾아 검사들과 밥을 먹었다. 스폰서 김 씨 사건의 주임검사인 박정의 검사와 식사를 하고, 담당 부서인 형사4부 검사들과 안면을 트기 위해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옆 이태리 식당에서도 식사를 대접했다. 김형준 검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되묻는다. “내가 왜 그러겠어?”

2016.7.6. “그분이 내일 검찰에 들어가신대.”

서부지검에서 스폰서 김 씨가 조사를 받던 중 한 통의 팩스가 들어온다. 바로 검사장 출신의 강00 전관 변호사 선임계였다. 김형준 검사의 섭외였다. 이미 서부지검 차장검사와 부장검사에게는 전화를 걸어 놓은 상황이었다. 김형준 검사는 스폰서에게 전관 변호사에게 찾아갈 때 정장을 입고 찾아가 몸이 아프고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라고 꼼꼼하게 지시한다. 그러면 그 전관이 검찰에 들어가 해결할 것이라고 암시한다.

김형준 검사의 이런 노력은 친구 스폰서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였고, 스폰서가 어떻게 되는지는 큰 관심이 없었다. 실망한 스폰서는 결국 언론에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실을 제보했다. 스폰서 김 씨의 구속영장은 발부됐고, 스폰서 김 씨가 체포된 날인 2016년 9월 5일, 세상에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이 폭로됐다.

제작진
취재김새봄 심인보 김경래
편집윤석민 정지성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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