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활비'의 흔적... 원전 수사와 이천 화재 참사

2023년 12월 06일 16시 55분

뉴스타파가 전국 65개 검찰청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특활비 집행이 큰 폭으로 증가한 8개 지검·지청을 분석한 결과, 윤석열 총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검사가 기관장으로 있었거나 월성 원전 사건처럼 ‘정치적 사건’이 배당됐던 곳으로 파악됐다. 2020년은 검찰 전체로 볼 때, 특활비 지출이 가장 적었던 시기로, 이들 8개 검찰청의 특활비 집행은 전년 대비 적게는 56%, 많게는 151%까지 급증했다. 

‘윤석열 사단’에게 내려간 특활비… ‘기밀 수사’ 아닌 ‘법리 검토’에 사용?

검찰 특수활동비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160억 원에서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47억 원까지 급감했다. 이중, 2021년 특활비 지출이 유독 적은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가 전국에 있는 고검·지검·지청 등에 특활비를 직접 배정하고 지급해서다. 
▲ 대검찰청의 연도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법무부가 직접 특활비를 배정한 2021년에 가장 적은 47억여 원을 썼다. 반면, 2022년에는 다시 검찰총장이 배정을 시작하면서 집행액이 늘었다.
대검과 마찬가지로 전국 64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도 2018년부터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2017년 총액은 검찰의 자료 무단 폐기로 확인 불가.) 다만, 2021년에는 전년 대비 약간 늘어난 45억 원 안팎의 특활비를 쓴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앞서 밝혔듯 특활비 분배 과정에 법무부가 직접 개입한 결과다. 반면, 그 직전 해인 2020년에는 특활비 집행액이 35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가장 적다.  
▲ 대검찰청과 전국 64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금액을 비교했다. 전국 64개 검찰청의 특활비 집행이 가장 적었던 시기는 2020년이다. 
이렇듯 2020년은 검찰 전체로 볼 때, 특활비 지출이 가장 적었던 시기다. 그런데 2019년과 비교해 2020년에 오히려 특활비 지출이 늘어난 검찰청이 있다. 모두 19곳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수원지검 여주지청이다. 2019년 대비, 151% 증가했다. 2020년 여주지청은 2019년 대비 3,200만 원이 증가한 5,300만 원의 특활비를 썼다. 증가율 기준으로 전국 모든 검찰청 가운데 최고치다. 그다음 해인 2021년엔 2,900만 원, 2022년엔 2,800만 원을 써 2020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 2020년 전국 검찰청 가운데 특활비가 늘어난 검찰청은 총 19곳이다. 이중 수원지검 여주지청의 증가율이 가장 크다.
2020년 여주지청의 특활비가 급등했을 당시 여주지청장은 지금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송 지검장은 2020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년 5개월간 여주지청장을 지냈다. ‘윤석열 사단’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엔 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검찰총장을 지냈을 땐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발탁됐다.
송경호 지검장이 여주지청장으로 있던 시절, 지휘한 주요 수사와 당시 언론 보도, 여주지청의 특활비 집행 추이를 교차 분석했다. 이중, 최근 6년간 가장 많은 특활비가 집행된 2020년 5월에 주목했다. 여주지청은 2020년 5월 한 달 동안 1,600만 원의 특활비를 썼다. 그 직전 달인 4월에 600만 원, 다음 달인 6월에 100만 원을 쓴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금액이다. 지난 6년 중 2020년 5월보다 특활비가 더 많이 집행된 달은 없었다. 
당시 송 지검장은 ‘이천 화재 참사’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장을 맡고 있었다. ‘이천 화재 참사’는 2020년 4월 29일, 경기 이천 소재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나 노동자 38명이 숨진 사건이다. 참사 직후, 검찰은 검사 15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였다. 같은 해 4월 30일 중앙일보가 ‘윤석열 총장이 이 사건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보도할 만큼 관심을 모았다. (檢 15명 대규모 투입···윤석열 실시간 보고받는다)
▲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여주지청장으로 재직했다.
이로부터 석달 뒤인 2020년 7월, 여주치정은 송 지검장 명의로 ‘이천 화재 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법인을 포함해 총 10명을 재판에 넘겼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주지청의 이 같은 수사 결과는 앞선 경찰 수사 결과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원지검 여주지청이 2020년 7월 20일 발표한 '이천 화재 사건' 수사 결과 중 일부
경찰 역시 이천 화재 참사 직후, 10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이들은 피의자 조사와 현장 검증, 압수수색 등을 벌였다. 이천 화재 사건의 실제 현장 조사와 수사를 맡은 곳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때 여주지청은 주로 ‘법리 검토’를 맡았다. 
당시 검찰이 꾸린 특별수사본부의 역할은 ‘법률 지원’이었다.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수사를 해도 영장을 청구하려면 영장 (신청) 단계에서 어떤 게 법리적으로 모자랄 수 있다, 아니면 이 정도면 되겠다, (검찰과) 서로 의논을 했다”며 “영장 신청시 서로 법리 검토를 하면서 (수사 상황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여주지청은 경찰이 현장 수사를 맡고 송치까지 한 ‘이천 화재 참사’ 당시 주로 ‘법리 검토’를 맡았는데, 이 무렵 지난 6년간 가장 많은 특활비를 쓴 것이다. ‘이천 화재 참사’ 외에 당시 여주지청이 윤석열 총장의 ‘지시’를 받고, 따로 ‘기밀 수사’를 벌인 정황이나 수사 결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여주지청은 경찰 수사에 대한 법률 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시기, 평소보다 많이 특활비를 지급받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송 지검장은 당시 특활비를 실제 어디에 썼는지 묻는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총장, 2020년 ‘윤석열 사단' 등 8개 검찰청에 수시지급분 몰아준 정황

여주지청의 이 같은 특활비 증가는 검찰총장의 지원 없인 불가능하다. 전국 모든 검찰청은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에서 매달 검찰청 규모에 따라 정기적으로 내려보내는 ‘정기지급분’ 외에 검찰총장이 직접 내려주는 특활비인 ‘수시지급분’을 받는다. 정기지급분과 수시지급분 말고 일선 검찰청이 쓸 수 있는 특활비는 따로 없다. 따라서 특정 시기에 특정 검찰청의 특활비 집행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면, 수시지급분이 배정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상 ‘고정급’ 형태의 정기지급분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대전제에 따라 2020년 특활비가 크게 늘어난 지검과 지청 가운데, 검찰총장이 직접 배정하는 수시지급분 지급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검찰청은 최소 8곳에 이른다.
이중,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등 당시 검찰총장과 친분이 있거나 연수원 동기 등 개인적 인연이 있는 기관장이 재직한 검찰청은 총 5곳으로 확인된다. 송경호 검사장이 있던 여주지청(2019년 대비 증가율 약 151%), 이두봉 전 검사장이 있던 대전지검(증가율 약 100%), 이진동 현 서울서부지검장이 있던 수원 안산지청(증가율 약 78%), 문홍성 전 검사장이 재직한 수원지검(증가율 약 59%), 그리고 연수원 동기인 송삼현 전 검사장이 있던 서울남부지검(증가율 약 72%)이다.
▲ 2019년 대비 2020년 특활비 집행이 증가한 검찰청 가운데 증가폭이 큰 8개 검찰청.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기관장이 재직한 검찰청 5곳과 '정치적 수사'란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배당된 검찰청 4곳의 특활비 집행이 늘었다. 

‘윤석열 특활비’ 문재인 정부 겨냥 수사에 집중?

또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의 고발 등을 이유로 수사가 시작돼 ‘정치적 사건’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수사가 배당된 검찰청 4곳도 특활비 집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지검과 서울남부지검 외에 청주지검(증가율 약 68%)과 서울북부지검(약 56%)이 이에 해당한다.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사건, 서울남부지검은 라임과 신라젠 사건, 그리고 청주지검은 문재인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사업가의 ‘청주 터미널'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했고, 서울북부지검은 ‘운동권 대부’로 알려진 허인회 씨의 태양광 로비 의혹을 수사했다. 서울북부지검은 허 씨로부터 로비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들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이 고발한 사건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와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논란이 확대된 ‘청주 터미널’ 특혜 의혹 수사와 허인회 여권 로비 의혹 수사는 이듬해인 2021년 무혐의로 결론났거나, 수사 단서조차 잡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들 사건이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날 무렵인 2021년 3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수사 외압'을 주장하며 대권 도전에 나섰다. 

윤석열, 월성 원전 수사 당시 대전지검에 특활비 지급 의혹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를 시작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월성 원전’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월성 원전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 노후 원전인 ‘월성1호기’의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그런데 뉴스타파 분석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당시 수사를 맡은 대전지검에 거액의 특활비를 지급한 정황이 확인된다. 월성 원전 수사 당시인 2020년 11월~12월 동안 대전지검은 전년 동기 대비 서너 배가 많은 특활비를 썼다. 11월 한 달간 2,840만 원, 그다음 달인 12월에 4,902만 원을 썼다. 각각,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배에서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11월 4배, 12월 3.7배)
대전지검의 2020년 11~12월, 두 달간 특활비 집행액(7,742만 원)은 2019년 1월~12월 전체 특활비 총액(6,760만 원)보다도 많다. 대전지검의 최근 5년치 (2018~2022년) 특활비 집행내역을 살펴봐도, 2020년 11~12월보다 특활비가 더 많이 나간 달은 없다. 
▲ 대전지검의 지난 5년치 특수활동비 월별 집행내역, 월성 원전 수사 시기에 가장 많은 금액의 특활비가 나갔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전지점은 월성 원전 수사에 착수한 날로부터 6일 뒤인 2020년 11월 11일, 5명에게 700만 원을 비롯해, 사흘 동안 총 1,540만 원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당시는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사건의 피의자인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을 소환하고, 청와대 파견 공무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관련 회계 법인으로까지 수사 대상을 넓혀가던 무렵이었다.
또 대전지검은 그다음 달인 12월 23일, 4명에게 700만 원 등 성탄절을 앞둔 한 주 동안 1,600만 원의 특활비를 썼다. 같은 기간,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사건의 피의자 3명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수사를 제외하고, 언론에 보도된 중요 사건은 따로 없었다.
▲ 대전지검의 2020년 11월 특활비 집행 내역과 당시 주요 수사 상황을 교차 분석했다.
▲ 대전지검의 2020년 12월 특활비 집행 내역과 당시 주요 수사 상황을 교차 분석했다.

윤석열 방문 때에 맞춰 대전지검 특활비 급증

이렇게 대전지검의 특활비 집행이 급격하게 늘어난 시기는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때와 정확히 겹친다.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2020년 10월 29일,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월성 원전 사건이 배당된 대전지검을 방문했다. 대전지검의 특활비 집행내역을 보면, 이날 하루 동안 총 500만 원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특활비를 집행한 사람은 이두봉 당시 대전지검장이다. 
공교롭게도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방문을 기점으로 같은해 11월~12월 두달간 특활비를 집중적으로 집행했다. 앞서 밝혔듯 일선 검찰청의 급격한 특활비 증가는 검찰총장이 내려주는 수시지급분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 정기지급분은 매월 같은 비율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수사를 맡았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거액의 특활비를 지원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월성 원전 수사를 지휘한 이두봉 전 지검장은 뉴스타파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드러난 검찰의 특활비 ‘가짜 뉴스’... 대검은 묵묵부답

2020년 대전지검의 이례적인 특활비 증가는 월성 원전 수사 당시에도 이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수사에 돌입한지 4일 뒤인 11월 9일, 국회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점검’에 나섰다. 월성 원전 수사를 맡은 대전지검이 평소보다 더 많이 특활비를 받았는지도 조사 대상이었다.  
그런데 당시 검찰과 일부 언론은 윤석열 총장이 대전지검에 특활비를 내려보냈다는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들의 현장 확인도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번 뉴스타파 취재로 2020년 당시 검찰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법무부는 국회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검찰 특활비가 검찰총장에 의해 가장 정확하고 균형있게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8일, 국회에 출석한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특활비가 자의적으로 집행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질의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대검 형사부장, 반부패부장, 공공수사부장이 다 이런 이런 수사 소요가 있고 경비 소요가 있습니다라고 검찰총장에게 건의를 하고… (중략) 그 의견을 다 듣고서 검찰총장이 판단을 하는 것이지 그냥 자기 기분에 따라서 ‘이 수사는 내가 좋아하는 수사니까 내 취향에 맞는, 많이 배정한다’ 절대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 2023년 11월 8일 국회 법사위 예결소위
하지만 이번 뉴스타파 취재 결과는 신자용 검찰국장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 스스로 공개한 특활비 집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와 법무부 간부의 해명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정확한 확인을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총장과 친분이 있던 검사가 재직한 검찰청의 특활비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또 특정 수사에만 특활비가 많이 배정된 것은 아닌지, 당시 특활비 배정 과정에 윤석열 총장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됐는지, 대검에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제작진
영상취재정형민, 신영철
편집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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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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