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부 장관후보자 논문 중복 게재... ‘연구윤리 위반’
2015년 02월 24일 10시 52분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한양대 교수 시절, 과거 자신의 논문을 인용 없이 수차례 다른 논문에 중복게재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특히 홍 후보자가 논문을 중복게재한 시점은 그의 교수 승진 시점과 맞물려 있어 연구 윤리 위반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홍 후보자는 2010년 5월,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발행하는 학술지 통일연구에 영문 논문 1부를 투고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2000년에 홍 후보자가 정식으로 출판한 박사논문의 제2장 대부분을 베껴쓴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을 분석한 결과 95% 같았다.
학계에서는 2007년 이후 연구 윤리에 대한 규정이 강화돼 논문 중복게재를 엄격히 금지했다. 2010년 홍 후보자가 중복게재한 논문을 투고한 학술지 <통일연구>에서도 2008년 3월 연구윤리를 제정해 중복게재 금지를 명문화했다. 이 학술지는 투고자 윤리 위반 행위를 하면 논문 수정, 직권 취소 심지어는 공개 사과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더군다나 홍 후보자 자신이 이사로 몸 담고 있던 학회에서도 2007년 연구 윤리 규정을 제정해 중복게재를 연구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위반시 제재를 가했다.
이인재 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후보자가 관여한 학술지나 논문 규정을 보더라도 2008년 이후 부터는 논문을 투고할 때 중복게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있고 이걸 후보자가 모르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지난 2003년 국제문제연구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 상당 부분을 2년 뒤인 2005년 북한연구학회 학술지에 자신이 게재한 논문에 인용 없이 짜깁기 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은 그대로인 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며”를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강화되고 있다”를 “강화되었다” 등으로 어미만 살짝 바꿨다. 심지어 도표마저도 일치했다. 특히 결론의 상당 부분은 이전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역시 없었다.
홍 후보자가 중복게재한 논문은 또 있다. 홍 후보자는 지난 2002년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에 발표한 논문을 1년 뒤인 2003년 충남대 통일문제연구소의 한국통일연구에 머리말부터 결론까지 거의 대부분을 그대로 베꼈다. 제목만 ‘동아시아의 지역협력과 한반도’에서 ‘동아시아의 지역안보와 경제협력’으로 조금 바꿨을 뿐이다.
또 2003년 말에 홍 후보자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통일연구원 연구 총서에도 상당 부분 인용 없이 중복게재 돼있다. 당시 같은 연구에 참여한 A씨는 연구비를 받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연구비를 받았을 것”이라며 “300만 원이 기준”이라고 답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 진행하는 연구에 연구비만 받고 보고서에는 자신의 논문의 내용을 베껴 온 것이다. A씨는 “연구비가 지급되는 명목이 새로 연구를 하라는 건데 다른 데에서 쓴 걸 집어 넣으면 양심불량” 이라며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홍 후보자가 논문을 중복게재한 시점은 그가 교수 승진 심사를 받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홍 후보자는 2006년에 부교수, 2011년에 정교수로 승진했다. 그런데 홍 후보자는 두 번의 승진 심사를 거칠 때마다 중복게재한 논문을 등재후보지에 투고했다.
등재 후보지에 실린 논문은 교수 업적 평가에서 일정한 점수를 받는다. 홍 후보자가 중복게재한 논문들이 교수 업적 평가와 승진 심사에 부당하게 활용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양대 측은 중복게재 논문이 승진 심사 점수에 반영 됐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교수 업적 평가 내용은 인사고과에 해당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홍 후보자에게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확인 요청을 했지만 홍 후보자는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송구스럽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홍 후보자가 논문 중복게재로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홍 후보자는 이 논문들을 자신의 승진과 업적 평가에 부당하게 활용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문에 대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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