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2015 대한민국의 수준...인사청문회 슬픈 자화상

2015년 02월 12일 21시 11분

‘번쩍번쩍’

카메라 플래시를 온 몸으로 받으며 국회 인사청문회장으로 입장하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걸음은 당당했다.

이 후보자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야당 청문위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귓말을 주고받는 여유를 보였다.

청문회 첫날 ‘언론 외압’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크게 흔들렸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자신감 넘치는 그의 태도는 더욱 두드러졌다. 전날 이십여 차례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숙였던 것과는 달리, 야당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적극 응수하며 때로는 “과하다”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무엇이 이 후보자의 태도를 이처럼 여유롭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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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후보자는 청문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불거진 갖가지 의혹으로 진땀을 뺐다. '언론 외압' 의혹을 비롯해 차남 소유 땅 투기 의혹과 병역회피 의혹, 타워팰리스 다운계약서 의혹, 황제 특강 및 삼청교육대 참여 논란 등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작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 나갔다. 여기에는 여당 청문위원들의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후보자가 위기에 몰린다 싶으면 수시로 개입해 맥을 끊었다. 자신의 질문 차례가 오면 아예 노골적으로 후보자가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안달복달했다. 공직에 적합한 후보자를 검증하는 청문위원이라기 보다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가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 지를 여야 의원들이 함께 검증하는 자리다. 하지만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부동산 투기를 했다면 잘못한 투기”라며 “청문위원으로서 투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후보자를 감싸고 도는데 열중했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80만 원짜리 아파트를 20개월간 겨우 300만 원만 주고 살았다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임대료로 300만원을 주고 받은 것은 각박한 세상”이라며 “인정도 미담도 배려도 없는 세상보다는 사랑과 나눔이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 후보자가 재산신고를 누락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끼어들어 소동을 빚기도 했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에서 뜬금없이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홍보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나왔다.

급기야 이 후보자의 얼굴 표정은 야당이 질의할 때보다 더 굳어졌고, 긴 한숨을 내쉰 뒤 아예 눈을 감는 장면을 연출했다. 사회를 맡은 한선교 위원장은 이 후보자에게 “힘드시죠?. 저도 힘듭니다”라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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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는 임명직으로는 최고위직이고, 대통령 유고시 권한을 대행하는 막중한 자리다. 하지만 이틀 간의 대한민국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는 이렇게 끝났다.

새누리당은 당초 12일 총리 인준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야당의 반발에 밀려 인준안을 다룰 국회 본회의를 오는 16일로 연기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반대해도 인준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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