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 교육차관, 엉터리 연구보고서로 천만원 받아

2015년 02월 17일 19시 30분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 인사는 참사 수준이다. 박 대통령 자신의 폐쇄적 인사 스타일에 근본 원인이 있겠지만,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시스템 탓도 있다. 그나마 인사청문회 대상인 장관급 이상 공직자들의 경우 최소한의 검증이 이뤄지긴 하지만, 중요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청문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올들어 10명의 특보와 수석, 차관이 임명됐다. 또 오늘(2월 17일) 자 소폭 개각으로 4명의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다. 설 연휴 이후 후속 인사 개편도 발표될 예정이다. 뉴스타파는 박근혜 정부 중반기 국정운영을 책임질 고위공직자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들에 대한 검증 보도에 집중할 계획이다.

2015, 고위공직자 검증 ①

김재춘 신임 교육부 차관이 연구비를 받고 정책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작성한 용역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당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엉뚱한 도표와 설명 자료를 붙여 넣는 등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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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영남대 교수 시절이던 지난 2012년 7월, 교과서 전문기관인 한국교과서연구재단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정책연구를 수행한다. ‘교과서 대여제 도입 가능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정책연구 보고서로 모두 53쪽 분량이다. 김재춘 차관이 단독 연구자로 돼 있다.

그런데, 이 연구보고서는 이 보다 1년 6개월 전인 2010년 12월에 자신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해 교육부에 제출한 “교과서 활용성 제고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정부 용역 보고서와 그 내용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차관은 당시 교육부로부터 1,800만 원을 받았다.

2012년 보고서의 2장과 3장, 그리고 결론에 해당하는 5장 정책 제언의 내용을 보면, 2010년 정부 용역보고서를 짜깁기해 옮겨놨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연구자’를 ‘연구진’, ‘3등급’을 ‘세 등급’, ‘확대 되었다’를 ‘확대 도입되었다’ 등으로 문구만 살짝 바꿔놨을 뿐이다.

2012년 정책연구보고서, 1년 6개월 전 교육부 용역보고서 내용 짜깁기해 제출

2장과 5장의 경우, 이전 보고서를 재집필했거나 재인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보고서 핵심 논지에 해당하는 제 3장은 이전 연구보고서의 4장 내용을 그대로 베끼고서도 출처나 인용 표기는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연구보고서 3장에 나오는 미국 사례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집필이 이뤄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2010년 연구보고서 4장, 교과서 대여제와 관련해 미국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 공립학교와 캘리포니아 노드호프 고등학교 등 미국 사례 3곳을 설명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2012년 보고서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사례만 간단히 살펴본다고 밝힌다. 그런데 2012년 보고서를 자세히 확인한 결과, 캘리포니아 사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엉뚱하게도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 공립학교의 자료를 붙여놨다.

자신의 이전 연구 보고서 짜깁기하며, 엉뚱한 자료 붙여 ‘엉터리’ 보고서 만들어 제출

2012년 연구보고서 9페이지를 보면 ‘캘리포니아 주의 각 학교에서는 새학기가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서약서를 쓰게 한다’고 적어놨다. 그런데 바로 아래 제시해 놓은 서약서는 캘리포니아 학교의 자료가 아니다.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 교육청의 서약서 양식이다. 다음 페이지에도 엉터리 집필은 계속된다. 계속해서 캘리포니아 사례를 설명하는 대목인데도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 자료가 계속 나온다. 4번 연속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김 차관이 2010년 보고서를 베끼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엉뚱한 자료를 붙여 놓은 것이다. 말 그대로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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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참고문헌에서도 반복된다. 2012년 연구보고서의 참고문헌, 본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캐나다 온타리오 등의 예시가 적혀 있다. 역시 2010년 연구보고서의 참고문헌을 그대로 옮기면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엉터리 보고서를 제출하고도 김재춘 차관은 한국교과서연구재단으로부터 천만 원을 받았다. 김재춘 차관이 작성한 이 연구보고서는 현재 책자 형태로 만들어져, 교육부 등에 보급돼 있다. 교과서연구재단 관계자는 “연구보고서의 세세한 내용까지 검수하지는 않는다”며 잘못된 도표가 제시돼 있는지 자신들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교육부와 김재춘 차관에게 연락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해명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공식 서면답변을 통해 인용과 출처의 누락은 실수였으며, “연구기간이 매우 짧아서 서둘러서 보고서를 작성하다보니 본의아니게 몇가지 실수가 있었던 것일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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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전 자신의 연구 보고서를 제대로 베끼지도 못하고, 엉뚱한 도표와 자료를 붙여놓은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어 연구비까지 받은 행위가 교육연구자로서 단지 실수라고 볼 수 있을까?

김재춘 차관에서 직접 해명을 요청했다. 김 차관은 “정신없이 (이전 자신의 연구보고서를) (옮겨) 쓰면서 (자료) 구분을 못하고 같은 맥락으로 넣은 것은 제 불찰”이라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영남대 교수 출신의 김재춘 차관은 2010년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박근혜 대선 캠프와 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맡아 교육 정책을 주도했고, 지난 8일 교육부 차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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