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SK그룹 최태원 여동생 최기원의 킨앤파트너스, 대장동 특혜 미리 알고 1,000억대 수익 챙긴 의혹
② 돈 빌려주고 이자받은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검찰 수사 결과 '불법적 동업' 정황 드러나
③ 정영학의 검찰 진술 "화천대유-킨앤파트너스 사이에 '이면 합의서' 존재한다"
④ 검찰 수사 멈춘 사이, 킨앤파트너스는 이름 감추고 없어져
뉴스타파는 SK 계열사인 (주)킨앤파트너스가(아래 킨앤) 대장동 업자들이 빼낸 개발 정보를 미리 공유하고, 처음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검찰 수사 기록을 확보했다.
킨앤은 2015년 대장동 사업이 시작될 때, 화천대유에 자금을 빌려준 업체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킨앤이 단순한 '전주(錢主)'가 아닌, 사업 초기부터 대장동 업자들과 '한몸'이었던 정황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킨앤은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개인 투자 회사다. 최기원 이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기원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킨앤이 SK 계열사라고 판단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왼쪽). 인물은 화천대유에 돈을 빌려준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SK계열사 킨앤, 개발 정보 미리 알고 불법 가담해 1000억대 수익 의혹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킨앤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화천대유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은 492억 원이다. 이 돈은 최기원 이사장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최 이사장은 여유 자금을 투자한 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주)SK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화천대유에 거액을 빌려줬다.
문제는 킨앤이 화천대유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만 챙긴 단순한 전주(錢主)가 아니란 점이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 40,330쪽에는 ▲서판교와 대장동을 잇는 터널 개통 ▲화천대유의 대장동 아파트 부지 5개 블록 시행권 독점 등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이전에는 알기 어려운 특혜성 정보를 킨앤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영학 등의 진술이 들어 있다.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킨앤은 화천대유에 492억 원을 투자하고 1,000억 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다. 투자 대비 200%가 넘는 수익이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A1, A2 블록에서 아파트를 짓고 남긴 수익 대부분을 킨앤에게 줬다. 재주는 화천대유가 부리고, 이익은 킨앤이 독차지했다. 이 때문에 킨앤과 대장동 업자들이 어떤 관계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유동규, 대장동 업자들에게 서판교 터널 개통 등 정보 제공
유동규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업자들에게 아파트 용적률 상향, 대장동과 서판교를 잇는 터널 개통, 5개 아파트 부지 독점 수의계약 등의 특혜를 약속했고, 실제 이뤄졌다. 이와 관련한 정영학의 구체적인 진술이 없었다면,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21년 10월 13일, 검찰 조사에서 정영학은 '대장동 사업에 있어 핵심 호재인 서판교 터널 개통 정보가 유동규로부터 김만배에게 전달됐다'고 검사에게 말했다. 터널 개통이 공식화된 건 2016년인데, 2년 전인 2014년 유동규가 미리 말해줬단 것이다.
대장동 땅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동판교 및 서판교와 단절된 곳이다. 그러나 터널 개통으로 판교권에 속할 수 있었고, 현재는 '남판교'로 불린다. 대장동 분양 아파트 대부분이 완판된 것도 터널 개통 덕분이다.
▲정영학 참고인 진술조서(2021.10.13) 이날 정영학은 유동규로부터 서판교터널이 뚫린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고 말했다.
정영학 "킨앤에 대장동-서판교 잇는 터널 뚫린다고 미리 알려줬다"
화천대유와 킨앤의 '수상한 유착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업자 중 정영학만이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2021년 11월 21일, 정영학은 검찰 조사에서 "킨앤에게 서판교 터널이 뚫린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터널과 연결되는 부지를 주기로 정했다"고 진술했다.
▲ 정영학 피의자 신문조서(2021.11.21) 이날 정영학은 킨앤과 이면 약정을 맺고 끌고 들어올 필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영학 "아파트 2개 블록 킨앤에 넘기는 '이면 약정' 있었다"
이날 조사에서 정영학은 검사에게 '이면 약정'을 언급한다. 그는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 위해 시공사 격인 킨앤파트너스를 이면 약정으로 끌고 들어올 필지가 필요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정영학이 진술한 이면 약정의 내용은 화천대유가 아파트 부지 12개 중 2개(A1, A2) 블록에 대한 시행 권리를 킨앤에 넘기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화천대유가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이 맺은 '이면 약정'으로 실제 주인은 킨앤이었다. 도시개발법상 이 같은 부지 매매는 불법이다.
2개 블록에 아파트를 짓고 킨앤이 가져간 분양 수익은 1,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이 두 블록(A1, A2)은 서판교 터널에서 가장 가까운 알짜배기 단지다.
정영학 "조우형과 남욱이 아파트 5개 부지 독점한다고 킨앤 설득"
킨앤과 대장동 업자들이 특혜성 정보를 공유한 흔적은 또 있다. 5개 아파트 부지를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살 수 있다는 사전 정보가 그것이다. 2017년 화천대유는 5개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가져갔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도 특혜 정황이다. 화천대유는 터널 등의 호재가 적용되기 전의 감정가로 땅을 사들였다. 다른 10개 필지는 경쟁 입찰로 팔렸는데, 경쟁으로 땅값은 뛰어올랐다. 검찰 증거기록을 종합하면, 킨앤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2021년 11월 23일, 정영학은 검찰 조사에서 “(화천대유가 5개) 필지들을 수의 계약하게 될 것이라며, (2015년 초에) 킨앤의 투자를 받아냈다”고 말한다. 아파트 부지는 2017년에 팔렸는데, 2년 전에 이미 다 알고 있었단 얘기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정영학은 킨앤과 화천대유 사이에 '이면 약정서'가 존재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이면 약정서'는 3개(A1, A2, B1) 블록에서 나오는 분양 수익 전부를 화천대유가 킨앤에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익의 대부분을 킨앤이 차지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약정서다. 이 때문에 둘 사이에 맺은 '이면 약정'이 더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정영학 참고인 진술조서(2021.11.23) 이날 정영학은 화천대유가 아파트 2개 부지에 대한 시행 이익 전부를 킨앤에 제공하겠다는 약정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킨앤은 처음부터 불법적 특혜의 동업자였다
검찰 수사 기록을 정리하면, 대장동 업자들은 대장동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정보들을 킨앤 측에 넘겼다. 개발 사업 공모가 뜨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또한 화천대유와 킨앤 사이에 '이면 약정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구체적 진술도 있었다.
검찰은 정영학의 진술을 통해 화천대유와 킨앤의 '수상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킨앤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멈췄다. 그사이, 킨앤은이름을 바꾸고 자회사에 합병되는 방식으로 존재를 감췄다.
관련 의혹에 대해 킨앤 측 관계자는 “서판교 터널이 뚫리면 좋다는 등 투자 검토를 했지, 특혜 정보를 미리 알려줬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 같다”면서 “화천대유와는 대장동 개발 특혜 정보가 오가는 긴밀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