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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맞은 방송 취재 차량

2013년 09월 03일 07시 29분

돌 맞은 방송 취재 차량

터키 전역을 휩쓴 반정부 집회, 시위대에게 공격 당하는 방송사 차량. 중요한 사회 현안에 대해 침묵하는 방송사들,  시청자들의 불신. "집에 전화해보면 부모님은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계신다"는 대학생의 한탄.

터키의 반정부 시위는 우리 촛불 집회의 데자뷰다.

일란성 쌍둥이같은 두 나라의 방송 환경과 언론 자유 수준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지난 5월 말 터키 전역을 휩쓴 시위, 처음에는 공원의 녹지를 밀고 거대한 쇼핑몰을 짓겠다는 개발 계획에 반발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점차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습니다.

방송사 차량도 시위대의 표적이 됐습니다. 정부와 유착됐다는 이유에섭니다.

[CNN]

"분노한 시위대가 TV위성차량을 공격합니다. 차량은 황급히 이스탄불의 탁심광장을 빠져나갑니다."

시위 소식을 다루지 않는 언론에 대해 시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습니다.

[알레브 / 학생]

"총리의 압력이 방송에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건 부당한 것이죠. 국내 정세를 외슨을 통해야만 들을 수 있으니까요."

외신들은 터키 방송이 집회장면은 내보내지 않고 펭귄 다큐멘터리를 틀어서 시위대의 분노를 더 촉발시켰다고 전했습니다.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정국이 극도로 불안정해졌는데도 시국 상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언론을 향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펭귄 마스크를 쓴 시위대까지 등장했습니다. 펭귄은 터키의 낙후된 언론수준을 비꼬는 상징이 됐습니다.

[아타 / 학생]

"시위를 보도하는 방송사는 한 곳 뿐이예요. 그러니 우리 어머니처럼 작은 시골 마을에 사시는 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전혀 알 수가 없는거죠."

지난 6월 시작된 한국의 촛불 집회는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당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 시작됐습니다. 집회가 몇 주째 계속되고, 국회의 국정조사까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사들도 매주 몇 만 명씩 모인 시국 촛불집회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방송사들의 주요 뉴스는 무더위였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 언론의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동훈 / 서울 강북구]

"단적으로 지지난주에 있었던 촛불 집회가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것만 봐도 충분히 그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차상우 / 경기도 광주시]

"일단 알고 싶어서 TV를 틀면 전혀 TV에 내용이 안 나와요."

매년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도를 발표하는 미국의 프리덤 하우스. 언론 자유국은 녹색으로, 부분적 언론 자유국은 노란색으로 표시합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터키는 똑같이 노란색, 부분적 언론 자유국입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자유와 공정보도를 위해 싸운 언론인들이 해고되는 상황도 비슷합니다. 

터키 시위현장에서 방송사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직후 CNN은 터키의 언론 상황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권력이 방송을 장악하고, 이를 비판한 언론인들은 해직됐다고 전했습니다.

[바누 구벤 전 방송앵커]

(이번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기 전, 터키의 언론 상황은 어땠나요?)

"침묵이었죠. 터키 언론의 80%가 소수의 사업자에게 장악되어 있고 그들은 정부와 유착돼 있습니다."

그래도 터키의 한 방송사 보도국장은 방송사의 보도행태를 질타하는 시위대의 항의가 거세지자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까지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끔 공영방송사 앞까지 시위대가 찾아가 불공정한 보도행태를 규탄합니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 조작과 같은 중요한 정치 현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입니다.

[박세은 / 숙명여대]

"6월 하순부터 촛불이 계속 있었잖아요. 그런데도 집에 가서 뉴스를 시청하거나 아니면 집회를 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부모님께 여쭈어봐도 부모님은 9시 뉴스, 마감 뉴스까지 보시는 분들인데도 아무 것도 모르고..."

터키의 방송사 보도국장은 그래도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보도태도에 대해 사과했지만, KBS의 보도본부장은 최근 자사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KBS 뉴스가 정권의 홍보방송이란 일방적 매도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KBS 경영진은 지난달 31일 추적 60분이 방송하려던 국가 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의혹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불방 처리했습니다. KBS 추적 60분 제작진은 성명을 통해 '단지 취재대상이 국정원이란 이유로, KBS사장 이하 간부들의 과도한 정치적 판단 하에' 국정원 관련 방송이 차단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1심 판결만 났을 뿐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이어서 방송을 보류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뉴스타파 최경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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