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통과시켜서 여러분들 한 번도 보지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거든, 내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당해봐. 내가 통과시켜버리겠어.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 1월 27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중 발언 -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10여 일 앞둔 지난 1월 27일,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는 기자들과 김치찌개를 먹으며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본인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을 합니다. 이 발언은 청문회 내내 논란이었습니다.

김영란법이 뭐냐, 이렇게 얻어먹잖아요? 3만 원이 넘잖아? 1년 해서 100만 원 넘잖아? 이게 김영란법이야. 이런 게 없어지는 거지. 김영란법 만들어지면, 요거 못 먹는 거지… 하자 이거야. 해보자 - 1월 27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중 발언 -

이른바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무원과 언론사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뉴스타파는 이완구 총리가 지난 2014년 1년간 국회의원으로서 사용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을 확인했습니다. 후원회 기부금으로 3억 2천 4백여만 원(324,762,372)을 받아 선거 외 비용으로 2억 5천여만 원(250,024,375)을 지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지출된 금액만 뽑아봤습니다. 1년 간 34회, 금액은 1천6백만 원 (16,266,700)이 넘게 지출했습니다. 1회 평균 47만 원입니다.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지출된 내역은 이완구 총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 의사를 밝힌 3월부터 시작돼 원내대표로 당선된 5월 일단락됩니다. 당선일까지 간담회 주최 횟수는 13회, 1회 평균 지출금액은 31만 원 정도입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에도 여의도의 유명 중국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29만 4천 원을 지출했습니다. 그 후 4개월간은 기자간담회로 지출된 내역이 없다가 10월에 지역구인 충남 예산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 26만 원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지출된 금액은 1천만 원이 (10,988,200) 넘습니다. 횟수는 18회 ㅡ 평균 61만 원입니다. 11월은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의 입각설과 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공무원 연금 관련 대통령 발언, 누리과정 예산 편성 전액 삭감 등 정치적으로 현안이 많았던 시기입니다.

대부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주변의 고급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주최했습니다. 가장 많이 기재된 여의도의 한 한정식 음식점의 최저가 메뉴는 1인분에 3만 2천 원. 3만 원대 메뉴 2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사메뉴가 4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고급 식당입니다. 참고로 공직자 윤리강령에는 접대 한도액을 3만 원으로 해놓았고, KBS의 경우는 윤리강령을 통해 3만 원 이상의 식사와 향응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완구 총리가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여의도의 한 음식점 메뉴. 3만원대 메뉴 2개를 제외한 모든 메뉴의 가격이 4만 원을 상회하는 고급식당이다.

12월 26일과 30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각각 다른 곳에서 하루에 2회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각각 하루에 149만 원, 147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12월 4일과 19일에 지출된 금액은 1회에 1백만 원이 넘습니다.

이완구 총리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충남선관위에서도 1백만 원이 넘는 2건의 지출에 대해서는 조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충남 선관위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지출내역과 함께 제출된 영수증에는 총액만 나와 있어 참여 인원과 주문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며 "기자간담회 명목의 정치활동에 의한 사용내역으로 지출되었다 하더라도 과다한 부분이 있다”며 당일 간담회 실제 주최 여부, 간담회 내용, 참여 인원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완구 총리 2014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내역 중 기자간담회 명목 지출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