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황기철 보훈처장은 보훈처와 민간재단의 불법적인 유착·특혜 비리를 따져 묻는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의 질의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뉴스타파가 첫 보도한지 엿새 만에 보훈처가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뉴스타파와 송재호 의원실은 협업을 통해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의 비리를 파헤치고 관련 증거를 찾는데 주력해왔다.
이와 함께 정무위 국정감사에 나온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보훈처가 나라사랑재단에 특혜를 제공한 비위와 관련해, 공무원행동강령에 규정한 부당한 직무 수행에 해당하는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송재호 의원실과 공동 입수한 국가보훈처 명의 공문과 공기업 내부 문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보훈처 국감에서 송재호 의원은 ▲보훈처의 ‘기부금품법’ 위반 ▲나라사랑재단에 부당 수수료 특혜 제공 ▲나라사랑재단의 기부금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따졌다. 송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전직 관료들과 함께 나라사랑재단을 만들어 협약을 맺은 뒤, 공문을 통해 공공기관을 상대로 기부금을 (강요해) 모집하고, 전국의 보훈지청이 (비리에) 가담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기부 강요 행위는 국가기관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명시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5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송 의원은 지적했다. 송 의원은 “보훈처가 기부를 강요해서도 안 되고. 기부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고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송재호 의원은 또 “(보훈) 사업 건수가 제로 상태의 나라사랑재단은 아무 사업도 안 하는데, 기부금 수수료를 6%씩 떼고, (기부금 집행 업무는) 보훈처 공무원이 그대로 다 해줬다”며 이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팔아 (보훈처가 민간재단을 위해) 장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월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황기철 보훈처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황기철 보훈처장은 답변을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죄송하고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황기철 처장은 “보훈 대상자, 국가유공자에게 좀 더 잘해주고 싶어서 그런 걸 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처장은 그러면서 “보훈 대상자 복지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검토하겠다”
이날 “권익위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라는 송 의원의 질의를 받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공무원행동강령 제7조 ‘특혜의 배제’ 조항의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훈처 공무원들이 부당한 직무를 수행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전현희 위원장은 “아직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신고가 들어온다면, (부당한 직무를 수행했는지) 적극 살펴보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행 공무원행동강령 제6조(특혜의 배제)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지연·혈연·학연·종교 등을 이유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거나 특정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부터 6개월 동안 350개 공공기관·공기업의 기부·후원 예산을 전수 조사하고, 송재호 의원실과 공공기관의 6년 치(2015~2020년) 기부금 집행 실적을 공동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훈처와 나라사랑재단의 특혜·유착의 고리를 발견했다.
뉴스타파는 오는 15일(금) 나라사랑재단이 보훈처로부터 제공받은 공기업 기부금을 이용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에 대한 2017년 보훈처의 자체 감사가 얼마나 허술했고, 엉터리로 진행됐는지, 청산되지 않은 비리를 연이어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