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자, "이견 묵살당해"

2013년 10월 04일 10시 34분

집필 과정에 ‘갈등’ 드러나
교학사 교과서 공동저자들, ‘이견 제시했지만 묵살당해’

 교학사 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교사들이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집필 과정에서 역사 해석과 관련한 이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 저자인 이명희, 권희영 교수는 공동 저자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교과서 집필을 일방적으로 진행했고 결국 친일, 독재 미화 등의 역사 왜곡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6명의 집필진 가운데 3명의 현직 교사들이 교학사 교과서 저자 명단에서 자신들을 빼달라는 내용 증명을 출판사에 보낸 배경에는 집필 과정에서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명희 교수는 지난 9월 11일 새누리당 김무성의 의원이 주최한 ‘역사 교실’ 강연에서 “일부 저자들이 교과서 집필을 후회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측의 압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공동저자들을 만나본 결과 검정 통과 이전부터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집필진들 사이에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A교사는 “교과서 집필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의견이 안 맞는 부분이 제법 있었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가르치고 생각해 온 것과는 다른 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명희, 권희영 교수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A교사는 주장했다. A교사는 또 “5.18과 노무현 정부 등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문장이 완성됐을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수정할 타이밍을 놓쳤다”며, “교과서가 이렇게 집필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집필 과정 참여 자체를 후회했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또 다른 B교사는 교과서 출판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출판사에 저자 이름을 빼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는 것으로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교학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니 제가 죽어서도 남지 않겠냐”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부 교사들은 교과서를 만들면서 같이 진행하는 자습서 제작 과정에도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명희, 권희영 교수에게 집필 과정의 갈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이들은 통화를 거부했다. 

 이명희 교수가 재직 중인 공주대의 역사교육과 동문 243명은 “교과서 문제를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명희 교수가 있을 곳은 대학 강단이 아니라 세속 정치의 한 귀퉁이”라며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수정을 10월 말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집필진 사이의 갈등으로 수정 보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1일 취임한 유영익 신임 국사편찬위원장의 발언과 논문, 저서 목록을 공개한다.


<앵커멘트>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등 역사를 왜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이명희와 권희영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주도했습니다. 

당연히 이들 두 교수가 주로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지만 실제 교과서 저자는 모두 6명입니다. 

그런데 최근 공동 저자 가운데 3명이 자신들을 저자 이름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집필 과정에서 교과서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두 교수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커진 뒤 심적인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현직 교사들을 뉴스타파가 직접 만나 그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김경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등장하면서 주 저자인 이명희 교수와 권희영 교수는 바빠졌습니다. 

"이명희 교수님 자리했습니다."

하루를 멀다하고 각종 방송에 출연합니다. 

교과서를 홍보하기 위해 거리에서 전단지를 뿌립니다. 

이명희 교학사 교과서 대표저자 

"국민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그렇게 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권당 실세가 주최하는 강연회에 연사로도 나섰습니다. 

이른바 유명인사가 된 셈입니다. 

교학사 관계자 (음성변조)

"권희영 교수하고 이명희 교수님은 보수의 아이콘이 된 거 아닙니까. 강연 다니시느라고 너무 힘드시잖아요."

이명희 교수는 김무성 의원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학계 인사들이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한국현대사학회에 우호적이지 않아 나머지 필진 4명을 겨우겨우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저자들 가운데 일부가 “중간에 (공동저자에서) 안 빠진 게 후회된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진영에서“갖은 압력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공동저자 3명은 저자 이름에서 빼달라고 출판사에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교학사 관계자 

"선생님들에 해당하는 분들은 실속 하나도 없는 거예요. 자기네는 욕만 먹고 이상한 취급도 받고 그러니까. 주 저자들한테 우리 못 하겠습니다라고 얘기 했던 모양이에요. 빠지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은 아 왜 그래 그랬겠죠. 안 먹히니까 교학사에 내용증명을 보낸 모양이에요. 

(질문: 저자에서 빠진다고 해서 빠져져요?)

이런 선례가 없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거예요."

이들이 1년 여 동안 집필한 교과서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희 교수의 말대로 이른바 진보진영의 압력 때문일까. 

공동저자들을 만나봤습니다.  

현직 역사 교사들인 이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공동저자의 동료 교사 

"나가세요. 여기는 괴로움이 있어요. 

질문: 그게 어떤 괴로움인지...

그걸 짐작을 못하십니까."(문 쾅) 

수차례 설득 끝에 이들은 현재의 괴로운 심정을 조심스럽게 털어놨습니다. 

"이미 제가 쓴 거고, 죽어서도 아마 남아있지 않겠어요. 제가 죽어서도 이런 책임은....참..."

"애들 가르치는 입장에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라는 거 자체에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을 하고 있죠."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주저자인 이명희 권희영 교수와 여러 차례 갈등이 있었다고 교사들은 증언했습니다. 

"틀이 완성이 되고 문장이 구성이 되고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의견이 좀 안 맞는 부분이 제법 있구나, 우리들 일상적으로 가르쳐온 거라든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해온 거와는 다른 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죠. 

(질문: 그 때 두분 교수님께서 그 건의를 거부하셨나요?)

거부라고 하는 표현은 그렇고

(질문: 받아들이지 않으신 건가요?)

뭐 우리 의견하고 조금 다른 부분들이 제법 있었죠."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어떻게 기술됐느냐는 교과서 집필의 마지막 단계에서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의견을 개진하고 반영할 충분할 여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5.18도 집어넣어야 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도 집어넣어야 하고 그런데 그거는 나중에 문장의 기술 문제 아닙니까. 똑같은 사료 역사적 재료를 가지고도요. 그 갈등이 있었을 거 아닙니까. 타이밍을 놓쳐 버렸죠. 

(질문:초반에 이렇게 집필될 거라고는 전혀 모르셨어요?)

그렇죠."

검정 절차로 넘어갈 때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교사들은 말했습니다. 

"1월 초에 심사본이 들어가기 전에 늦었다는 걸 알았다는 거죠. 고치고 말고를 떠나서 우리가 발을 빼지를 못했구나. 늦었구나..."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최종 검정 전에 진행되는 출판사의 자습서 제작 과정에도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안 갔어요. (자습서) 모임을 안갔다고. 그렇지 않았겠습니까. 마음 한편에 이게 있는데...여러가지로."

교육 현장에 이 교과서가 배포되기 전에 문제를 짚어볼 기회가 생긴 것은 다행이라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검정) 합격하고 쫙 (학생들이) 사용하게 하고 한 거 보다는 지금 저로선 솔직히 백번 나아요. 저한텐 어떤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질문: 솔직한 심정은 책이 나왔음 하는 심정이세요?) 

그거는 판단이 가능하시잖아요. 출판사에 저희가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이 가능하실 것 같은데..."

교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문제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이명희, 권희영 교수가 주도했으며 교사들이 제기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이명희 권희영 교수와 수차례 접촉했지만 통화를 거부했습니다. 

(질문:뉴스타파 김경래 기잔데요? 통화 가능하신가요?)

"회의 중입니다."

(질문:그럼 언제 ...뚜뚜뚜...)

이명희 교수가 재직 중인 공주대 역사교육과 출신 동문 243명은 교과서 문제를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명희 교수가 있을 곳은 대학 강단이 아니라 세속 정치의 한 귀퉁이라며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교과서 수정을 10월 말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집필진 사이의 갈등으로 수정 보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숩니다. 

뉴스타파 김경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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