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수원대 '사학비리 끝판왕'의 복귀...그리고 교육부의 직무유기

Jun. 11, 2024, 05:21 PM.

한 대학교 총장이 있다.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할 기부금을 사돈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데 사용하고, 정치인 후원금, 경조사비, 해외 여행비 등 사적인 비용 수억 원을 교비에서 사용한 총장. 재임 기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비리가 수십 건, 회계 부정 액수만 100억 원이 넘어 ‘사학비리 끝판왕’으로 불린 총장님, 바로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의 사돈으로 잘 알려진 수원대학교 이인수 전 총장이다. 
뉴스타파는 2017년부터 수원대 이인수 전 총장의 교비 횡령 의혹 등 사학비리 문제를 보도해 왔다. 앞서 다른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이 전 총장의 비리를 고발했다. 2017년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언론이 제기한 의혹 대부분은 사실로 확인됐다. 그 결과, 이 전 총장은 2018년 초 총장직에서 해임됐고, 학교법인 임원 자격도 박탈됐다.
현재 그는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는 6월 2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2020년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언론의 감시와 교육부의 감사로 사학비리 끝판왕을 여러 번 법정에 세운 일종의 ‘변화’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최근 학교법인 고운학원이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가 시작되자 돌연 학교는 이 전 총장이 ‘명예총장직을 고사’했다며 추가 취재를 차단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확인 결과 이 전 총장은 학교법인이 명예총장으로 임명하기 1년 전부터 이미 명예총장 직함을 달고 학교 업무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렇게 언론과 교육부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판 도중 학교의 ‘상왕’으로 복귀한 이인수 전 총장. 문제는 이게 또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도 손을 놓고 있는 교육부, 교육부가 진짜 문제다. 
(수원대학교 관련 뉴스타파 보도)

'교비 횡령' 혐의로 물러난 총장 6년 만에 '명예총장'으로 복귀

학교법인 고운학원(이사장 이찬영)은 지난 5월 20일, 이인수 전 총장을 수원대 명예총장으로 선임했다. 명예총장은 수원대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장이 제청한 뒤 이사회가 의결한다. 재적 이사 7명 중 참석한 6명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고운학원 측은 이사회 회의록에서 “이인수 전 총장은 이사 재임 기간 동안 수원대학교 및 수원과학대학교 발전을 위해 공헌하였고, 수원대학교 총장으로 학교발전을 위해 이바지했다”며 “수원대학교 발전을 위한 자문과 대외협력 활동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을 감안해 추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18년 학교에서 물러난 이인수 전 총장은 6년 만에 학교로 복귀하게 됐다. 임기는 2024년 6월 1일부터 2029년 5월 31일까지 5년간이다.
명예총장이지만 교비로 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명예총장에 관한 수원대 내부 규정에 따르면, 학교는 명예총장에게 활동에 필요한 사무실 등 제반 편의와 활동비를 제공할 수 있다. 명예총장이 공무를 수행하는 경우 총장에 준하는 출장비도 지급한다. 말만 명예직일 뿐 사실상 교비로 임금을 받으며 학교 일에 관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총장 수준의 예우를 받는 명예총장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학교 규정에는 “명예총장이라 함은 전임 총장으로서 인품과 덕망이 높고 대학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거나 할 의지가 충만한 자”로 정의돼 있다. 수원대 전임 총장을 지낸 인물은 사망한 이종욱 설립자를 포함해 모두 5명. 이 가운데 이인수 전 총장이 명예총장 요건에 가장 맞는다고 볼 수 있을까. 

'사학비리 끝판왕'으로 불린 이인수 전 총장의 전력

앞서 간략히 설명했던 그의 이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인수 총장은 학교법인 고운학원 설립자인 이종욱 전 총장의 아들로, 2009년부터 수원대 총장을 지냈다. 2013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딸을 교수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유명세를 탔고, 교비에 넣어야 할 기부금 50억 원을 법인회계로 전용해 사돈회사인 TV조선의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유명해졌다. 당시 이런 문제를 고발한 교수들은 모두 학교에서 쫓겨났다.
여러 의혹에도 자리를 보전하던 이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덜미가 잡혔다. 2017년 10월 실시한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100억 원대 회계부정과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발됐다. 2018년 2월 총장직에서 해임됐고 학교법인 임원 자격도 취소당했다. 학교법인 임원 자격을 박탈하는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은 교육부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다. 
당시 학교법인은 교육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 교육부 처분이 확정됐다. 수원대 전임 총장 중 교비 횡령 혐의로 임기 중 물러난 총장은 이 전 총장이 유일하다.  
뉴스타파는 2017년 교비 횡령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나오는 이인수 당시 총장을 만나 교비로 자신의 경조사비, 해외 여행비 등을 사용한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전 총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로 드러난 회계부정 금액 중 일부를 검찰이 횡령, 배임으로 보고 2019년 5월 기소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인정한 횡령, 배임 액수는 약 7억 원 가량. 지난 2022년 2월 1심 법원은 7억 중 3억 원 가량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는 6월 26일이 항소심 선고 기일이다.
1심 판결을 내린 수원지법 김수연 판사는 유죄 선고 이유에 대해 이렇게 판시했다. 
이 사건 각 범행은 학생들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되어야 할 교비를 다른 용도로 지출하여 횡령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 및 내용, 결과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아니하고, 이 사건 각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그로 인한 피해 금액이 적지 아니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

수원지방법원 형사6단독 재판부 / 2022년 2월16일
심지어 이 전 총장은 비슷한 혐의의 전과도 있다. 이 전 총장은 2020년 10월에도 법인에서 내야 할  소송비 7500만 원을 교비에서 사용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수원대 전임 총장 가운데 교비 횡령 혐의로 두 번이나 기소된 인물 역시 이 전 총장 뿐이다.

대학 역사상 최초로 ‘등록금 환불하라’ 판결받은 총장

사법부가 단죄한 이 전 총장 관련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수원대 학생들이 제기한 ‘등록금 환불소송’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2013년 수원대 일부 학생들은 학교가 수천억 원 대 적립금을 쌓아두고서 교육시설은 열악하게 방치했다며 이 전 총장과 그의 아내인 최서원 이사장,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등록금을 환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 2, 3심까지 모두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8년 7월 대법원은 “부적절한 회계 집행으로 교비회계가 잠식되고 실험, 실습, 시설, 설비 예산이 전용돼 교육환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학년에 따라 30만 원에서 9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대학 부실 운영에 책임을 물어 등록금 일부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라고 결정한 건 한국의 대학 역사상 최초였다. 지금껏 이런 판결을 받은 총장은 없었다. 
열거하자면 끝도 없는 이 전 총장의 '화려한 이력'은 기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다. 누구보다도 수원대 학생들이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취재하는 도중 기자의 이메일로 이 전 총장의 복귀를 알리는 제보가 여러 건 왔다. 수원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이 전 총장의 복귀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최근 수원대를 졸업한 한 학생은 “이인수 전 총장이 명예총장으로 선임되기 전에도 학교 일에 관여한다는 소문을 종종 들었다. 여기에 공식적인 직함까지 달았다는 건 본격적으로 학교 업무에 개입하겠다는 뜻 아니냐”며 “수원대 명예를 실추시킨 장본인이 명예총장으로 복귀했다는 건 앞으로도 똑같은 비리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수원대학교 온라인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이인수 전 총장 관련 게시물에 학생들이 남긴 댓글

이인수의 엄포 그리고 수원대의 거짓말

뉴스타파는 학교법인 고운학원 이찬영 이사장에게 연락해 이인수 전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선임한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찬영 이사장은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 출신으로, 이인수 전 총장의 중·고등학교 동창이다. 2001년부터 23년째 고운학원 임원을 맡고 있다.
이 이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자세한 답변은 행정팀에 물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학교 행정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전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제청한 임경숙 현 수원대 총장에게도 공식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당사자인 이인수 전 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물었다. 그는 질문을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불쾌함을 표한 뒤 전화를 끊었다.
(안녕하세요 총장님,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어요.)

전화하지 마세요. 나한테 전화하면 앞으로 당신 저거할 거야.

(뭘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나한테 전화하지 마요, 전화하지 마시라고.

(어떤 용건인지 들어보지도 않으시고 왜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총장님.)

전화하지 마시라고, 하지 마시라고. 전화하지 마시라고 나한테.

(최근에 명예총장님으로 추대가 되셨던데…)

하지 마시라고.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기자 간 통화(2024.5.30. 오전 11: 15)
이인수 전 총장과 통화가 끝난 후 2시 간 뒤, 그간 연락이 없던 수원대 측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한 줄짜리 답변이었다.
질의하신 내용과 관련하여는 본인께서 명예총장직을 고사 하셨습니다.  끝.

수원대 홍보실장이 보낸 이메일 답변(2024.5.30. 오후 1시 22분)
이 전 총장이 명예총장직을 거절했으므로 더 이상 취재 요청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인수 전 총장이 명예총장직을 거절했다는 건 과연 진짜일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사실이 아니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인수 전 총장은 이미 1년 전부터 명예총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래는 뉴스타파가 확보한 2023년 4월 일본 테이쿄대학 총장 일행의 수원대 방문 일정표다. 수원대 국제협력처에서 작성했다.
지난 5월 30일 수원대는 이인수 전 총장이 명예총장직을 고사했다고 밝혔지만, 2023년 내부 일정표에는 이미 이인수 전 총장이 ‘명예총장’으로 명시돼 있다
해당 일정표에 따르면, 이 전 총장은 일본 테이교대의 방문 일정 사흘 중 이틀을 명예총장 직함으로 참여했다. 첫 날은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은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라비돌 리조트에서 진행됐다. 심지어 이 행사에는 전임 이사장을 지낸 이 전 총장의 아내까지 동석했다. 그의 아내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9년 5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2022년 4월 이 전 총장과 함께 교육부로부터 임원 자격을 취소당했다. 
둘째 날은 이 전 총장이 학교 본관 접견실에서 테이쿄대 총장을 직접 접견한 것으로 나온다. 즉, 이 전 총장은 이사회가 명예총장으로 선임, 의결하기 전부터 이미 명예총장 직함을 달고 공식적으로 학교 업무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 취임, 후 의결’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2023년 4월 일본 테이쿄대의 수원대 방문 당시 이인수 전 총장과 임경숙 현 총장(왼쪽에서 네 번째)의 모습. 이 전 총장이 대표로 있는 라비돌 리조트에서 촬영됐다. (출처 : 일본 테이쿄대학)

수원대의 반복적인 비리 총장 감싸기

이 전 총장이 규정을 뛰어 넘어 학교 일에 관여한 건 처음이 아니다. 이 전 총장은 2018년 2월 학교에서 해임된 이후에도 이사장 행세를 하며 자신의 개인사무실에서 신임 교수 면접을 봤다가 2020년 교육부 감사에서 ‘부당 채용 개입’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후에도 고운학원은 매달 이사회 회의를 수원이 아닌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인수 개인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학교는 각종 행사를 그가 대표로 있는 리조트에서 열었다. 뉴스타파는 2022년, 이인수 전 총장이 해임된 뒤에도 계속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수원대 측은 “학교법인에 돈이 없어 이 전 총장의 개인사무실을 빌려 쓰는 것이고, 리조트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어 자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은 학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전 총장도 학교에 정이 떨어져 학교 일에 관여하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수원대에선 이 전 총장이 학교에 나타나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총장 때처럼 건재한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을 제보한 당시 학교 관계자들은 “이인수 전 총장이 물러났지만 실제 바뀐 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경 수원대 본관 앞에서 촬영된 이인수 전 총장과 그를 배웅하는 직원들 모습
취재진은 다시 수원대 홍보실에 질의했다. 명예총장직을 고사했다던 이 전 총장이 왜 작년부터 명예총장 직함을 달고 활동했는지, 왜 기자에게 거짓 답변을 했는지, 그동안 이 전 총장이 학교 일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건 아닌지 등을 물었다. 이번에도 답변은 오지 않았다. 학교의 관련 부서도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는 직접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7일 수원대 총장실을 찾아갔다. 기자를 만난 임경숙 총장은 “어떤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앞서 보낸 질의서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기자는 자리를 피해 차를 타는 임 총장에게 질의서를 건넸다. 질의서를 받은 임 총장은 “취재는 참 열심히 하시네요”라고 말하며 차 문을 닫았다. 차 문을 닫으며 질의서를 바닥에 내던졌다. 주변에 있던 학교 관계자가 황급히 질의서를 주운 뒤, 향후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명예총장 막을 방법 없다” 손 놓은 교육부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이인수와 같이 사학비리를 저지른 총장의 복귀를 막는 장치가 있다. 사립학교법 제22조(임원의 결격 사유)에 따르면, 학교의 장에서 해임되거나 임원 취임 승인이 취소된 자는 각각 6년, 10년간 학교 임원을 맡을 수 없다. 이 법 조항은 2021년 개정됐다. 교육부가 사학법인의 책무성과 건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비리 임원의 복귀 기간을 기존보다 두 배 강화한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이인수 전 총장은 최소 2032년까지 학교 임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명예총장은 별다른 제약이 없다. 법인 정관이나 학교 규정에 근거 조항만 있으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가 명예총장이 된다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지만, 현행법상 막을 방법은 없다. 차후에 직접적으로 학사업무에 개입하거나,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등 명예직을 넘어선 행위가 발견되면 그때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명예총장이 직접적으로 학사 업무에 개입하는지,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지 등 '명예직을 넘어선 행위'가 있는지 등의 정보는 내부 고발이나 교육부 감사가 있지 않는 한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경인여대, 평택대 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총장이 명예총장으로 복귀해 실권을 휘두른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학재단은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임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임명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운학원에 그런 상식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다. 이사진 구성을 보면 그렇다. 
현재 학교법인 고운학원 이사 7명 중 과반수인 4명이 이인수 전 총장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2명은 이 전 총장의 중·고등학교 동창이고, 나머지는 이인수 측 변호인과 이인수 전 총장이 임명했던 보직교수 등이다. 이들은 이인수 전 총장에게 반기를 드는 결정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법인과 소송에서 이기고도 감사 처분 뭉갠 교육부

수원대를 바꾸려면 결국 이사회 구성을 바꿔야 한다. 그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고, 지금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운학원과의 법적 다툼에서 이기고도 말이다. 
2020년 교육부는 고운학원의 85억 원의 회계부정을 또다시 적발하고, 이를 교비회계에 돌려놓으라고 법인에 요구했다. 이 돈은 학교 입점은행이 수원대 학생들의 주거래를 대가로 낸 기부금이기 때문에 교비로 써야한다는 취지였다. 교비회계에 넣어야 할 기부금을 법인으로 빼돌리는 건 고운학원의 상습적인 수법이다. 당시 교육부는 고운학원이 이 금액을 돌려놓지 않으면, 이찬영 이사장(당시 이사)를 포함한 이사 4명을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설명했듯, 임원 취임이 취소되면 그 날로부터 최소 10년간 학교 임원을 맡을 수 없다. 20년간 학교를 운영했던 이사진을 한동안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고운학원이 감사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처분이 보류됐다. 당시 교육부는 “최종 판결이 나면 다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2월 8일, 대법원에서 교육부가 최종 승소했다. 이제 교육부가 원래대로 시정 요구를 할 일만 남았다. 85억 원을 돌려놓으라고 고운학원에 요구하고, 이행이 안 되면 이찬영 이사장 등의 임원 자격을 취소하면 되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상 교육부의 시정 요구 후 15일이 지나도 시정이 안 되면,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승소 넉 달이 지나도록 교육부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고운학원 역시 85억 원을 돌려놓지 않았다. 교육부에는 85억 원 중 75억 원을 교비에 넣겠다는 계획만을 전했다. 나머지 10억 원은 이행 계획조차 밝히지 않았다. 법인 운영 자금이 없다며 교비를 전용한 고운학원이 당장 1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고운학원에 아무런 요구도, 처분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교육부 담당자는 “감사를 벌인 부서(사학감사담당관실)와 감사 결과를 집행하는 부서(대학경영혁신지원과)가 서로 다르다 보니 혼선이 있었다”며 “집행 부서에서 대법원 판결 결과를 5월에 알아 처분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담당자는 “이제 시정 요구를 할 예정이다. 실무자의 인지가 늦었을 뿐, 수원대를 봐주려고 처분을 미룬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인수 총장 복귀 물꼬 터준 교육부의 직무유기

대법원까지 가서 완승을 하고도 제 권한을 사용하지 않는 교육부. 고운학원도 그런 교육부를 우습게 여기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교비 횡령으로 재판 중인 이인수 전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임명하고, 언론에는 “명예총장직을 고사하셨다”는 거짓말까지 한 게 아닐까. 기자의 공식 질의서를 차 문 밖으로 내던지는 현직 총장의 안하무인 태도 역시 교육부의 방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윤석열 정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교육부는 사학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지침'을 개정했다.
사학을 대하는 교육부의 태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 확연히 달라졌다. 사학법인 감시보다는 민원 해결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교육부가 개정한 ‘사학 재산 관리 지침’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사학법인의 건의에 ‘교육용’으로만 써야 하는 학교 재산을 교비 보전 없이 ‘수익용’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줬다. 교육용 재산은 오로지 학생 교육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오랜 원칙도, 교비를 타 회계항목으로 전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취지도 윤석열 정부에선 무시됐다. 
교육부가 진정 대학 경영을 걱정한다면 규제만 풀 게 아니라, 수원대처럼 교육부를 무시하는 사학법인의 전횡부터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립대 명예총장은 현행법상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답할 게 아니라, 제도 악용을 막을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 사학법인을 위해선 각종 지침을 개정하는 교육부가 왜 학생들의 호소에는 귀를 닫고 있는가. 무엇보다 이인수는 교육부가 직접 검찰에 넘긴 사학비리 전력자 아닌가. 교육부가 부디 그의 복귀를, 그의 복귀를 허용한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넉 놓고 바라만 보지 않길 바란다. 
By
취재홍여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