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체포조' 의혹... 경찰은 알고 있었나
2024년 12월 27일 18시 31분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확인한 간첩 증거 3건의 입수 과정에 국정원 출신으로 의심되는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이 모 영사가 모두 관여한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른바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유우성씨가 간첩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 허룽시 공안국 발급 유우성 씨 출입경기록 ▶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확인서 ▶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 답변서 등 3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 3건의 중국 공문서가 모두 위조됐다고 밝히자 검찰은 이 가운데 ‘출입경 기록’과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 등 2건은 국정원이 입수해 제출한 것이고 ‘사실확인서’는 검찰이 외교 경로를 통해 공식적으로 받은 공문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지난해 12월 17일자 ‘영사확인서’에는 중국 선양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이 모 영사가 자신이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를 직접 받아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과 함께 그의 서명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 ‘영사확인서’는 총영사의 결재없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조백상 선양 주재 총영사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재를 거쳐 검찰에 전달된 문서는 1건 뿐이라고 밝혀 이 영사가 총영사 결재 없이 이 ‘영사확인서’와 위조된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를 검찰에 보낸 것으로 의심된다. 조 총영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영사가 총영사의 승인도 없이 간첩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것으로, 중국 공문서 위조 사태가 우리 외교 문서 조작 파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가 국정원이 건넨 문서라고 밝힌 바 있어 유우성 씨 변호인단은 문제의 이 모 영사가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영사는 지난해 8월 17일 외교부에 ‘입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부’는 외교부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 때는 뉴스타파가 검찰과 국정원이 제시한 유우성 씨의 밀입북 증거가 허점 투성이라고 보도하는 등 간첩사건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법원이 유 씨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시기를 전후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당시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증거를 보강하고 외교 경로라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직원을 선양 영사관에 파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제의 이 영사는 또 지난해 10월과 12월 검찰이 외교 라인을 통해 보낸 수사협조 요청서를 선양 영사관 현지에서 직접 수신하고 다시 검찰에 회신한 당사자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당시 검찰의 수사협조 요청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25일 이 영사가 주선양 총영사관에서 해당 공문을 직접 출력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공문은 유우성 씨의 출입경 기록이 실제 허룽시 공안국에서 발급한 것이 맞는 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 황교안 법무장관과 검찰이 선양 영사관에 공식적으로 문의했다고 밝힌 바로 그 수사협조 요청문이다.
검찰의 이 요청문을 받은 이 영사는 지난해 12월 2일엔 허룽시 공안국에서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며 이를 선양 주재 총영사 직인을 받아 검찰에 보냈다. 이 ‘사실확인서’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위조된 것이라고 유 씨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통보한 바 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위조라고 확인한 3건의 중국 공문서가 모두 국정원 파견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 영사를 거친 것이다.
이 영사는 지난해 12월 뉴스타파 취재진이 선양 영사관을 찾았을 때도 “검찰에서 수사 요청서를 받았으며, 허룽시 공안국이 보냈다는 출입경 기록 발급확인서를 팩스로 직접 받아 다시 검찰에 보내줬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허룽시 공안국의 누가 그 확인서를 보냈는지는 모른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취재진은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선양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이 영사를 찾았으나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 씨의 변호인들은 이 모 영사가 위조로 판명된 중국 공문서 3건의 입수와 전달 과정에 모두 등장하는 만큼 최우선으로 조사해야 할 핵심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지난해 12월 공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철회한 심 모 씨도 이번 사건의 전모를 잘 알고 있는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됐다. 심 씨는 선양 영사관에서 출입경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영사로 일할 당시 유 씨 사건과 관련해 검찰 증거를 뒷받침할 진술서를 직접 받아 온 인물인데 현재는 국정원으로 복귀한 상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번 중국 공문서 위조 파문과 관련해 내일(2월 21일) 오전 선양 총영사관의 조백상 총영사를 불러 중국 공문서 입수 경위를 따질 예정이어서 이번 사태의 윤곽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한편 2월 19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검찰 진상조사팀은 중국 공문서를 받아 검찰에 전달한 과정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을 특정하기 위해 국정원 측에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또 조 총영사를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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