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 공익신고...검찰 수사
2020년 02월 13일 08시 00분
지난 2월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알려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사건에 새로운 목격자가 등장했다.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곳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구 소재 성형외과의 전직 직원 A씨다.
이 병원에서 5년간 일했던 A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만남, 그리고 여러차례 전화통화에서 “병원 동료가 이재용 부회장 한남동 자택으로 프로포폴을 챙겨 가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이를 사진으로 찍었다”고 증언했다. 또 자신이 병원에 근무할 당시 “프로포폴 투약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을 여러차례 목격했다”고도 말했다.
A 씨의 이 같은 증언은 지난 2월 뉴스타파가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증거로 공개한 이 병원 원장 김 모 씨와 실장 신 모 씨의 대화 내용과도 일치한다. 녹음파일에는 원장 김 씨가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을 드나들며 프로포폴을 투약한 신 씨를 추궁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불법 취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실장 신 씨의 남자친구 공익 제보, 그리고 그가 제공한 증거가 단서가 됐다.
뉴스타파는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7년 1월부터 이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고, 심지어 이 부회장이 이 병원 실장 신 씨를 자신의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불러 들여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이재용 부회장 관련 의혹을 보도할 당시 이 병원의 원장 김 씨와 실장 신 씨는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주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달 12일 열린 두 피고인의 공판 기일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이날 “유력인사와 재벌가에게 프로포폴 불법 투약을 위해 차명으로 진료기록부가 작성되고 그에 대한 대가로 현금이 오갔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이 나온 이후 A씨는 이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떠올랐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12일 재판 이후 A씨와 연락이 닿았고, 여러차례 접촉했다. A씨는 그 과정에서 문제의 병원에서 벌어진, 특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과 관련된 여러 새로운 사실을 털어놨다. A씨는 “지난해 11월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었다. 이제는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먼저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과 관련, 자신이 직접 목격한 사실을 증언했다. 5년간 문제의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동안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병원에 온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여러차례 목격했다는 것이다. A씨는 또 자신의 동료였던 병원 실장 신 씨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한남동 자택을 찾아간 과정을 자신과 다른 직원 2명이 직접 미행해 목격했다고 말했다. A씨가 지목한 미행 날짜는 지난해 8월 26일.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와 동료 직원 2명 등 3명이 퇴근하는 신OO 씨를 따라나섰습니다. 당시 미행은 원장 김 씨의 지시가 아닌 직원들 사이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프로포폴이 자꾸 없어지는 걸 알아서 저희끼리 신 씨를 따라간 거에요. 처음에는 술집에 일하는 애들에게 주사를 놔주는 줄 알았어요. 택시를 타고 신 씨를 따라가서 보니까, 이재용 부회장 집이었던 거에요. 그때 증거 사진을 찍어서 원장 김 씨에게 보냈어요.”
- 성형외과 직원 A 씨
A씨의 이 같은 증언은 지난 2월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뒷받침한다. 당시 뉴스타파는 이 병원 원장 김 씨와 실장 신 씨가 나눈 대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원장 김 씨가 이재용 부회장의 한남동 자택 불법 주사 문제로 실장 신 씨를 추궁하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에는 병원 직원들이 퇴근하는 신 씨를 몰래 미행해, 이 부회장 한남동 자택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김 원장) “너 자꾸 이럴거야. 이재용 부회장 집에 가가지고. 주사 넣고? 어?”
(신 씨) “무슨 소리하시는 거예요. 원장님”
(김 원장)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 내가 너 따라갔다가 다시 왔거든.”
(신 씨) “저를 따라갔다 오셨다고요.?”
(김 원장) “그래.”
(김 원장) “지금 내가 사진이 있거든. 내일 보여줄게. 차 갈아타는 것도, 뭐로 갈아타고. 어? 너 지금 진짜 집이야?”
(신 씨) “내일 보여주세요.”
- 성형외과 원장 김OO 씨와 실장 신OO 씨 대화(2019.8.26)
A씨의 증언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뉴스타파에 제보한 공익신고자 김 모(병원 실장 신 씨 남자친구) 씨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26일, 퇴근하는 신 씨를 한남동 이재용 자택 근처에 내려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신 씨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취재진에게 증언했다.
“여자친구도 미행을 당한지 몰랐는데,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모범택시가 뒤에 서 있었대요. 이렇게 쳐다보니까 3명이 스윽 내리더래요. 그 직원들이 한남동 집 들어가는 걸 사진찍어 원장에게 보내줬고, 원장이 다시 여자친구(실장 신OO)의 휴대폰으로 이 사진을 보 낸 거에요. 약 넣은 쇼핑백이랑 한남동 이재용 집 들어가는 사진이랑 같이...”
- 공익신고자 김OO 씨
A씨의 진술을 확인해 주는 증인은 또 있다. 지난달 14일 원장 김 씨와 실장 신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직 직원 B씨는 검찰 측 증인 신문에서 “지난해 8월 신 씨를 미행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미행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B씨는 “신 씨 사물함에서도 쓰다 남은 프로포폴이 나왔고, 프로포폴 자동 주사기기를 충전시키는 등 평소 하지 않았던 이상한 행동을 보여 미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뉴스타파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보도한 이후, 삼성은 입장문을 냈다.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고,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새 목격자의 등장으로 삼성측의 주장은 상당부분 힘을 잃게 됐다.
뉴스타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증언한 새 목격자 A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만남, 그리고 전화통화에서 한 증언내용을 최근 검찰(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조사 과정에서도 모두 진술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새 목격자 A씨의 증언과 추가 취재를 토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프로포폴 의혹 사건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취재 | 강민수 |
촬영 | 이상찬 최형석 |
편집 | 윤석민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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