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원’ 인증...검찰은 ‘봐주기’ 급급

2014년 04월 01일 20시 35분

뉴스타파가 유우성 씨 간첩 증거 위조 의혹을 제기한 지 넉 달 만에 국정원의 조직적 증거 위조 사실이 검찰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정원과 검찰은 뉴스타파의 중국 현지 취재로 확인된 중국 공문서 위조 정황에 이어 중국 정부의 위조 확인 통보도 인정하지 않고 버텨왔다.

그러나 증거위조 의혹 사건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결국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김 모 과장과 권 모 과장 등이 유우성 씨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중국 공문서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기소했다. 김 과장 등은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한 김 모 씨 등 정보원에게 돈을 주고 문서 위조를 지시한 뒤 중국 선양 소재 영사관에 파견한 국정원 소속 영사와 위조 문서를 주고 받는 등 매우 조직적으로 증거 조작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가 위조 통보한 날도 국정원은 위조에 몰두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2월 13일 중국 정부가 문서 위조 사실을 통보한 당일까지도 이미 알려진 3건의 위조 문서 외에 중국 현지에서 또 다른 문서들을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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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중국 당국에 문서 진위을 파악하기 위해 사실 조회를 진행하던 순간까지도 국정원은 변호인단 증거를 반박하기 위해 또 다시 문서 위조에 몰두한 것이다.

서울 국정원에서 인터넷 팩스로 위조 문서 선양 영사관에 보내

국정원은 또 위조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문서를 서울 국정원 사무실에서 인터넷 팩스를 통해 선양 영사관으로 보내놓고도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받은 것이라고 속였다. 중국 선양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위조된 문서를 정식 문서로 세탁하는데 활용됐다.

김 과장 등은 지난해 11월 27일 위조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사무실에서 인터넷팩스 서비스를 이용해 선양 영사관에 보내고 마치 허룽시 공안국에서 보낸 것처럼 꾸몄다.

그러나 이 팩스에 발신번호가 엉뚱하게 9680-2000번으로 찍힌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1시간 20분 뒤 허룽시 공안국의 대표 팩스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해 선양 영사관에 다시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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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선양 영사관에서 이 가짜 문서를 수신한 사람은 이인철 영사. 이 영사도 국정원 출신으로 국정원 본부의 지시를 받으며 위조한 문서에 허위 영사증명서와 외교 전문을 첨부하는 방법으로 문서 세탁을 거들었다.

공판 담당 검사들은 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발신번호만 다른 똑같은 문서를 두 번이나 법원에 제출했다는 점에서 국정원이 위조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확인서가 비정상적인 문서라는 것을 당시에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답변서 역시 지난해 12월 초 정보원 김 씨가 중국에서
“가짜로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자 김 과장은 “문제될 리 없으니 걱정말라”고 했고, 위조 비용으로 중국 돈으로 4만 위안(74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과장 등 2명 구속 기소...국보법 상 날조 적용 안 해

검찰은 국정원 김 과장과 정보원 김 씨를 재판에 넘기며 모해증거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형법상 혐의만 적용했다. 그러나 최소 7년 이상 징역형이 적용되는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는 끝내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은 위조와 날조는 다르다는 검찰 수사팀의 논리에 대해, 전혀 존재하지 않던 문서를 증거라며 조작해 냈고,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공식 입수한 것처럼 꾸미려고 외교 경로까지 조작한 것으로 볼 때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 적용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자살을 기도해 입원 중인 권 모 과장과 이 모 대공수사처장 등 10여 명을 조사했으나 윗선은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서, 이미 드러나 국정원 실무자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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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지휘부도, 공판 검사들도 결론은 ‘봐주기’ 수사?

검찰은 김 모 대공수사단장 등 국정원 지휘부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유우성 사건 담당 공안 검사들에 대해서도 위조사실을 몰랐다며 기소없이 내부감찰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 씨의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기획회의를 통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위한 비정상정인 예산과 인사가 집행됐기 때문에 국정원장 등 지휘책임자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판담당 검사들도 증거 위조 행위에 관여했거나, 최소한 묵인이나 미필적 고의로 위조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국가보안법 날조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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