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 화천대유-하나은행 묶어준 뒷배는 SK계열사, 킨앤이었다

2023년 03월 30일 10시 00분

① 킨앤파트너스가 사실상 주인 역할...대장동 아파트 건설 자금 3,800억 직접 빌리려고 계획 
② 정영학 진술 “킨앤의 3800억 '지급 보증'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 맺는 결정타였다”
③ 단순 투자자라더니, 뒤로는 PF대출과 지급 보증까지... 검찰 기록 곳곳에 공모 정황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기록 40,330쪽 분량을 확보해 대장동 개발 비리의 실체를 추적 중이다.
방대한 기록의 검증을 통해, 그동안 대장동 사업자에게 초기 자금을 빌려준 곳으로 알려져 있던 SK 계열사인 (주)킨앤파트너스(아래 킨앤)가 실제론 대장동 업자들과 ▲서판교 터널 개통 ▲아파트 부지의 수의 계약 등 특혜성 정보를 미리 공유하는 등 불법을 공모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보도 이후 추가 취재를 진행한 결과, 2015년 대장동 사업 공모 당시 아파트 분양을 위한 3,800억 원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계획한 주체가 화천대유자산관리(아래 화천대유)가 아닌 킨앤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대장동 아파트 3개 부지는 사실상 킨앤이 주인이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행 실적이 전혀 없는 화천대유가 당시 국내 1위 부동산 투자 실적을 기록한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에 바로 킨앤이 있었다. 당시 하나은행은 대기업의 PF 자금 지급 보증을 요청했는데, SK 계열사인 킨앤이 ‘지급 보증’을 약속한 것이다. 대장동 업자들은 재벌그룹 계열사인 킨앤의 지급 보증을 근거로 하나은행과의 컨소시엄을 끌어냈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은 뉴스타파가 입수한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 40,330쪽 곳곳에서 확인된다.   

정영학 “킨앤의 3800억원 지급 보증인 역할...하나은행 컨소시엄에 결정타”

2021년 10월 1일 자, 정영학의 검찰 참고인 진술조서. 이날 검사는 사업 경험도 자금력도 없던 화천대유가 어떻게 대장동 개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었는지 추궁했다.
검사는 “화천대유가 신설 기업으로 신용보증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며 하나은행 관계자 누구를 접촉했는지 묻자, 정영학은 “킨앤파트너스의 지급 보증이 있었기에 그쪽(하나은행)에서도 화천대유를 신뢰하게 된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검사는 “화천대유가 AMC(자산관리업무) 업무를 처음 하는 것인데, 하나은행을 어떻게 설득하였나요?”라고 물었고, 정영학은 “하나은행에서는 그 부분(사업 경험이 없음)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뒷배경이 어디냐에 관심을 가졌고, 뒷배경이 킨앤파트너스 SK 문화재단인 줄 알고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킨앤의 지급 보증으로 하나은행을 설득해 컨소시엄과 PF 대출을 끌어냈다는 뜻이다. 
▲정영학 참고인 진술조서 (2021. 10. 1.)
50여 일 뒤 2021년 11월 23일, 참고인 조사. 이날도 정영학은 검사에게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을 묶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킨앤의 지급 보증이었다고 말한다. 
“킨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사업 진행에 중요한 사항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떠한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정영학은 “킨앤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아오지 못했다면 은행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사업에 참여하고 PF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실토했다.
정영학은 또 “향후 킨앤이 화천대유에 3,800억 원가량을 대여하여 주겠다는 내용의 지급 보증도 해준 사실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화천대유가 킨앤파트너스로부터 받은 돈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이행보증금 70억 원을 납부했고, 25억 원은 은행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은행들이 납부하는 자본금을 보증해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하나은행이 대표 격인 회사로 참여했고, 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신탁과 화천대유가 들어갔다. 이들은 2015년 3월 26일,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킨앤의 지급 보증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이 대표사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대장동 업자들의 사업자 선정은 요원했을 것이다.   
▲정영학 참고인 진술조서 2021. 11. 23 
▲정영학 참고인 진술조서 (2021. 11. 23.)

킨앤 측 “3,800억 대여 계약했지만 언제든 해지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킨앤이 지급 보증했다는 3,800억 원은 어떻게 산출된 걸까.
뉴스타파가 확보한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에는 킨앤과 화천대유가 세 차례에 걸쳐 작성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 이른바 ‘차용증’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시기별 금액과 이자가 적혀 있다. 킨앤 측 이 모 전 경영지원팀장의 검찰 참고인 진술조서(2021. 12. 10.)에는 킨앤과 화천대유가 시기별로 맺은 3개 차용증의 내용이 담겨 있다.
▲ 이OO 전(前) 킨앤 경영지원팀장 참고인 진술조서 (2021. 12. 10.)
검찰 진술조서에 그려진 위 도표를 보면, 아파트 부지 3개 블록(A1, A2, B3) 별로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킨앤이 은행으로부터 직접 PF대출을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중 B3 블록은 빌라 부지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수익이 덜 나기 때문에 킨앤은 나중에 이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다. 
이에 대해 킨앤 측 이 모 팀장은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화천대유 측에서 대여금 총금액이 적혀 있어야 한다고 했다”면서 “법률 자문을 받아,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투자했을 뿐, 아파트 용지의 소유자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계약서의 초안을 받아보니 각 블록에 대한 대여금을 합한 금액이 3,800억 원이 넘는 금액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도 당황해서 화천대유의 박OO에게 연락하여 “대출금액에 PF 대출 총액이 왜 적혀 있느냐”라고 물어보니, 박OO이 ‘각 블록에 대한 토지매매대금 총액이 계약서에 적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중략) 자문변호사로부터 킨앤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넣으면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자문을 받아 계약서를 체결했습니다. 

이OO 전(前) 킨앤 경영지원팀장 참고인 진술조서 (2021. 12. 10.)
반면, 이 모 팀장의 참고인 조사 열흘 전, 정영학은 검사에게 “처음에는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로부터 직접 출자자 시행분 중 3필지를 받아 킨앤파트너스 이름으로 직접 PF 대출을 일으켜, 화천대유에 무이자로 제공한 다음, 화천대유가 시행하는 것으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킨앤이 직접 PF 대출을 받아 대장동 사업에 뛰어들려고 했단 의미다. 
당초 화천대유는 아파트 3개 부지를 킨앤에 팔려고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중간에 틀어졌다. 도시개발법상 화천대유는 자신이 매입한 아파트 부지를 전매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화천대유는 킨앤 대신 시행을 대행해줬고, 1,000억대 분양 수익도 전부 킨앤에 넘겨줬다. 대장동 아파트 3개 부지는 사실상 킨앤이 주인이었다. 
결국 화천대유가 직접 PF 대출을 해야 했지만 재벌그룹 계열사인 킨앤의 ‘지급 보증’이 있었기에, 사업 실적이 전무한데도 하나은행으로부터 7천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 정영학 참고인 진술조서 (2021. 11. 23.) 

킨앤 측 “지급 보증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주장”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수사 증거기록에는 ‘킨앤이 3,800억 원을 지급 보증했다’는 내용이 적힌 서류는 명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킨앤과 화천대유가 주고받은 계약서들을 종합했을 때, 3,80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이 약속으로 화천대유는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맺을 수 있었고, 사업자 심사에서도 가산점을 얻었다. 
이에 대해 킨앤 관계자는 “화천대유가 3,800억 원을 넣어달라고 해서 계약서에 명기한 것으로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면서 “킨앤은 3,800억 원을 지급 보증할 능력이 없고, 지급 보증을 할 의사도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킨앤은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개인 투자 회사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킨앤이 SK 계열사라고 판단했다. 재벌그룹 계열사가 존재를 숨긴 채, 대장동 사업에 참여해 1,000억 원대 수익을 챙겼다. 
더구나 킨앤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대장동 업자들과 사실상 ‘불법의 동업자’였으며, 대장동 아파트 2개 부지에 대해선 ‘숨은 주인’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킨앤과 관련한 수사를 더는 하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봉지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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