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조우형은 공범” 한목소리에도 검찰은 늑장 수사했다

2023년 04월 11일 10시 00분

① 검찰 수사 증거기록 대장동팀의 일치된 진술 “천화동인 6호는 조우형 것”
② “김만배가 지분 챙겨준다고 말했다”고 조우형이 스스로 진술했지만 참고인 조사만
③ 천화동인 6호 수익은 282억 원 아닌 400억 원대...검찰은 2021년 이미 자금 추적 파악
④ ‘커피 한 잔’의 조우형, ‘50억 클럽’ 박영수와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연관성 풀어줄 ‘열쇠 인물’
검찰은 지난 6일, 조우형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그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배임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가 적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부터 조우형이 대장동팀(김만배, 남욱, 정영학)과 공범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대장동 비리에서 그의 역할을 폭로해왔다. 특히 ‘정영학 녹취록’과 검찰 수사 증거기록을 확인한 결과,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의 실제 소유자였고, 검찰도 2021년 10월쯤부터 조우형의 차명 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천화동인 6호의 실제 소유자인 조우형 
조우형은 2009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805억 원의 대출을 끌어온 인물이다. 또한 2015년 SK계열사인 킨앤파트너스(아래 킨앤)로부터 492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역할을 맡았다. 그의 투자 유치로 대기업 계열사인 킨앤이 ‘보증인’ 역할을 자처하면서, 실적이 없던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맺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역할로 조우형은 천화동인 6호(지분 7%, 282억 배당)를 받았지만, 명의자는 조현성 변호사였다. 

남욱·김만배·정영학 “천화동인 6호는 조우형 것”...일치된 진술에도 손놓은 검찰 수사 

아래는 2021년 10월 24일 자 남욱의 검찰 신문조서의 일부다. 남욱은 조우형이 킨앤 투자를 유치한 공을 세워 천화동인 6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18일 자 신문조서에서도 남욱은 같은 진술을 한다. 
□ 검사: 킨앤파트너스는 누가 데리고 들어온 것인가요? 
■ 남욱: 우형이요. 조우형입니다.                            
□ 검사: 조우형이 천화동인6호(지분 7%) 를 받은 것은 킨앤파트너스의 자금을 유치한 공이 반영된 것인가요.    
■ 남욱: 네. 그 부분이 많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거 아니었으면 김만배가 안 주었을 것입니다.

남욱 피의자 진술조서, 2021. 10. 24. 
□ 검사: 천화동인 1∼ 7호의 지분비율은 언제, 어떻게 정하였는가요?   ■ 남욱: 김만배가 2015. 2. 초순경 저를 불러서 술집에 갔더니 정영학, 김만배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김만배가 저에게 윽박을 지르면서 25%만 가지라고 했고, 정영학도 옆에서 자기도 15% 인데 25%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015. 3. 경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에 조우형은 7%, 배성준은 3%를 주는 것으로 저와 협의가 되었습니다.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 2021. 11. 17.
김만배도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 지분 7%를 갖고 있다고 진술한다. 
□ 검사: 피의자, 남욱, 정영학이 협의한 대로 2015. 6. 10. 천화동인1∼7호를 설립하고 지분율에 따라 주식수를 나눈 것이네요.  
■ 김만배: 예. 그런데 남욱이 구속되기 전에는 제가 39%, 남욱이 35%, 정영학 16%, 조우형이 7%, 배성준이 3%를 하기로 했는데, 남욱이 구속되고 나서 제가 정영학에게 남욱의 지분 10%는 내가 가져가서 내 지분 10%와 함께 매도해서 사업비를 조달하겠다고 하고 등기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분을 팔려고 했는데 안 팔렸습니다.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 2021. 11. 18. 
정영학도 조우형의 지분 7%를 언급한다. 2021년 10월 14일 자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정영학은 “자신의 지분이 19%에서 16%로 줄었다”고 설명하면서 “조우형은 7%”라고 말한다. 또 조우형이 킨앤을 유치하면서 “화천대유가 아파트 부지를 수의 계약할 것”이라고 킨앤 측에 말했다고 정영학은 덧붙였다.    
대장동 15개 블록 중 5개는 화천대유가 직접 아파트와 빌라를 지어 팔았다. 그러나 2015년 초에는 이 같은 사실은 공개되지 않은 비밀 정보였다. 그러니까 조우형이 미공개 특혜 정보를 미리 알았고, 이를 이용해 킨앤을 설득했단 얘기다.  
▲ 2021년 11월 23일 정영학 진술 조서, 조우형과 남욱이 미공개 정보를 킨앤파트너스를 건네며 어떻게 설득했는지 검사에게 설명하고 있다. 

조우형 “김만배가 잘 마무리 되면 지분 챙겨준다고”...감옥에서도 7% 챙겨  

이와 관련해 조우형은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을까. 조우형은 2021년 11월 24일 참고인 자격으로 딱 한 번 조사를 받는다. 그는 킨앤의 자금을 유치한 과정을 설명했다. 조우형은 검사에게 “김만배 등이 킨앤 유치가 잘 마무리되면 지분은 얼마 챙겨준다는 정도의 언급은 있었다”고 말한다. 
□ 검사: 진술인은 본건 사업에 킨앤파트너스를 끌어드린 적이 있지요?
■ 조우형: 네 그렇습니다.  
□ 검사: 그 경위는 어떤가요?  
■ 조우형: 2015. 2. 이나 3.경 김만배 정영학 남욱 등이 저에게 본건(대장동 개발)사업에 자금을 투자할 만한 업체가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 무렵에는 본건 사업의 주체가 남욱에서 김만배로 완전히 넘어온 때였고, 김만배가 본건 결정을 주도적으로 할 때입니다. 그래서 제가 킨앤파트너스 박OO 이사에게 대장동에 도시개발사업이 있는데 킨앤에서 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말했고 박OO 이사는 본건 사업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해서 정영학을 연결시켜 줬습니다…(중략)  
□ 검찰: 김만배 등이 조우형에게 투자자 유치를 부탁할 때, 그에 대한 대가도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것인가요?    
■ 조우형: 명시적으로 약정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김만배, 정영학, 남욱 등이 저에게 킨앤 투자 유치가 잘 마무리 되면 지분은 얼마 챙겨주겠다’는 정도의 언급은 하였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김만배였는데 김만배 스타일이 먼저 정확히 지분 얼마를 주겠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먼저 지분 얼마를 달라고 할 입장도 아니여서 투자 유치가 잘되면 알아서 챙겨주겠지’ 정도 생각하였습니다. 

조우형 참고인 신문조서, 2021. 11. 24.
참고인 조사에서 조우형은 “천화동인 6호의 배당금이 282억 원을 받았고, 앞으로도 120억 원을 받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총 4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이다.  
▲ 조우형은 검찰 조사에서 천화동인 6호의 배당금이 400억대라고 정영학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대장동팀과 킨앤이 투자 약정을 맺은 것은 2015년 2월이다. 다음 달인 3월 대장동팀은 사업자로 선정된다. 그다음 달인 4월, 수원지검은 조우형을 구속했다. 저축은행 대출금을 끌어오면서 20억대 알선 수수료를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가 뒤늦게 적발된 것이다. 법원은 조우형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본격적으로 대장동 개발이 시작될 무렵 조우형은 수감 중이었다. 하지만 김만배 등 대장동팀은 초기 자금을 끌어온 그에게 지분 7%를 챙겨줬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초기 자금 유치는 지자체의 인허가만큼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조우형 “천화동인 6호 내 것 아니다”...검사 미납 추징금 알고 차명 추궁했지만 조사 안 해

대장동팀은 일관되게 조우형을 공범으로 지목하며 지분까지 챙겨줬는데도, 조우형은 부인했다. 그는 “천화동인 6호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정했다.
그런데 2021년 검찰은 조우형에게 미납 추징금이 있단 사실을 간파했다. 법원 판결로 미납한 추징금이 19억 원,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할 추징금 9억 원 등 총 26억 원이 존재했다. 이에 검사가 “2015년 수원지검 수사를 받으면서 추징금을 피하기 위해 (천화동인 6호 지분을) 차명으로 해둔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하지만 그는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으로 일관했고, 더 이상 검사의 추궁은 없었다.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 명의자인 조현성 변호사와 함께 투자하겠다는 오디오 업체 ‘디엔오’는 대장동 사건이 터진 직후, ‘조앤컴퍼니’로 이름을 바꾸었고 현재 폐업했다.  
“천화동인 6호는 법적으로 100% 조현성의 것입니다. 다만 조현성도 제가 기여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조현성에게 본건 배당수익금을 디앤오(오디오 업체)로 투자하고, 그 업체를 키워 매각하면 더 큰 돈이 벌 수도 있다고 제안하였고, 조현성도 그 제안을 따른 것입니다.”

조우형 참고인 신문조서, 2021. 11. 24

17개월 만의 늑장 수사... 또다시 제기된 박영수의 ‘커피 한 잔’ 비호 의혹 

대장동팀의 일관된 진술이 나온지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검찰은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 조우형과 명의대여자 조현성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뒷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조우형의) 차명 소유라는 부분이 명백히 확인됐다”면서 “지난해 7월, 수사팀이 새로 구성돼 본류 수사를 어느 정도 마치고 가담자 수사를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보듯이, 조우형에 대한 공범 혐의는 2021년 10월쯤 이미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었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과 맞물린 인물이다. 당시 배성준(천화동인 7호 소유자, 기자 출신)이 김만배에게 조우형을 이어줬다. 김만배는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했다. 남욱은 “만배 형이 조우형에게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커피 한 잔’에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부실 대출 사건이 덮인 것이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을 모두 살펴보겠다고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박영수와 조우형을 소환하지 않고 있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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