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언론사의 변종 돈벌이 ② 약탈적 "포럼 장사"

2020년 01월 16일 16시 00분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 사업은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신뢰를 판다고도 할 수 있다. 2019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38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2%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4년 연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망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왜일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기이한 수입구조에 주목했다. 그중 하나가 기사를 가장한 광고다. 또 하나는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홍보, 협찬비다. 이 돈줄이 신뢰가 바닥에 추락해도 언론사가 연명하거나 배를 불리는 재원이 되고 있다. 여기엔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추적 결과물은 언론개혁 계기판 역할을 할 뉴스타파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에 집약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주

광고와 구독료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들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매체 환경 변화와 신뢰 추락 때문이다. 한국 주요 언론사들은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언론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보다는 변칙적인 돈벌이 수단에 눈을 돌리고 있다. 뉴스타파가 1월 15일 보도한 언론사 ‘최고위 교육과정’과 함께 이른바 ‘포럼’과 ‘콘퍼런스’ 등도 한국 언론사들의 대표적인 변종 수입원이 되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 언론들이 개인이나 단체에게서 최고 수백만 원씩 참가비를 받고 개최하는 각종 ‘포럼’과 ‘콘퍼런스’는 무려 1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계열사가 가장 많은 ‘포럼’과 ‘콘퍼런스’를 여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글로벌리더스포럼’, ‘국제포럼’, ‘유통산업포럼’, ‘글로벌경제투자포럼’, ‘회계포럼’ 등 10개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도 ‘서울포럼’과 ‘에너지전략포럼’ 등 7개의 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는 ‘동아비즈니스포럼’, ‘동아럭셔리포럼’, ‘모닝포럼’, ‘헬스케어포럼’ 등 6개의 포럼과 콘퍼런스를 운영 중이었다.

▲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일보·채널A 주최 ‘동아비즈니스포럼.’ 이 포럼의 참가비는 1인당 100만 원이다.

국내 주요 언론사가 주최 ·주관하는 포럼과 콘퍼런스는 다음과 같다. 


정부와 공공기관 예산으로 언론사 포럼에 참가...막대한 세금 허비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각종 포럼과 콘퍼런스에는 막대한 세금도 흘러 들어간다. 정부나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언론사 주최 포럼 등록비로 공공자금을 퍼주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87개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언론사 주최 포럼에 9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참가비와 협찬비 등으로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자료를 폐기했거나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꺼린 공공기관을 제외한 금액이 그 정도였다.  

기관별로 보면, 강원랜드가 13억여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전력도 11억 9천만 원이나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약 6억 9,000만 원), 한국수력원자력(약 6억 6,000만 원), 서울시(약 4억 3,000만 원), 한국남동발전(약 2억 9,00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 가장 많은 돈을 챙겨 간 언론사는 매일경제신문이었다. 언론사 포럼의 원조 격인 매일경제의 세계지식포럼은 지난 10년간 총 21억 원을 받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속한 조선미디어그룹(7억 5,000만 원), 머니투데이와 뉴스1·뉴시스를 운영하는 머니투데이그룹(7억여 원) 순이었다.   

언론사가 포럼을 열면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포럼 참가비와 협찬비를 내게 한다는 증언도 취재 과정에서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정부기관이 언론으로부터 약자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행사하는데 오세요’, ‘이 티겟 하나 사세요’ 하면 ‘그거 우린 못 해’ 이러면 언론사와 껄끄러워지니까. 부담이 굉장히 되거든요. 몇 장을 사라고 그래요. 개인 돈 지출하는 사람도 있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심지어 언론사가 아예 참가비와 협찬금 액수를 정해 기관에 통보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출입기자나 차·부장급 기자들이 직접 해당 기관의 기관장실·대변인실에 연락해 “표를 몇 장 사달라”거나 “협찬비는 이 정도 내라”고 요구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언론사에서 포럼 이런 걸 기획하면서 지자체에서 오기를 자꾸 유도하긴 해요. 여기에 또 출입기자들한테 좀 실적 위주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울산광역시청 관계자

협찬 따내려 영업 뛰는 기자들…“기사거래도 일상” 

일반 기업을 상대로 한 언론사의 포럼 ‘영업’은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 결과, 언론사가 주최하는 대부분의 포럼에는 최소 수십 개에서 최대 150개에 달하는 기업과 기관이 협찬·후원을 하고 있었다. 자발적으로 협찬했다고 보기엔 너무 많다.  


언론사들은 사기업들을 상대로는 이중으로 돈을 뜯어내고 있었다. 포럼 티켓을 강매하면서 동시에 별도의 협찬이나 후원을 받아내는 식이었다. 취재진이 만난 현직 언론인들은 “언론사들이 포럼을 한 번 열 때마다 큰돈을 번다”고 말했다.   

포럼으로 (언론사가) 돈을 못 벌면 당연히 안 하겠지. 돈이 되니까 하는 거지. 기자들 사이에선 ‘제일 중요한 포럼을 열면 10억씩 남긴다’는 말도 나오고... 현대차, 삼성, SK 같은 기업들이 한번에 몇천만 원 단위로 지원하니까.

일간지 기자

포럼 시즌인 9~10월경에 기업 홍보팀 직원들이랑 밥 먹다가 (들었는데...) 그 사람들 일과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언론사 포럼에 가고, 오전 중에 하는 또 다른 회사 포럼에 또 바로 가고, 거기서 점심을 먹고, 그다음에 오후에 하는 또 다른 언론사 포럼에 가고... 그런 식으로 종일 포럼을 돌아다닌다고 하더라고.

일간지 기자

‘포럼 장사’를 하기 위해 기자들이 비판과 감시의 대상인 출입처를 상대로 부탁을 하고, 청탁을 들어주고 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미담 기사나 기업 경영진의 인터뷰 기사를 써주는 식의 ‘기사 거래’를 통해 포럼 표를 팔고 협찬금도 타낸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사의 비판 수위나 제목을 수정해 주는, 소위 ‘봐주기’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는 얘기도 나왔다.  

꾸준히 협찬을 한 기업이면 똑같은 내용이어도 반복해서 미담 기사를 써줬다. 기업의 사회복지사업을 홍보해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는 내용이었다.

모 미디어그룹 관계자

‘포럼 장사’는 훨훨, 언론단체들은 수수방관 

언론의 포럼 장사 행태는 점점 도를 넘고 있지만, 신문윤리위원회와 신문협회,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언론사가 주최하는 사실상의 ‘돈벌이 포럼’에 현재까지 어떠한 윤리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등도 만들지 않고 있다. 신문협회는 오히려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사들이 여는 포럼과 콘퍼런스를 홍보해주고 있다. 신문윤리위원회 측 관계자는 “언론사의 무분별한 돈벌이 행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닌가”하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언론사 행사와 수익 사업은 위원회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언론 행사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적은 없는 것 같고요. 홍보성 기사나 그렇게 분류된다면, 심의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기사와 광고에 대해 심의하는 거고요.

신문윤리위원회 관계자

취재진은 국내 주요 신문사의 발행인·사장들이 임원을 맡고 있는 신문협회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언론 전문가들은 언론 본연의 영역 밖으로 뻗어가고 있는 언론사의 기형적, 약탈적 수익구조 행태를 어떤 식으로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언론사들이 다른 수익사업을 통해서 수입을 계속 남겨요. 그런데 그 입김이 언론사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완벽한 차단을 과연 할 수 있는 것이냐. 지금 안 되는 게 문제잖아요. 그런데 차단을 하려면 최소한 우리가 이제라도 언론사 수익 사업들에 대해서 감시가 철저하게 필요하다. 보도 의외에 다른 방식의 돈벌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도는 계속 개입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언론사 포럼에 흘러 들어가고 있는 자세한 세금 내역은 ‘언론개혁 대시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언론개혁 대시보드(http://pages.newstapa.org/n1907)

제작진
취재기자연다혜, 홍주환
촬영기자정형민, 오준식, 이상찬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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