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말?] 법 위 시행령 바로잡자는데 삼권분립 위협?
2015년 06월 01일 20시 03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6월25일)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로 인한 후폭풍이 여의도 정가를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이 법률 제정의 취지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청와대는 정부에 대한 행정권 침해라며 ‘위헌 소지가 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관련 자세한 내용은 6월 1일 [正말?]법위 시행령 바로잡자는데 삼권분립 위협? 참조)
어제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란 단어까지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박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할 처지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 자료가 있습니다.
지난 6월4일 언론의 보도(박 대통령, 야당 시절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 발의 - 한겨레신문)로 익히 알려진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개정안이 제출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습니다.
입법의 전문화.다양화 추세에 따라 국회가 법률로 행정부에 위임한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 등의 행정입법이 대폭 증대하고 있으며,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한 실정인 바, 국회가 이에 대한 통제를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임. 이에 따라 소관상임위원회는 행정입법이 법률의 입법정신에 따라 적절히 규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잘못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행정입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시정되도록 관련 조문을 개정하려는 것임.
이번에 국회를 통과했던 개정안의 제안 이유도 거의 똑같습니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위법한 대통령령 등에 대하여 국회가 소관중앙행정기관에 직접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음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한 후 국회에 제출한 재의요구서에서 거부의 이유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부가 수정ㆍ변경 요청 받은 사항을 처리하도록 변경한 점, 본회의 의결안 제안이유에서 입법목적을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는 요청받은 대로 수정ㆍ변경해야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이는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큽니다.
1998년에 자신이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와 똑같은 이유를 들어 이번에는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또 재의요구서에서 ‘정부가 상임위의 요청에 따라 시행령을 수시로 변경하면 정부 업무 수행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SBS가 찾아낸 지난 2005년 한나라당 상임운영위 영상을 보면,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정부의 신문법 시행령에 대해 “한나라당이 신문법 개정안에서 독소조항이라고 해서 반대했던 내용을 시행령에 버젓이 넣었다”며 “이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어이없는 일”이라고 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는 ‘정부의 업무 수행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하려고 했던 것과 다름이 없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자신이 낸 책 <헌법학원론(2015)>에서 국회의 정부에 대한 입법적 통제를 강화해야한다면서 “대통령이 위헌 혹은 위법인 대통령령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경우에 국회는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해놓았습니다. 정 장관은 헌법학회장 출신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중재안을 마련하면서 정 장관에게 ‘위헌이 아니다’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적어도 국회는 야당이 누가 되든 국회가 정부의 잘못된 시행령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한결같이 외쳐왔습니다. 박 대통령도 의원 시절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배신의 정치’는 국회가 한 것일까요? 아니면 대통령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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