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김만배-신학림’ 음성파일의 기획 인터뷰 의혹을 둘러싸고 조우형 씨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조 씨가 “윤석열 주임검사를 만난 적 없다”라고 진술한 만큼,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박영수를 통한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무마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 일체가 허위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만약 이런 검찰의 논리가 '참'이 되려면 조우형의 다른 검찰 진술 또한 모두 사실이어야 한다 . 뉴스타파는 대장동 검찰 수사기록과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조우형 검찰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 천화동인 6호의 실제 소유자로 드러난 조우형.
검찰, 3년 연속으로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 실소유자' 진술 확보
뉴스타파 취재 결과, 2021년 9월부터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검찰은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란 사실을 수사 초기에 파악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정권은 대장동 수사팀이 대폭 교체했다. 이후 새로운 수사팀은 조우형의 차명 소유 사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조우형은 지난해에도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이 조우형에 대한 강제 수사를 시작한 건 올해 4월이다. 조우형의 차명 소유를 파악한 지 18개월 만에 비로소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 영향이 컸다. 이후 여론이 들끓자 검찰은 비로소 박영수 전 특검과 조우형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 등장하는 ‘조우형’
지난 1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 1,325쪽 전문에는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라는 업자들의 발언이 곳곳에 등장한다.
2020년 4월 4일자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천화동인 6호 명의가) 우형이 이름은 없어. 현성이 이름으로 있지”라고 말한다. 김만배는 또 정영학에게 “우형이가 어디서 좋은 걸 물어왔어”라면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 2021년 9월 26일 정영학이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2020년 4월 4일 녹음됐다.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우형이 이름은 없어. 현성이 이름으로 있지”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조우형의 거짓 진술 “천화동인 6호 내 것 아니다”...같은 날 “윤석열 안 만났다” 진술
그러나 조우형은 천화동인 6호와의 관련성을 줄곧 부인해왔다. 2021년 11월 24일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조우형은 “천화동인 6호는 법적으로 100% 조현성의 것”이고 “다만 조현성이 도의적으로 제 기여 부분을 배려해주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같은 날 조사에서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때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도 내놨다.
조현성도 검찰에서 조우형과 비슷한 입장을 유지했다. 천화동인 6호는 100% 자기 몫이란 것이다. 두 사람의 진술 내용을 보면, 사전에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단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 조우형 참고인 진술조서(2021.11.24). 조우형은 “천화동인 6호는 법적으로 100% 조현성의 것”이라며 자신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부인한다.
남욱과 정영학은 구체적으로 조우형의 거짓말 반박
남욱은 2021년 10월 24일 검찰 조사에서 “조우형이 킨앤파트너스의 자금을 유치한 공으로 천화동인 6호의 지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영학 역시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라고 진술한다. 검찰이 정영학 녹취록 외에도 복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천화동인 6호의 수익 배당금은 알려진 것만 282억 원이다.
지난 5월 검찰은 조우형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조우형은 검찰이 자신을 수사하지 않은 18개월 동안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었다. ‘뒷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자 검찰 관계자는 “2022년 7월 수사팀이 새로 구성돼 본류 수사를 어느 정도 마치고 가담자 수사를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러 늦게 수사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윤석열 정권의 검찰 대장동 수사팀이 수사한 기록을 살펴본 결과, 앞서와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욱과 정영학은 입을 모아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 실소유자”라고 거듭 진술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조사에서 이들은 조우형이 왜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었는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다수의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고도 조우형을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3년째 대장동 사건을 수사를 해온 검찰 또한 조우형을 봐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2.11.15)
▲정영학 피의자신문조서(2023.3.16)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거짓'으로 일관한 조우형
검찰 조서를 보면, 조우형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엔 거의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 씨는 최근까지도 "조현성 변호사와 공동으로 천화동인 6호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 내가 실소유자는 아니"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예 내 것이 아니라고 했다가, 이제는 소유한 지분이 일부 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조우형의 진술에는 분명 거짓이 섞여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조우형의 진술을 입맛대로 골라서 채택하고 있다. 검찰은 조우형이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사 때 윤석열 주임검사를 만난 적 없다”고 말한 것을 명백한 진실이라고 단정하고, 뉴스타파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조우형 수사 무마’ 의혹 제기를 ‘가짜 뉴스’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