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4대강
2020년 07월 21일 20시 16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현 정부 임기 안에 4대강 ‘재자연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으나, 지자체가 협조하지 않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환경부가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춰졌다'며 ‘보 처리 방안이 결정되더라도 이후 추진절차에 최대 7-8년, 짧아도 4-5년이 걸린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조명래 장관 답변의 타당성을 국가물관리위원들과 환경단체 활동가,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통해 검증했다. 그 결과 조 장관의 발언 내용에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책임을 지나치게 떠넘기는 부분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먼저 조명래장관은 국회환노위 답변을 통해 4대강 보 개방이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로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은 “보를 상시개방 하고 재평가를 거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낙동강과 한강 보들은 상시개방되지 못하고 있다. 보를 상시개방하면 수위가 내려가는데, 현재의 취수구는 높게 설치돼 있어 취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보 개방을 위해서는 먼저 취수구를 내리는 공사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 취양수장을 옮겨야 한다.
조 장관은 “취양수장 이런 것들을 옮기고 여러 사전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것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지역에서 그거는 동의를 해줘야 하고요…”라고 답했다. 낙동강과 한강은 지자체가 동의를 해주지 않아서 상시개방을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백명수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 간사는 “한강 보 개방을 위한 취양수장 조정 문제에 대해 환경부가 지자체에 정식 요청을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취양수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이나 농어민 등 이해당사자와 논의하고, 개방 계획을 짠 뒤,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요청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그런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계속 “취양수장 문제 때문에 안 된다”는 핑계만 댄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한강의 3개 보를 모두 관할하는 여주시에 취양수장 변경 문제를 공식 요청한 적이 있을까? 이항진 여주시장은 뉴스타파에 “환경부가 여주시에 취양수장 변경 문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항진 시장은 4대강 사업을 앞장서 반대했던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여주시에 보수적인 여론도 있다고 하지만 4대강 반대 활동가를 시장으로 뽑은 곳이다. 그렇다면 3개의 보가 모두 여주시 관할인 한강이야말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쉬운 곳일 수 있다. 한강 보에서 취양수하는 주요 기업들은 하이닉스, OB맥주 등 대기업이다. 백명수 한강유역위 간사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들은 “정부 지침이 나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들 기업에 지침을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낙동강 지자체들의 입장이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낙동강의 주요 지자체들이 보 개방에 반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류의 고령, 창녕, 합천, 의령군은 지난해 7월 양수장 시설 변경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 지급이 지연돼 보 개방에 착수하지 못했다. 조명래 장관은 “행안부가 특별교부세를 올 6월에야 내려보냈다”고 행정안전부를 겨냥했지만 환경부가 4대강 보 개방에 분명한 의지를 갖고 중대과제로 인식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났겠나하는 의문이 분명히 있다.
조명래 장관은 국가물관리위원회(이하 물관리위)를 또 다른 걸림돌로 지목했다. 물관리위원회는 2019년 2월,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이 마련한 금강과 영산강 보에 대한 처리 방침(보 2개 해체, 1개 부분해체, 2개 상시개방)을 아직도 심의하고 있다.
조명래 장관은 강은미 의원(정의당)의 “이미 금강하고 영산강은 결과가 나왔는데 지금 물관리위원회에서 빨리 결정을 안 해주는 거고요. 빨리 결정하도록 환경부 장관님은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에 “수시로 주요 위원들을 만나고, 우리 지원단이 있습니다. 지원단을 통해서 재촉을 하고 있습니다만…”이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또 “상반기 안으로 (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을 할 것으로 저희는 봤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여러 가지 사정이 또 있어서 늦어지면서 저희가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습니다만 저희가 내부적으로 한 번도 이 사업에 대해서 예컨대 우리가 지향성을 잃어버리거나 또 자연성 회복의 중요성을 저버리거나 또 일을 안 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접촉한 국가물관리위원(이하 물관리위원)들은 환경부의 노력에 의문을 표했다. 여러 물관리위원은 조명래 장관이 “주요 위원들을 만나고 지원단을 통해 결정을 재촉했다”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이 물관리위원들을 만나 설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물관리위원회 지원단이 “결정을 빨리 해달라”는 환경부 입장을 전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한 물관리위원은 “환경부와 조 장관은 오히려 물관리위의 결정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 장관이 물관리위 내에서 ‘올해 2월까지 결정한다’는 내부합의를 하고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던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전에는 결론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2월까지 결론 내는 것이 무산됐고, 시간을 끌다보니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논의 대상으로 삼는 등 일이 꼬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반년을 보내며 겨우 결론에 다시 도달하는 상황인데 이번에는 지금껏 입 닫고 있던 국무총리실의 지시라며 여론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관리위는 23명의 민간위원과 15명의 정부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환경부 장관 등, 주요 장관급 공직자들이 정부 위원이다. 물관리위는 공전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산하 금강과 영산강섬진강 유역 물관리위가 4대강조사평가단의 보 처리 방침과 비슷한 수준의 보 처리 안을 의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역 물관리위에서 결의된 내용은 다시 국가물관리위의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내용이 크게 변경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민간위원들이 어렵게 결론에 도달하는 상황인데 그동안 논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던 총리가 이미 2차례 한 바 있는 여론조사를 또 다시 주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두 유역위원회의 결정은 환경부가 진행할 여론조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뤄지게 됐다.
그 뿐 아니다. 영산강섬진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뉴스타파에 “최근 영산강 보 처리 문제를 두고 열린 회의에 당연직 정부 위원들의 의견이 전달됐는데 ‘모니터링을 더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동안의 의견수렴과정에서는 ‘입장이 없음'이나 ‘미결정'이라던 정부측 위원들이 한꺼번에 ‘신중'을 주문한 것에 대해 해당 위원은 “정부 측이 시간끌기를 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한강과 낙동강의 보 처리 방안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 처리 결정을 물관리위가 하기 위해서는 결정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환경부가 만들어야 한다. 경제성 검토나 보 개방 혹은 해체 시 수질 생태계가 얼마나 개선될 것인가 등의 자료는 연구조직을 갖고 있지 않은 물관리위가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지난해 2월 이후, 한강과 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만들어야 할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철재 4대강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사회경제분과 간사는 “민간위원들이 여러차례 한강과 낙동강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환경부가 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간사는 또 조 장관의 “지금 낙동강 같은 경우에는 실측값을 지금 얻기 어렵기 때문에 모델을 가지고 거기서 예측을 해서 그 값을 가지고 상시개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는 발언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낙동강과 한강은 보 개방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방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또한 충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조 장관은 “실측값이 적기 (모니터링 결과 데이터가 적기) 때문에 모델링으로 예측해서 상시 개방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간사는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가 오래 전에 “4개월 이상 수문 개방 모니터링 자료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예측값을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즉 이미 환경부 공무원 7명, 민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기획위원회가 결정한 것을 아직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킨 협치 구조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 간사는 조명래 장관 자신도 ‘녹색토건주의와 환경위기'(2013)라는 저작에서 과거 정부가 환경단체와 협치를 시도했으나 성과 없이 끝난 것을 강하게 논박했으면서 본인 스스로 협치구조를 형식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명래 장관이 언론과 한 인터뷰를 보면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두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찾기 어렵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4대강 보 처리 결정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고 작년 8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4대강 보, 해체 계획 세우는 데만 수 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지역주민들이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7월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조 장관은 “자연성 회복의 이점을 지역 주민들이 충분히 수용할 때 시행하는 절차를 밟는 것을 중요한 방침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정책을 각각 이해 관계가 다르거나 충돌하는 여러 지역 주민의 의사를 다 반영해 추진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낙동강의 경우 지역 주민의 반대가 강한 상류는 보를 닫은 채 두고, 수용성이 나은 하류는 보를 개방하겠다는 것이 된다. 낙동강 생태계는 상하류, 지류까지 모두 연결돼 있는데 정치적 찬반에 따라 나누겠다니 이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인가하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환경부가 과연 지역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더 근본적인 비판이 있다. 이철재 위원은 환경부에 금강의 보 개방 이후 수질, 생태계 개선사례를 집중 홍보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홍보 예산은 4백억 원이었는데 현 정부 4대강조사평가단의 홍보 예산은 2019년 5천만 원이었다”고 비판했다.
조명래 장관은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던 학자 출신이다. 그가 환경부 장관에 발탁된 것은 그런 배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시민사회에도 그가 4대강 재자연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취임 후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는 장관직에서 물러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직면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조 장관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 한 물관리위원은 “오히려 4대강 사업에서 교훈을 얻어 겁을 잔뜩 먹은 공무원들의 해태가 문제라며,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도록 결정을 미루고 절차를 복잡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보 처리 결정을 해도 재자연화까지는 7-8년이 걸린다”는 조 장관의 답변은 이 문제에 대한 공무원들의 자세를 말해준다. 4대강 사업이 졸속 추진돼서 문제가 많았지만 생태계가 망가진 상황에서 절차 따지며 7-8년을 보내겠다는 것은 매우 안이하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호응해 수질 데이터까지 조작하며 4대강 사업에 첨병 노릇을 했다. 그 결과 4대강 생태계는 완전히 망가져서 강이 아니라 호수가 됐다. 환경부가 그 때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혜를 짜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월 29일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자연성회복 정책의지 재천명, 낙동강 수문개방, 환경부 장관 경질 등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 것은 최초 이 문제를 관장했던 김수현 사회수석의 방향성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2017년 5월 21일, 4대강 보 처리에 대해서 "극단적인 경우입니다만 재자연화를 시도해야 하는 보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존치할 경우에는 환경성을 보강하고 물이용을 보다 활성화하는 계획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재자연화, 즉 보 해체는 극단적인 경우이고 대부분 보를 남겨둔 채 보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듯한 입장이었다. PD수첩 취재에 따르면 김 수석은 캠프 시절부터 보 해체에는 매우 크게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는 국가물관리위원으로 4대강 찬동인사라 할 사람들을 대거 넣으면서 반대한 사람들은 대부분 배제하는 등 4대강문제 해결이 공전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이끌어왔다. 김 수석이 정책실장이 됐다가 지금은 청와대 밖으로 나갔지만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변했다는 시그널은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의지가 있는가 하는 환경단체들의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재 | 최승호 |
촬영 | 오준식 |
편집 | 윤석민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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