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재인정부의 4대강

2020년 07월 21일 20시 16분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4대강 재자연화가 좌초 위기다.

2018년 말까지 4대강의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하고 19년부터 자연성 회복, 복원사업을 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보 처리 방안을 2019년 말까지는 확정하겠다며 한 차례 미루기도 했지만 그 시한도 지키지 않았다.

보 처리 방안을 확정짓는 임무가 부여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허재영 위원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결론이 난다고 시한을 약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염형철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간사)은 “지금 결정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다, 예비타당성조사다 해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2년 내에는 재자연화를 착수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결정이라도 하겠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금강과 영산강은 보가 개방돼 수질과 생태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태지만 가장 큰 규모의 공사가 이뤄진 낙동강은 보 개방도 거의 되지 않아 녹조가 심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9일 낙동강유역환경청 건물 앞에서 낙동강에서 떠온 녹조물을 뿌리며 보 개방을 요구한 배종혁 낙동강 경남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녹조물을 약품으로 정수처리해 먹이는데 수도요금 납부 거부운동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분개했다.

4대강 문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국제적인 하천학자 한스 베르하르트 독일 칼스루에 공대 교수는 “모든 댐(보)를 없애야 한다. 4대강의 댐은 아무 효용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비용만 늘어나고 강은 파괴될 뿐이다”라고 충고했다.

뉴스타파는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4대강 재자연화가 왜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취재했다.

우리에게 남겨진 ‘이무기 운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4대강의 보 개방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그동안 많은 의문을 낳았던 ‘수심 6미터의 비밀'을 밝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착수했고 낙동강을 최저 수심 6미터로 준설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대단한 비밀을 밝혀낸 것 같지만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일 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그를 옹위한 공무원, 어용 학자들의 주장처럼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의 한 복판을 최저수심 6미터가 되도록 깊게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운하가 되다 만 강’이다. ‘이무기 운하'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할 강이다. 처절하게 망가진, 고통에 울부짖는 강이다.

▲ 출처 : YTN뉴스

촛불로 되찾은 민주정부가 망가진 강을 되살리리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2017년 5월 22일 , 취임하자마자 보 개방부터 지시한 것은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듯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경북지역에서 보 개방에 반발하자 내려간 이낙연 총리는 농업용수가 걱정된다며 추가 개방은 어렵다고 후퇴했다. 그나마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가 개방돼 자연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2018년까지 보 처리 방침을 확정짓겠다고 했는데, 그 업무를 할 4대강조사평가단이 환경부에 설치된 것은 2018년 가을이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이 기획위원장으로 임명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18년 11월이었다.

홍 위원장은 경제성 검토를 통해 보 처리를 결정하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보를 남겨뒀을 때 있을 수 있는 편익과 철거할 때 드는 비용을 비교해서 편익이 크면 철거하는 방식이다. 공정성 시비를 우려한 홍 위원장은 환경경제학 전공자들이 아니라 정통 경제학자들을 영입해 경제성 검토를 맡겼다.

2019년 2월 일, 4대강조사평가단은 금강의 세종보, 영산강의 죽산보를 철거하고 금강의 공주보는 공도교를 남기고 나머지를 철거하며 금강의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 채로 모니터링을 계속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주보를 포함해 3개의 보는 사실상 해체하는 결정이다. 백제보, 승촌보는 해체 결정을 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해 보를 개방한 채로 더 관찰해보자는 것이었다.

3개는 사실상 해체, 2개는 상시 개방이라는 결과는 어정쩡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4대강의 보들은 뱃길을 만들기 위해 강을 깊게 판 뒤 물을 채울 용도로 세운 구조물이다. 4대강 추진자들은 보로 막아서 생긴 물이 가뭄을 해소시켜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물을 쓸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물을 채운 4대강 본류 주변은 항상 물이 넘치는 곳이고 가뭄지역은 그로부터 먼 산간지역이나 섬 지방이기 때문이다. 본류에서 가뭄지역까지 물을 공급하려면 관로를 뚫어야 하고 가압 펌프로 높은 지역까지 물을 밀어올려야 한다. 공사비와 전기료 등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가뭄지역 주변에 소규모 물 공급시설을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국토해양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대로 4대강 사업을 진행했지만 물 공급계획은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감사원 감사 발표(2017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2009년 2월 정종환 당시 장관에게 ‘대통령 지시사항인 준설과 보 설치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안 된다’고 보고했으나 정 장관이 ‘그런 내용을 어떻게 보고하느냐'고 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수심을 깊이 팔 것을 지시하자 4대강 사업은 진행됐다.

결국 보는 녹조 가득한 더러운 물을 가두는 수단이 됐다. 보는 아름다운 산하를 자유롭게 흐르던 강을 막아 저수지로 만들어버렸다. 짧은 시간 내에 흐르는 강에 살던 생물종들은 호수나 저수지에 사는 종으로 바뀌었다. 서식처가 물에 잠기자 생물 다양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보는 물을 공급하지도 못하면서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설이 되었다.

효용이 없다면 철거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 방향을 택하지 않았다. 많은 돈 들여 만든 시설을 이념으로 때려부순다는 비난을 우려했을 것이다. 그래서 경제성 검토라는 다소 덜 원칙적이지만 국민 설득에 유리한 방향을 선택했다. 환경단체들은 그 방향을 비판하고 반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함께 갔다.

금강과 영산강에 대한 보 처리 방침은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4대강조사평가단에 참여한 환경단체들도 함께 고안한 제안이었다. 그 방침대로 이행됐다면 지금쯤이면 일부 보에 대한 철거도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고 남아 있는 낙동강과 한강에 대한 보 처리도 결정됐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진척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 처리 방침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4대강 재자연화라는 국정과제를 우선 순위에서 밀어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로 넘겨진 공


문재인정부는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이 제안한 보 처리 방침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심의해 최종 결정하도록 넘겼다. 홍종호 전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장은 김혜애 당시 청와대 기후환경 비서관이 자신에게 기획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정부의 로드맵을 설명했다고 했다.

“2019년 초에 4대강조사평가단의 발표가 나면 6월 정도에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성될 것이고 거기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조사평가단의 제안을 수용할 것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연구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를 그대로수용할 것이다 . 그런 절차를 거쳐서 확정이 되면 하반기에 집행을 할 것이다.”

결국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사실상 4대강조사평가단의 결정을 추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꼭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그 결정을 넘겼어야 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보 처리 문제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논의 사안으로 법에 규정돼 있지는 않다. 굳이 근거를 찾는다면 기타사항으로 ‘물관리위원장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4대강조사평가단의 결정을 바로 이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논의해달라고 넘겼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회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라고 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4대강 재자연화라는 큰 국정과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도록 했다면 그 과제가 이행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우선은 재자연화라는 방향을 공감하는 위원들이 선정됐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친4대강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이른바 전문가들을 대거 국가물관리위원으로 선임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4대강 문제는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 선정과정을 담당한 김혜애 당시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에 의하면 위원 선정은 각 부처에서 3배수를 추천해 최종 결정은 청와대에서 했다. 4대강조사평가단에 참여했던 4대강 비판 인사들은 거의 배제됐다.


김 전 비서관은 “4대강조사평가단에서 만든 제안을 심의하는 곳이기 때문에 제안에 참여한 사람들은 빼는 게 당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증이 부족했는지 친4대강으로 불릴 법한 인사들이 대거 들어갔다.

운하정책자문단 혹은 4대강 사업 정책자문단의 일원이었던 교수들도 있고 각종 기고와 발표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지원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4대강 턴키 심사위원 출신도 두 사람 있었다. 4대강조사평가단의 보 처리 발표 후 보수언론에 졸속 발표라는 비판글을 기고한 사람도 있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한 국가물관리위원은 뉴스타파에 “4대강 재자연화를 지지하는 위원과 반대하는 위원의 숫자가 6 대 12 정도 된다”고 한탄했다.

김혜애 전 비서관은 취재진에 “저나 정부로서도 물관리위에서 그렇게 문제제기가 되고 논란이 될지 사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우리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어놓고 몇몇 위원들에게 지침을 주어 밀어붙인다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무조건 밀어붙인 것과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라면 현재의 국가물관리위원회 구성 하에서 4대강 복원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위원 구성은 불리한데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갖고 밀고 가지도 않는 것이니 말이다. 4대강 복원이라는 국정과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환경단체들의 한탄이다.

김혜애 전 비서관의 상사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취재진의 취재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정부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도 변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 변화다.


2016년 9월 30일 이해찬 당시 무소속 의원은 수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학수 사장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그래서 제 생각으로 다른 보 전체를 없앤다는 건 무리란 말씀이신데. 실제로 필요 없는, 세종보는 정말로 필요 없는 보거든요. 거기만 보를 철거한다든가.(마이크 꺼짐)...”

세종보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해찬 대표는 집권 뒤 입장을 바꿨다. 2019년 6월 7일 이 대표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나 세종보 철거를 재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엄연히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로 남아 있는 4대강 재자연화에 역행하는 입장을 당의 대표가 전한 것이다.

정부 여당의 의지 실종과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공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와 영산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처리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양 유역의 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조사평가단이 작성한 자료에 대한 오랜 검토를 통해 조사평가단의 제안에 거의 부합하는 수준으로 합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두 유역물관리위원회가 보 처리에 대한 결의를 하면 그 결론이 국가물관리위원회로 올라가게 되는데 극단적인 경우 정반대 결정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총리실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고 있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뉴스타파에 “총리실에서 최근 ‘마지막 결정단계에서 여론조사를 한 번 더 해봤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한 상황에서 다시 하라는 것은 사실상 보 처리에 대한 결정을 미루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 여당까지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 부족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방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경이다.

염형철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간사)은 “지금 결정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다, 예비타당성조사다 해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2년 내에는 재자연화를 착수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결정이라도 하겠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금 결정해도 다음 정부 들어서 실행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 그런데 만약 그런 결정조차 미루면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라 4대강 재자연화는 좌초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전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장)은 “2022년이면 다음 정부가 출범하는데, 그 때면 벌써 4대강사업이 완공된지 10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10년이면 이미 보가 만들어지고 나서 생태계 다 바뀌고 수질도 거기에 다 변화돼버리고 맞춤형 농사도 자리잡고, 심지어 배도 띄우고 이런 식으로 이제 생활환경, 경제 환경이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이것을 다시 바꾸기 위해서는 또 엄청난 설득의노력과 엄청나게 많은 재원과 갈등이 생길 소지가 많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4대강사업으로 망가지는 한국의 강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에 공대, 하천학)는 뉴스타파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모든 댐(보)을 철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어떤 논리도 미친 주장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놓은 강의 모습은 ‘변종 운하'라고 규정했다. 그는 “처음부터 4대강사업으로 만든 댐(보)은 아무런 효용이 없이 피해만 발생시키는 구조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댐(보)이 있으니 쓸 방법을 찾자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말했다. “강을 흐르게 하라. 그러면 자연이 돌아올 것이다”

제작진
연출최승호
글·구성이근수
영상취재오준식
편집윤석민
CG정동우
자료제공김종술 박용훈
자문임혜지 이철재
통역김지윤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기획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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