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영수증 이중제출 국회의원 3명 추가 확인...정치자금에 반납

2018년 12월 13일 15시 32분

뉴스타파가 보도한 국회의원들의 ‘영수증 이중제출’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하 선관위)가 영수증 중복청구를 금지하고 만일 영수증 중복청구로 국회예산을 받았을 경우, 환불과 결제 취소 등의 조치를 통해 정치자금 계정에 반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가운데, 영수증 이중제출로 받은 국회예산을 의원실 경비통장에 보관해 사용한 국회의원이 추가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과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같은 당 추경호 의원 등 3명이다.

뉴스타파 취재 이후, 이들 3명은 이중제출로 받은 국회 예산을 모두 정치자금 계정으로 반납 조치했거나 반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의 취재로 국회 예산 등을  이중으로 타낸 사실이 확인된 20대 국회의원은 29명으로 늘었다.

영수증 이중제출 의원 추가 확인… 김부겸, 황영철, 추경호

▲ 뉴스타파 취재 이후 중복청구 예산을 정치자금 계좌에 반납한 의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실은 2017년 1월 의정보고서 제작 및 인쇄비로 2,349만 원을 정치자금 계정에서  지출한 뒤 같은해 12월 국회사무처에 같은 영수증을 제출하며 의정보고서 발행비로 1,300만 원을 청구했다. 2017년 6월 이후 김부겸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실은 “정치자금 계정 가운데 후보자 등 자산 계정에서 비용을 지출해 의정보고서를 제작하고 국회사무처로부터 1,300만 원을 보전받았다”며 “저희는 법적, 도덕적으로 큰 하자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치 자금을 포함, 세금으로 지원되는 의정활동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해, 1300만 원을 다시 정치자금에 이체하였다”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실은 2016년 11월과 12월, 3차례에 걸쳐 문자발송비 500만 원을 정치자금에서 먼저 지출한 뒤 국회사무처에 같은 영수증을 중복 제출해 500만 원의 국회 예산을 타 냈다. 황영철 의원실은 “2016년 총선 이후 국고보조금 등이 정치자금 계정으로 들어와 문자발송비를 선(먼저) 지출하고 국회사무처에서 돈을 받았는데 받은 돈을 다시 정치자금 계정에 넣지 못한 회계 담당자의 실수가 있었다”며 “(국회예산의) 유용 가능성 등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반납 등 조치를 취하고 있고, 회계처리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지적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추경호 의원실은 2016년 9월 정치자금 계정에서 문자발송비 30만 원을 먼저 쓴 뒤, 같은 금액의 동일한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중복 청구해 국회 예산을 받았다. 추경호 의원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거기(회계)에 오류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빨리 시정하라고 했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잘못 처리한 것이 맞기 때문에, 국고에 반납 조치했다”며 “좋은 교훈이 될 것이고 부지불식간에 잘못 인식한 부분을 제3자(언론)가 지적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중복청구로 받은 예산은 지출 취소 또는 환급에 준해 처리해야”

이들 의원 3명은 정치자금 계정 가운데,  ‘후원회기부금 계정”이 아닌  ‘후보자 등 자산 계정’에서 의정보고서 제작과 문자발송비 명목으로 비용을 지출한 뒤, 같은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해 국회 예산을 받고, 의원실 경비 통장에 보관해 사용했다.

선관위는 12월 4일, 뉴스타파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을 통해 “후원회 기부금이든, 후보자 자산이든 모두 공적인 자금으로 분류되는 만큼, 정치자금을 지출하고 그 영수증으로 국회사무처 지원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정치자금의 지출 취소 또는 환급에 준해 처리하는 것이 정치자금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즉 국회의원이 공적으로 관리되는 정치자금 계좌에서 의정활동비를 이미 지출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영수증을 중복청구해 국회예산을 받았다면, 이 돈을 해당 회계연도 안에 정치자금 계좌에 넣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치자금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제2조 2항(기본원칙)에는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적혀 있다.

선관위, 2013년 영수증 중복청구 중점조사 대상 지정

실제 선관위는 2013년부터 후원회 기부금이든, 후보자 자산이든 모두 정치자금이므로 영수증 중복 청구를 통해 국회예산을 받았을 경우, 정치자금 계정에 반납하도록 안내, 권고하고 있다.

선관위는 특히 2013년 영수증 중복 청구를 중점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2013년 발표한 정치자금 실무회계를 보면, “정치 자금으로 지출한 내역을 국회사무처 예산으로 중복 청구하는 행위’를 사적용도의 지출 등 허위 보고하는 행위와 함께 중점 조사 확인 대상으로 명기해놓고 있다. 중복청구 행위를 조사해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사무처 예산사용 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 지난 12월 4일 선관위는 ‘영수증 이중제출’ 보도와 관련해 ‘중복청구로 받은 국회예산을 정치자금 계좌에 넣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영수증 이중제출이 확인된 29명의 의원들은 국회 예산을 지급받고도 해당 금액을 정치자금 계정에 환급하거나 결제 취소 등을 하지 않은 채, 의원실 경비 통장에 넣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의원실은 국회예산 신청 명목과 다른 용도로 국회 예산을 전용해 온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영수증 이중제출’ 비리의 핵심은 국회예산을 통제받지 않은 경비통장에 넣어 사용한 것

의정활동비 명목으로 정치자금에서 한 번 쓰고, 지출 증빙으로 선관위에 신고 제출한 영수증을 다시 국회사무처에 중복청구하는 행위도 잘못 됐지만, 이렇게 받은 예산을 통제받는 정치자금 계정으로 반납하지 않은 채 의원실 경비 통장에 보관해 임의적으로 사용한 것이 더 큰 문제다. 김경률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최종적으로 들어온 금액(보전 받은 정치자금)이 외부의 통제받지 않는 계정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사기업에 비교하면 횡령의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곳이 넘는 대다수 의원실은 아예 영수증 중복청구를 하지 않았고, 중복청구가 있더라도 받은 예산을 정치자금 계정에 환급하는 등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했다. .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영수증 이중 제출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국회 예산을 정치자금 계정에 넣지 않은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했다. 관위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벌칙 규정이 없어서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관위·국회사무처, “영수증 이중제출 막기 위한 제도개선안 마련하겠다”

뉴스타파의 영수증 이중제출 보도 이후, 선관위와 국회사무처가 잇따라 관련 제도의 개선방안을 내놨다. 선관위는 “정치자금 사용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회사무처 지원금을 정치자금법 규율에 포함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국회사무처와 협의를 통해 소관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사무처도 12월 6일 영수증 이중제출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수증 이중청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계처리 기준을 더욱 엄격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국회사무처가 영수증 이중제출을 사실상 묵인하면서 상당수 의원은 국가 예산을 지원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포괄적 의정활동비 보전으로 어디에 써도 괜찮다”는 관행 방치한 국회사무처도 문제

이번 영수증 이중제출 비리는 국회사무처가 지급하는 의정활동비 예산을 포괄적인 정치활동비 보전 개념으로 인식하고 마음대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일부 의원들의 그릇된 인식과 함께 예산 관리감독 기능을 포기한 국회사무처의 업무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의원실의 경우, 영수증 이중제출을 통해 국회사무처에서 타낸 예산을 의원실 경비계좌에 넣어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국민 세금이 쓰이는만큼 예산 지급 항목이 의정보고서 제작 및 문자발송료 등으로 엄격하게 세분화돼 있지만, 의원실 재량에 따라 예산을 전용해 온 의원실이 확인된 것이다.

일부 의원실에서 의정보고서 발간 명목으로 타낸 예산을 지역구 관리나 보좌진 교통비 등에 사용했지만, 이런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은 희박했다. 사적인 유용만 아니라면 어떻게 사용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A의원실 보좌관은 “큰 틀에서 국회의원 의정활동비로 쓴만큼 (영수증 이중제출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영수증 이중제출 의원 29명…지급받은 국회예산은 1억 7,800만 원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인 국회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입법 보조기관이다. 의원들이 국회사무처에 대한 인사권은 물론 감사권까지 행사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 예산을 용도에 맞게 쓰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증빙 자료를 의원실이 제출하면 그에 맞게 예산을 지급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5월부터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와 3곳과 함께 ‘국회의원 의정활동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뉴스타파 등은 행정소송을 통해 2016년~2017년 동안 국회의원들이 집행한 ‘정책자료 발간 및 홍보물유인비’ 내역과 ‘정책발송료’ 사용 내역 등을 입수했다. 뉴스타파는 이 자료를 각 의원들이 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 지출 내역과 교차 분석해 의정활동비 중복청구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까지 영수증 이중제출 사실이 드러난 국회의원은 모두 29명, 지급받은 금액은 1억 7,800만 원에 달한다.

※ 국회의원 영수증 이중제출 내역 특별 페이지(링크)
※ 20대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 공개 특별 페이지(링크)

공동기획 :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취재 : 문준영, 김새봄, 강현석, 박중석
데이터 : 최윤원
데이터 시각화 : 임송이
촬영 : 최형석, 김남범, 오준식,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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