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비서실 상대 행정소송 잇따라 승소...'특수활동비 내역·수의계약 업체 공개하라'

2024년 01월 16일 15시 00분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통령비서실의 5급 이상 직원 명단 공개를 다투는 1심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이번엔 대통령비서실이 쓴 특수활동비 등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자료, 수의계약 업체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통령비서실 '5급 이상 직원 명단' 공개 이어 '특수활동비·수의계약 업체' 공개 판결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1월 11일,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22년 8월 17일 소송을 낸 지 1년 5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이번 1심 판결에 따라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2022년 5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80일간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자료다. 같은 기간 대통령비서실이 외부 업체와 계약한 공사·용역·물품구매 수의계약 내역도 공개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카드결제는 0원, 전액 현금으로만 지출 

이번 판결에 앞서 1심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에 관련 정보를 법원에 제출할 것을 요구해 비공개 열람·심사했다.
먼저, 재판부가 특수활동비 자료를 비공개 열람·심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보관·관리 중인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자료는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라는 1개의 서류 형태”가 전부였다. 이 1개의 서류에 ‘(현금)수령일, (수령)금액, 집행내용, 수령인 내지 확인자의 성명’이 기재돼 있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의 양식과 유사해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대통령비서실)는 특수활동비를 미리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집행하고 있고, 이 경우,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 외에 수령한 현금을 개별적으로 지출한 것에 대한 증빙서류는 별도로 보관·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이 보관 중인 특수활동비의 유일한 지출증빙자료가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뿐이라는 것으로, 2년 전 소송을 제기할 당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공개를 요구했던 신용카드 영수증, 세금계산서 같은 형태의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는 단 한 장도 없다는 뜻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적어도 이번 행정소송의 대상 기간인 2022년 5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80일 동안 특수활동비를 모두 현금으로만 집행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셈이다. 정부 예산 지침에는 기밀을 요하는 특수활동비라도 현금 사용을 자제하라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비서실이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특활비 판결과 달리, 대통령비서실 특활비 ‘집행 내용’ 공개하라 판결

특수활동비와 관련, 이번 판결에서 특이한 것은 재판부가 특수활동비의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에 기재된 정보 가운데, 돈을 받은 ‘수령자(확인자)’ 정보를 제외하고, 집행내용 등 나머지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는 점이다. 이는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에서 수령자뿐 아니라 집행내용까지 공개 항목에서 제외했던 지난해 법원의 검찰 특수활동비 판결과 명확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알권리를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뤄진 판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1심 재판부가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용까지 공개하라고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재판부가 특수활동비 집행내용확인서에 적힌 집행내용을 확인해 보니,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작성돼 있어 공개해도 보안을 해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면 이렇다. “특히 (특수활동비) 집행내용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사항이 기재되어 있을 뿐인 데다가, 더 나아가 수령한 현금의 개별적·구체적인 사용내역 내지 사용금액 등은 전혀 나타나지 않으므로, 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대통령 또는 대통령비서실의 직원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어떠한 명목으로 접촉했는지 알 수 있다거나 기밀을 요하는 사안들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 및 방향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중략)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검찰과 같이 구체적인 집행내용 안 남기고 특활비 집행 의혹 제기 

이 같은 판결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작성한 한 장짜리 특수활동비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에 남아 있는 ‘집행내용’만으로는 특수활동비가 정확히 어떤 기밀 용도로 쓰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이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사례를 연상시킨다. 지난해 뉴스타파는 고양지청의 5년 8개월 치 특수활동비 기록 700여 건을 전수 분석했는데, 감사원이 정한 지침대로 구체적인 특활비 사용내역이 기재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기밀이 요구되는 직접적인 정보·수사 활동에만 특활비를 쓰되, 구체적인 집행내용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정부 예산 지침을 검찰이 무시한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비서실도 검찰과 같이 예산 지침을 어기고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비서실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내역 및 지출증빙자료 공개해야

1심 재판부는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자료도 비공개 열람·심사한 결과, 두 예산은 모두 정부구매카드를 이용해 집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특정업무경비는 “집행건별로 카드 순번, 일시, 실제 사용자, 내용(참석자), 업소명(소재지), 금액을 기재한 집행내역에다가 신용카드 영수증을 첨부한 형태”로 보관·관리하고 있고, 업무추진비도 “집행건별로 일시, 실제 사용자, 내용(참석자), 업소명(소재지), 금액, 유형을 기재한 집행내역과 신용카드 영수증을 첨부한 형태”로 보관·관리했다.
재판부는 이어 “위에 같은(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내용이 공개되는 것만으로 대통령비서실에서 내부적으로 수행 중인 업무가 특정되어 드러난다거나 국정업무의 동향 및 진행 경과, 대통령의 향후 일정 및 동선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유사한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의 집행내역. 즉, 집행 건별로 집행일자, 집행명목, 집행장소(상호 및 주소 포함), 집행금액은 물론, 집행건 별로 지출결의서, 내부결재서류, 신용카드 영수증, 영수증, 세금계산서, 현금수령증, 집행내용확인서 등 지출을 증빙하는 서류를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특정업무경비와 업추추진비의 집행내역 중, “내용(참석자) 정보 즉, 집행 금액이 50만 원 이상일 경우, 외부참석자의 소속기관 및 부서, 성명 부분과 신용카드 번호, 계좌번호, 승인번호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재판부가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의 집행내역을 비공개 열람·심사한 결과, 50만 원 이상을 지출한 건수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재판부는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의 숫자에 해당하는 정보는 피고(대통령비서실)가 보관·관리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비서실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장소(상호 및 주소 포함) 공개 주문 

이번 판결에서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검찰의 업무추진비 공개 판결과 달리, 이번 대통령비서실 판결에서는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의 집행 장소(상호 및 주소)를 공개 정보에 꼭 집어 명시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검찰의 업무추진비 공개 판결에서는 공개 대상 정보 목록에 검찰이 업무추진비를 쓴 집행 장소에 대한 공개를 명확하게 명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설령 피고 검찰총장의 주장과 같이 간담회 등 공식 행사에서 범죄 관련 정보나 수사방법 등이 공유된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 정보의 공개로 공식 행사와 관련하여 지출한 내역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로서 지출금액과 사용처만을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 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 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무추진비의 사용 장소를 공개해도 문제가 없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시하고, 검찰은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카드영수증에 있는 정보 중 결제 장소(상호)와 결제 시각을 모두 먹지로 가림 처리하고 공개했다.  

'대통령비서실 수의계약' 내역도 공개 판결 

이번 공개 판결 대상에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체결한 수의계약 내역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대통령실)는 계약업체 명단이 알려지면, 대통령 경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원고(뉴스타파·시민단체)는 공사·용역·물품구매 수의계약 건별로 계약 일자와 계약명, 금액, 계약 품목, 계약 상대방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했을 뿐”이라며, 2022년 5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대통령비서실에서 체결한 공사, 용역, 물품구매 수의계약 내역(계약 건별로 계약일자, 계약명, 계약품목, 계약상대방(업체), 계약금액, 확정계약번호)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계약업체를 포함해 모든 수의계약 정보를 공개하라고 주문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와 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경호구역 내 출입과 관련된 정보가 유출되어 대통령의 경호 및 안전관리 등의 업무 수행에 현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나아가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어떠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주장·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계약 당사자 공개해도, 경영·영업상 비밀 침해되거나 정당한 이익 해칠 우려 없어’

둘째, “(원고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는) 특정 기간 체결된 수의계약의 개략적인 정보에 불과할 뿐이고, 그 외형상 해당 업체의 유용한 영업 방법이나 기술상 정보, 경영상 정보인 경영·영업상 비밀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비서실이 발주한 계약의 당사자라는 사실이 공개된다고 하여 해당 업체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셋째, “(원고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는) 정부의 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로서 감사원의 회계감사 및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고, 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계약대상자 선정이나 적정한 계약의 체결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관련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 반면, 이 부분 정보 자체가 직접적으로 위협이나 불안, 침략 등을 배제하거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가 아니어서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공개만으로 국가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23년 한 해 기준, 대통령비서실에 편성된 특수활동비 예산은 82억 5100만 원, 업무추진비 61억 원, 특정업무경비 14억 8300만 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비서실이 쓴 특수활동비 등 예산의 구체적인 집행내역이 공개된 적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비서실의 수의계약 선정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비서실은 2022년 6월부터 수의계약 정보를 비공개 해왔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대통령비서실이 체결한 공사·용역·물품구매 수의계약 내역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거부당했고, 2022년 8월 17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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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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