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집단 판결 불이행… 지청장·검사장 지시·관여 확인

2023년 09월 14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는 사상 처음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예산 자료를 받아내 세금 오남용을 밝히는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전국의 검찰청 67개 전체로 예산 감시 범위를 넓힙니다. 이를 위해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이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습니다. 검찰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한 결과를 9월 14일부터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대검찰청을 필두로 전국의 모든 검찰청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무시하고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모든 예산 자료에서 ‘결제 시간’과 ‘상호’, ‘상세 구매 내역’ 등 주요 정보를 무단으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서 집단적으로 벌인 초유의 ‘판결 불이행’ 과정에 각급 검찰청의 기관장인 검사장과 지청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는 검찰 내부 증언까지 나왔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정확한 그 기준(확정 판결)에 맞춰서 (공개)하는 겁니다”라며 법원 판결대로 검찰의 예산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는데, 한 장관의 발언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검찰 최고위급이 ‘판결 불이행’에 간여하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거짓말로 감싼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판결 불이행을 둘러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장관의 거짓말 증거① 업무추진비 예산 자료와 검찰의 판결 불이행

2019년 11월 18일,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예산의 세부 자료를 공개하라”며 사상 최초의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 제기 이후 1,243일, 3년 5개월 만인 2023년 4월 13일, 대법원은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2023년 6월 23일,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등 예산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검증에 들어갔고, 5주에 걸쳐 검찰의 예산 오남용 실태를 폭로했다. (관련 기사 모음: 프로젝트 ‘검찰의 금고를 열다’)
이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전국의 독립언론과 공영방송 등 5개 언론사와 함께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전국 67개 검찰청 전체로 검증을 확대했다.
그런데 지난 두 달 동안 전국의 검찰청을 돌며 받아낸 예산 자료는 전부, 먹칠 투성이었다. 이처럼 먹칠 투성이로 검찰이 내놓은 예산 자료는 법원의 판결을 준수한 것일까.
▲ 공동취재단이 전국 검찰청에서 받아낸 예산 자료. 전부, 먹칠 투성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여러 차례 “검찰이, 법원의 확정 판결을 정확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국민의힘): 지금 법무부나 검찰 입장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맞춰서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대법원 판결에 의해서 공개하지 못 할 정도라는 것은 공개를 안 하고 그런 거예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확한 그 기준(확정 판결)에 맞춰서 (공개)하는 겁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2023.7.26.)
○최강욱 위원(더불어민주당): 그(검찰 예산 공개) 집행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자부하십니까? 법무부 입장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제가 자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검찰에서 판결 취지에 따라서 집행…
○최강욱 위원(더불어민주당): 판결의 취지대로 잘 집행, 공개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2023.8.21.)
검찰 예산의 공개를 최종 결정한 확정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세 가지 예산의 종류별로 검찰이 공개해야 하는 정보의 내역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우선 검찰의 업무추진비. “개인식별정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나와 있다.
▲ 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확정 판결문 중 업무추진비 예산 자료의 공개 범위
개인식별정보란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처럼 특정한 개인의 신원 노출로 연결되는 정보를 뜻한다. 그런데 전국의 검찰청은 업무추진비 예산 자료에서 카드 영수증의 ‘결제 시간’을 모두 삭제했다.
결제 시간이 개인식별정보일 수는 없다. 8월 21일 한동훈 장관과 같은 날, 국회에 나온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결제 시간이 개인식별정보가 아니라고 말했다.
○박주민 위원(더불어민주당): 주문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빼고 공개하라’고 돼 있습니다. 결제한 시간. 어떤 가게에서 결제한 시간. 이게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정보가 될까요?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결제) 시간이 뭐 개인, (결제) 시간으로 뭐 어떻게 (개인을) 식별하겠습니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2023.8.21.)
대법관이 검찰의 판결 무시 행태를 확인해준 것이다. 결국 “정확한 그 기준(확정 판결)에 맞춰서 (공개)하는 겁니다”라는 한동훈 장관의 말은 거짓이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출처: 국회방송 중계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를 포함한 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 전국의 검찰청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 등의 예산 자료에서 결제 시간뿐만 아니라, 역시 개인식별정보로 볼 수 없는 ‘가게 이름’과 뭘 먹고 어떤 걸 샀는지 알 수 있는 ‘상세 구매 내역’까지 통째로 무단 삭제했다.
▲ 전국의 검찰청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무시하고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에서 ‘결제 시간’과 ‘가게 이름’, ‘상세 구매 내역’을 무단으로 삭제했다.

한동훈 장관의 거짓말 증거② 특정업무경비 예산 자료와 검찰의 판결 불이행

업무추진비에 이어 검찰의 또 다른 예산인 특정업무경비 자료도 마찬가지다. 법원의 확정 판결문을 보면, 특정업무경비 예산 자료에서 검찰이 가릴 수 있는 정보는 특정업무경비를 쓴 사람의 ‘성명’,‘집행명목’,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숫자’ 등 세 가지다.
▲ 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확정 판결문 중 특정업무경비 예산 자료의 공개 범위
하지만 전국의 검찰청은 특정업무경비의 카드 영수증 등 예산 자료에서도 성명, 집행명목, 식사 참석자 숫자와는 무관한 ‘결제 시간’과 ‘가게 이름’, ‘상세 구매 내역’을 무단 삭제했다.
▲ 전국의 검찰청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무시하고 특정업무경비 카드 영수증에서 ‘결제 시간’과 ‘가게 이름’, ‘상세 구매 내역’을 무단으로 삭제했다.

한동훈 장관의 거짓말 증거③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와 검찰의 판결 불이행

마지막으로 특수활동비다. 특수활동비는 검찰의 정보 수집, 사건 수사 등 말 그대로 특수한 활동에 쓰여야 하는 예산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노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보다 지출 증빙자료를 느슨하게 관리한다.
예를 들어 2017년 12월 19일, 검찰총장은 이날 하루 한 번에 특수활동비 1억 5,000만 원을 지출했다. 중소기업에 입사한 직장인이 5년 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큰 돈이다. 하지만 증빙자료는 A4 한 장짜리 수령증뿐이다.
▲ 2017년 12월 19일, 검찰총장이 이날 하루 한 번에 특수활동비 1억 5,000만 원을 지출하면서 남긴 지출 증빙자료. A4 한 장짜리 수령증뿐이다.
검찰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 중에는 드물게 카드 영수증이 첨부돼 있다. 검찰은 가뭄에 콩 나듯 존재하는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마저 ‘집행 금액’과 ‘일자’를 뺀 모든 정보를 삭제해 버렸다.
▲ 전국의 검찰청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무시하고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에서 ‘집행 금액’과 ‘일자’를 뺀 모든 정보를 무단으로 삭제했다.
“돈을 쓴 목적인 집행명목과 수령인 성명만을 제외”하고 특수활동비의 예산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는 법원의 최종 결정을 무시한 것이다.
▲ 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확정 판결문 중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의 공개 범위

하승수 변호사 “검찰의 판결 불이행…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 해당 가능성”

정리하면, 전국 검찰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 중 법원의 확정 판결대로 공개가 이뤄진 예산 자료는 단 하나도 없다. 일부 검찰 공무원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죄송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각 검찰청은 다양한 이유로 판결을 불이행했다. ①세금을 어디에 썼는지 외부에 알리는 게 조심스러워서, ②지역이 좁아서, ③최대한 정보를 가려야 할 것 같아서, ④결제 시간을 보면 누가 세금을 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⑤다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등이다. 
하나같이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어떻게든 검찰 조직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조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궤변이다. 이런 노골적인 판결 무시는 검찰이 권한을 남용해 주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한 범죄 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대검만 가린 게 아니라 중앙지검도 가리고 다른 지검들도 다 가렸단 말이에요. 지시한 사람이 있는 거고 지시한 사람은 직권을 남용한 거죠. 직권남용을 통해서 국민의 알권리 행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봅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검찰 내부 증언 ‘윗선에서 판결 불이행 지시·관여’

검찰의 조직적인 판결 불이행은 누가 지시한 걸까. 검찰은 ‘대검찰청의 지시는 없었으며, 예산 자료의 공개 범위를 두고 검찰청끼리 조직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각급 검찰청의 기관장인 검사장이나 지청장이 ‘판결 무시를 직접 지시’했거나 ‘관여’했다는 검찰 내부 증언을 여럿 확보했다.
○이거 결정은 누가 하신 거예요? 이거 지우라는 결정은? 이게 직권남용에 따른 저희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어떻게 보면 범죄 행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거라 이 결정은 누가 하신 건가요?
●그거는 뭐 따로.
○계장님이세요?
●저희도 어차피 위에 다 이제 보고하고 한 거기 때문에.
○이게 아무튼 검사장까지는 다 보고가 된 거죠?
●하여튼 저희는 내부 보고 절차는 다 거치기는 거쳤기 때문에.

B 검찰청
●당연히 저는 결정권자가 아니죠. 저는 이제 담당자고 이제 청 내부 결재에 따라서 이제 이행한 거라.
○이거 그러면 결재는 누가 하신 거예요?
●지청장님이 하시죠.
○지청장님이요?
●네. 저희가 이제 갖고 이제 결재 받으러 올라가는 그런 구조죠. 과장님, 청장님까지. 판결문이랑 이거 갖다 드리면서 이제 그러면 이제 이런 식으로 어떤 걸 가리고 그러면 제가 작업을 한 거죠.
○그럼 이 자료랑 그 판결문 지청장님한테 갖다 드려서 어디까지 가릴 거면 이거 이걸 이걸 가려라 라고 과장님한테 부서장한테 얘기해 주시면 선생님한테 전달이 됐다는 말씀이신 거죠.
●예예.

C 검찰청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이 수사 기밀? ‘검찰의 거짓말’ 파훼 증거 입수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전국 검찰청이 주권자의 알권리를 방해하고 판결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단 삭제한 예산 자료에는 대체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 걸까. 공개해서는 안 될 ‘대단한 수사 기밀’이라도 있는 걸까.
검찰이 감추고 싶은 게 가장 많은 예산은 특수활동비다. 이제까지 검찰은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가 공개되면 기밀을 요하는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유를 앞세워, 주권자는 물론 국회의 자료 공개 요구를 모조리 차단해 왔다.
뉴스타파는 먹칠 투성이의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를 살펴보던 중 검찰이 실수로 덜 가린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몇 장을 발견했다.
▲ 검찰이 상호와 주소 정보 등을 완전히 가리지 않은 채 공개한 특수활동비 카드 영수증
카드 영수증에는 상호와 주소 정보가 살짝 남아 있었다. 첫 번째 글자가 ‘ㄹ’, 두 번째 ‘ㄷ’, 마지막 글자는 ‘ㅇ’으로 시작했다. ‘ㅔ’와 ‘ㅣ’ 같은 모음도 보였다.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가 아닐까. 포털에서 롯데리아 주소지와 대표자명을 확인해 특수활동비 영수증에서 보이는 주소와 대표자명을 대조하니 일치했다.

판결 불이행을 둘러싼 검찰의 진짜 ‘속셈’, 그리고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

그렇다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2017년 12월 7일, 롯데리아에서 1만 2,100원어치 음식을 사 먹은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어떻게 수사 기밀 유지에 지장을 준다는 걸까. 검찰이 진짜 감추려는 것은 뭘까.
공동취재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 기관으로 떠오른 검찰이 지금껏 감춰온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의 실태를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폭로할 예정이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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