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시작부터 저는 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살았어요. 그들에게 성폭행당한 것보다 몇백 배는 더 크게요. 왜냐면 유죄로 감옥 가게 되면 출소 후에도 보복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컸거든요. 중령은 충분히 그러고 남을 무서운 놈이에요. 제가 대법원까지 가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같습니다.
1심 때 무죄 판결 나와서 억장 무너지고 세상에 다시 한번 절망했지만 어쩌면 다행이라고, 감옥 안 갔으니 보복은 안 할 거라고, 저를 스스로 위로했어요. 그때 2심 가지 않고 그만두려고 했지만, 그동안 함께 싸워주신 변호사님과 많은 분들의 응원과 위로로 힘을 주셔서 2심까지 가게 됐어요.
2심 결과도 저는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제가 당한 피해 사실을 덮을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이 뒤떨어져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죠. 때문에 정보사령부 군인들은 물론 위력으로 성폭력 하는 가해자가 많은 한국 아닐까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정의를 찾았다는 게 너무 순수했고 어리석은 짓이었어요. 지금 저의 심경은 아무렇지 않아요. 담담해요.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잖아요.
저의 마음속을 송두리째 뒤집어 세상에 보여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피해자 한서은 씨가 무죄 선고 직후 밝힌 입장문 전문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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