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문자 대공개] 고위 ‘떡값 검사'들도 등장 ...인사청탁에 아부까지

2018년 04월 23일 22시 03분

지난 2007년 11월, 삼성 비자금 사건이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삼성의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검사들, 이른바 ‘떡값 검사'명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임채진 검사와 이종백 국가청렴위원회 위원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이 삼성의 관리대상 즉,’떡값 검사'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이른바 ‘장충기문자’ 파일에는 10년 전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2명의 검사, 임채진 전 검찰총장과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회 위원장이 등장했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2015년 3월, 장충기에게 문자를 보내 삼성에서 근무하는 사위가 인도 근무를 신청 한 사실을 알렸다. 또 기자로 일하는 자신의 딸도 남편이 함께 인도로 가서 몇년 간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며 딸 부부가 인도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임 전 총장이 장충기 사장에게 인사 청탁을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장관급인 국가청렴위원장을 지냈던 이종백 전 검사장은 장충기 사장으로부터 골프장 티켓을 받았다. 이종백 전 검사장은 장충기에게 답장을 보내 ‘대단히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 문자 말미에는 ‘이종백 올림' 이라며  장충기 사장을 높여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임채진 전 검찰총장과 이종백 전 위원장에게 장충기문자 관련 입장을 물었으나 이들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변창훈 검사. 그 역시 지난 2016년 6월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재임 당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변창훈 검사는 장충기 사장을 ‘큰일하시는 분이라 스케일이 다르다고 느꼈다’고 표현했다.

변창훈 검사의 이 문자에 장충기 사장은 ‘좋은 분 뵈어 반갑고 즐거운 시간 가졌다'며 ‘조만간 다시 뵙도록 하자'고 답장을 보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장충기문자 파일에는 문자를 보낸 2016년 3월 당시 대검찰청의 공안부장이던 정점식 전 검사장과 서울서부지검 김도균 부장검사의 이름도 등장한다. 장충기 사장에게 문자를 보낸 인물이 이들 검사들과 함께 저녁 약속을 잡는 내용이다. 정점식 전 검사장과 김도균 부장검사는 경남 창원의 경상고를 나온 선후배 사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점식 전 검사장을 찾아가 장충기 문자 속에 이름이 거론된 이유를 질의하려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정 전 검사장과 함께 이름이 거론된 김도균 부장검사는 현재 부산지검 특수부장을 맡고 있지만, 취재진의 취재 요청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취재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위 검사들과 삼성의 만남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양재택 변호사는 “삼성이 검찰 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검찰 고위 관계자를 통해 정보를 얻거나 사건 처리에 유리한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영상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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