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27회] 최용익 칼럼_화법과 광폭행보의 상관관계

2012년 09월 21일 09시 49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화법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단문으로 짧고 단정적으로 대답한다고 외마디 화법, 또는 단정화법이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 또는 방송대담 중 상대방의 말을 막아버리면 찬물을 끼얹는 식의 독선적인 말투를 구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토 달지 마라, 한국말을 모르느냐, 병 걸렸냐, 나하고 싸우자는 거냐 등 사사로운 자리에서도 함부로 하기 어려운 말을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쓰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대통령 후보와 기자들 사이의 관계라면 생각하기 힘든 일종의 언어 폭력입니다.

요즘은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것이 유행 중입니다. 동생인 박지만씨의 삼화저축은행 관련 비리의혹을 캐묻자 동생이 아니라면 그걸로 끝난 거 아니냐고 짜증을 내는가 하면, 정중길 공보위원이 안철수 교수의 대선 출마 포기를 협박한 사실이 공개되자 친구끼리 통화한 걸 가지고 침소봉대 하고 있다고 일축하는 행태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원래 유체이탈 화법이란 언행이 일치하지 않아서 육체와 정신,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식의 말투를 가리키는 것인데 기행에 가까운 이명박 대통령의 갖갖이 발언이 원조 격입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이명박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을 했고 이 말이 끝나자마자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차관이 줄줄이 뇌물수수 혐의로 감옥으로 끌려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대통령은 또 올 여름 찌는 듯 한 폭염으로 농부들이 타들어가는 논을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을 때 브라질에서 열린 지속가능개발정상회의에서 4대강 사업으로 가뭄 걱정을 극복하게 됐다는 엉뚱한 말을 함으로써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지, 의심받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돼보겠다는 꿈을 가진 후보라면 어떤 직업이나 직책, 신분을 가진 사람보다 더 공적인 성격을 지닌 공인 중의 공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이며 따라서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난처한 질문에는 동문서답을 하거나 아예 회피해 버리는가 하면 남의 일 얘기하듯 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소리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권력의 순치된 나머지 환경감시와 권력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포기한 언론들이 있습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신문들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일절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언어 폭력에 가까운 외마디 화법이나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유체이탈형 화법이 횡횡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언론들은 이명박 정권에 이어서 박근혜 후보를 향해 용비어천가를 부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언론들이 광폭 행보라고 부르는 박근혜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등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생전 연락 한 번 해봤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전태일 재단에 대선을 앞두고 깜짝 방문하는 것은 오로지 선거 때 표를 노린 정치 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해 노점상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벗어준다던가 영세 상인들의 점포에서 어묵을 사먹는다든가, 하는 데에서 보여줬던 이른바 서민 행보와 보여주기 식 정치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화법에서는 독재자의 권위주의가 뚝뚝 흐르는데도 언론을 통해서는 계층 차별하지 않고 개방적이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꼼수가 너무 두드러진다는 말입니다. 박근혜 후보를 유신공주, 수첩공주라고 부르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