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7천 원의 기적...“법 개정까지 간다”

2014년 03월 07일 21시 09분

 4만7천 원. 작은 돈이 아니다. 친한 사람의 경조사가 있을 때 내는 평균적인 금액이다. 시급 6천 원 알바생에게는 하루 일당이다. 평범한 직장인의 한 달치 버스비다.

47억 원. 가늠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법원이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게 판결한 손해배상액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더구나 몇 년을 해직자로 떠돌던 사람들이 부담할 수 있는 액수는 더욱 아니다.

월급에 전세금에 자동차까지 탈탈 털릴 것이다. 빚을 해결하지 못한 노동자는 소주로 좌절감을 삼킬 것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랬듯 가정이 깨질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저당 잡힐 것이다.

▲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측이 남용하는 전가의 보도다.

태준식

▲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측이 남용하는 전가의 보도다.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에게 공포를 주기 위한 흉기

사측과 정부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닐 수도 있다. 상당수 손배가압류 사업장에서 사측이 부채 탕감을 미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시는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공포심을 주는 것이다. 태준식 피디가 만든 다큐멘터리에 나온 것처럼 “노동조합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공포를 주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공권력을 동원한 물리력보다 돈이 더 무섭다.

이 공포를 전해 들은 한 아이 엄마의 편지로 작은 기적이 시작됐다. 배춘환 씨는 “치사해서 내가 다 물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형편이 되는 대로 47억 원의 십만분의 일, 4만7천을 기부했다. 그리고 모금행렬이 이어졌다. 한 달도 되지 않아 15,000여 명이 참여했고, 8억 원이 모였다. 연예인 이효리 씨도 동참했고, 강풀과 같은 유명 웹툰 작가들도 거들었다. 범 시민모임도 만들어졌다. ‘손잡고’라는 이 모임에서 모금액 사용 방식이 논의될 것이다.

모금을 넘어 ‘법 개정’으로

물론 모금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액은 천억 원이 넘는다. ‘손잡고’에 참여하고 있는 조국 법학과 교수는 “노동기본권이 보장한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일반 민법의 계약 위반과 같이 취급하고 있는 법원에 강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손배 상한선을 규정하고, 요건을 강화하는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국 교수는 모금을 넘어서 법 개정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 조국 교수는 모금을 넘어서 법 개정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능성은 지금 ‘4만7천 원의 기적에서 찾을 수 있다. 시민들이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상식이 상식이 되면 세상은 상식적으로 바뀔 수 있다.

모금참여: 개미스폰서(http://www.socialants.org/)

※ 태준식 연출 '지금 여기 함께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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